뜨겁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성소리와 박수소리가 수원체육관 안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의 얼굴도 홍조를 띠고 있다. 1200만 경기도민과 115만 수원시민의 숙원인 ‘수원 KT 프로야구단 창단’ 이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수원 시민 서포터즈 창단대회’가 23일 오후2시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체육관에서 열렸다.

 

체육관 안에는 4,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수원시민만이 아니라, 31개 경기도 각 시군에서 모여든 야구인들까지, 그들의 염원은 오직 하나였다. 내달 KBO에서 결정할, 프로야구 10구단의 유치를 수원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고함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안은 서포터즈 창단을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환호로 시작한 서포터즈 입단식

 

이날 수원체육관 실내에는 경기도 각 시군에서 참가한 야구선수단과 시민 서포터즈, 수원시민 등 4천 여 명이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한, ‘수원 시민 서포터즈’ 창단에 참여해 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날 행사는 1부에서 경기도 초. 중. 고. 대학. 사회인 야구 선수단의 ‘수원 시민 서포터즈’ 입단식에 이어 결의문 낭독 등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 궐기대회로 시작이 되었다.  

 

2부에서는 걸그릅인 스피카가 무대에 올라 후끈한 무대를 마련하였다. 스피카는 양지원, 김보아, 박주현, 박나래, 김보형 등 5명이 모인 걸그룹이다. 스피카는 ‘러시안 룰렛’으로 정식 데뷔 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참여를 한 4천 여 명의 시민들은 걸그룹 스피카가 노래를 할 때마다, 함께 박수를 치며 체육관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지르기도.

 

 

스피커의 공연에 이어 치어리더들의 특별출연 등으로 이어진 행사 전에는 임창렬 전 경기지사의 축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의 환영사,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과 수원시의회 노영관 의장 등의 축사로 이어졌다. 2부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등의 시구 레이스도 펼쳐져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웅변대회를 방불케 한 분위기

 

축사와 환영사를 하는 참석자들은 흡사 웅변대회를 연상케 할 정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10구단은 모든 여건을 완전히 갖추고 있는 수원으로 유치를 해야 한다면서, 교통의 중심지 그리고 KT와 같은 기업과 함께하는 수원이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환영사에 나선 염태영 수원시장은 “경기도는 인구가 1200만이나 되며 수원도 인구가 120만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지역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프로스포츠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산업이며 비즈니스이다. 얻어가는 지역안배보다는 노력을 하는 지역 발전이 먼저이다. 프로야구 10구단의 유치는 년 간 1,400억의 수익 을 낼 수 있는 효과가 있으며, 1,4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10구단의 유치는 반드시 수원이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수원

 

현재 경기도는 70여개의 전국의 20%에 달하는 초·중·고 야구팀이 있고, 1,600여개의 사회인 야구팀에 속한 4만여 명의 야구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질적인 ‘야구 메카’이다. 특히, 경기도의 수부 도시인 수원은 편리한 교통 여건과, 수원을 비롯해 성남, 용인, 화성, 안산, 안양, 평택, 안성, 의왕 등 인근 예비 관객 수요가 600만 명이상이 잠재되어 있다.

 

이러한 주변의 도시에서 한 시간 이내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은, 프로야구단이 들어서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최적지로 평가가 되고 있다. 프로야구는 흥행이 목적이다. 수원은 경부선, 영동선, 서해안 고속도로와 제2경인, 서울외곽순환선 등 수도권을 통과하는 모든 고속도로들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서울, 인천 등과 함께 지하철 시리즈 대비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프로야구단 운영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수원에 10구단을 유치해야 한다는 서포터즈 창단식은, 2시간 여 동안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목이 얼얼하도록 함성을 질렀다는 한 시민은 “10구단 유치는 반드시 우리 수원으로 와야 합니다. 그동안 수원시민들의 열망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95%가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민 모두가 기대를 하고 있는데, 10구단이 딴 곳으로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말춤을 춘 사연

 

2부 행사 도중 무대에서는 깜짝 쇼가 열렸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4개구 구청장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말춤을 춘 것이다. 이날 말춤은 12월 19일에 대선 투표율이 75%가 넘으면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이벤트로 하겠다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많은 제시를 했는데 그 중에서 프리허그와 말춤을 산보이겠다고 약속을 한 것.

 

 

19일 오후 6시 수원시 최종 투표율은 76.08%에 달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페이스북과 트위타에 올린 글대로, 꼼짝없이 말춤을 추고 프리허그를 해야만 했다. 원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 세 곳의 시장들이 약속을 했다. 투표율이 높을 경우 춤 경연대회를 열 수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서울과 성남시장은 투표율을 77%로 잡았기 때문에, 두 곳은 77%에 미치지 못해 합동 ‘말춤공연’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무산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염태영 수원시장은 약속대로 서포터즈 창단식 무대에서 말춤을 선보인 것이다.

‘비가비’란 말이 있다. 비가비란 양반가의 사람으로 소리꾼이 된 사람을 말한다. 이 비가비는 우리 창극사를 통 털어 몇 사람 되지 않는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가중호걸’이라 불리는 권삼득 명창이다. 권삼득명창은 조선조 영조 47년인 1771년 전북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에서 태어났다.

 

판소리가 처음으로 생긴 후 정조, 숙종 때 활약을 한 권삼득 명창은 전기 8명창의 한 사람으로 꼽는다. 권삼득명창에 판소리 일대기에 기억할만한 소리꾼이다. 그러나 오래전의 명창인지라, 그 명성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몇몇 마디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한 서책에는

 

 

권마성(勸馬聲) 소리제를 응용하여 ‘판소리 설렁제’라는 특이한 소리제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 소리제는 높은 소리로 길게 질러 내는 성음인데 〈흥보가〉에서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과 〈춘향가〉에서 ‘군노사령 나가는 대목’ 등 여러 대목에 쓰이고 있는바 권마성과 같이 매우 씩씩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고 소개를 하고 있다.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권삼득명창

 

옛적에 권삼득(權三得)이라는 명창이 있었는디, 그 사람은 상사람이 아녀, 향반(鄕班)의 자제니께로, 그러니께 비가비구머잉. 그 양반이 유시적부텀 허라는 글공부는 하지 않고 창극조에 미치니 부모는 수삼 그걸 버리라 권유혔든 기여.

아 생각혀보더라고? 양반 허는 일이간디? 그래도 듣질 않은게로 가문에 수치라 문중에서 모여갖고 직이기로 의논이 됐던 기여.

그 양반도 죽기로 작정을 허고서 거적을 썼는디 마지막 가는 길에 하나 소청이 있노라 허드랑게. 그게 뭔고 허니 가조 일곡을 부르고 죽겄노라 허는 거 아니겄어?

기왕지사 직이기로 작정은 혔이니 죽는 사람 소원 하나 못 풀어주랴 허락을 허고 모두 빙 둘러서 듣는디 거적 밑에서 새나오는 가조 일곡이 그만 사람으 오만간장을 다 녹이지 않았더라고? 울음바다가 됐당게로. 그래 하도 가긍허여 문중이 다시 의논을 혔지야.

족보에서 활적하고 내쫓기로 혔다이. 참말이제, 장혀. 대장부여. 목심을 버맀이믄 버맀지 창극은 안 버맀인게로. 말이 쉽지. 그런게로 천하의 명창이 된 거 아니더라고?

 

 

박경리의 『토지』(솔출판사, 1993)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이곳에서도 권삼득명창을 책에 기술할 만큼 뛰어난 소리꾼이다. 신재효는 〈광대가〉에서 그의 호탕하고 씩씩한 소리조를 보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에 비유를 했다. 그를 '가중호걸'(歌中豪傑)이라 부른 것도 권삼득명창의 소리가 우렁차기 때문이다.

 

권삼득명창은 하한담(하은담)과 최선달에게서 소리를 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소리꾼들은 초기소리를 한 명창들로, 우리 초기 판소리는 장원을 한 사람의 사당에 가서 축원을 하는 <홍패고사>의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마도 하한담, 최선달, 우춘대 등 초기명창을 지난 후 가장 연배가 높은 권삼득명창도 이런 초기소리를 했을 것이다.

 

 

권삼득명창의 흔적을 찾아가다.

 

완주군 용진면 면소재지에서 지방도를 따라 소양면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좌측에 마을이 보인다. 마을 길 안내판에는 <권삼득명창 출생지>란 작은 안내판에 하나 부착이 되어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권삼득명창의 생가터를 알리는 비가 하나 서 있고, 그 안에 일각문이 있다. 일각문 뒤편으로는 ‘충현사’라는 제각이 보인다.

 

철책으로 담장을 친 안에 서 있는 작은 비 한 기. 비에는 <권삼득 선생 출생지>라고 머리말을 쓰고 그 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이곳은 조선 후기 판소리의 대 명창이신 권삼득 선생이 태어난 마을이다. 1771년(영조 47년) 안동 권씨 래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1841년(헌종 7년)에 별세하였다. 사람, 새, 짐승의 세 소리를 터득했다 하여 삼득(三得)이라 불리웠으며 본명은 정이다. 양반 출신 광대로 창에 천부적 재능을 발휘함으로써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숲속에서 새가 날아다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판소리사는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전하는 이야기들이 기록된 문화의 거개이다. 하지만 그 많은 명창들의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이야기가 가감이 되기도 한다. 하기에 많은 명창들의 이야기가 서로 중복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콩 서 말을 지고 용소로 떠나다.

 

권삼득명창은 집에서 광대 짓을 한다고 쫓겨난 후, 처가가 있는 남원으로 향한다. 조선창극사에서 정노식은 초기명창의 이름을 들면서 하한담과 최선달, 우춘대 등에 이어 ‘고송염모’라는 네 명을 지칭한다. 고수관과 송흥록, 염계달과 모흥갑이다. 연배가 높은 권삼득명창을 이 네 명의 이름밖에 놓은 것이다. 권삼득명창이 처가가 있는 남원으로 내려가 득음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보면, 뒤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소리공부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삼득명창은 남원 지리산 자락 춘향이 묘가 자리한 맞은편, 용소폭포에서 득음을 위한 소리공부에 전념을 한 것 같다. 이곳에도 <국창 권삼득선생 유허비>가 서 있다. 뒤편으로는 육모정이 있고, 앞으로는 용소 푸른 물이 바위를 미끄러져 깊은 소 안으로 자맥질을 한다. 콩 서 말을 짊어지고 이곳에 온 권삼득명창은 소리 한 바탕이 끝날 때마다 콩 한 알을 소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구룡폭포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공부에 전념한 권삼득명창. 콩 서 말이 모두 용소로 들어가기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을까? 대 명창으로서 명성을 얻기 위한 그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가늠하기에는 쉽지가 않다. 오늘 이 두 곳의 소리꾼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한 사람의 예인(藝人)이 바로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요즘처럼 반짝이는 스타가 아닌, 진정한 소리꾼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군산시 대야면 죽산리에는 탑동마을이 있다. 탑이 있어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익산 황등에 일이 있어 들렸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탑동마을을 찾아갔다.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66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삼층석탑은 그 형태가 남다르다. 백제탑을 많이 닮은 이 탑은, 백제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탑이다.

 

원래 이곳에는 백제 때 큰 절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탑은 대웅전의 앞에 서 있던 탑이라는 것이다. 이 탑에는 근처에 있는 건장산 약수와 함께 전설이 전하고 있다. 탑을 보러갔다가 전설을 듣게 되는 경우는, 괜히 횡재라도 한 기분이다. 글을 쓸 때마다 현장답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한 가지 기사거리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남녀의 시합이 병을 불러

 

이 탑동 삼층석탑을 쌓은 것은 이 마을에 살던 여자장사라는 것이다. 이 탑골에는 여자장사가 살고, 마을 뒤편 장자골 마을에는 남자장사가 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끔 이런저런 시합을 하였는데, 두 사람이 탑을 쌓은 후 그것을 손가락으로 밀어 넘어트리는 시합을 하게 되었단다. 여자장사는 지금의 탑동 삼층석탑을 세우고, 남자장사는 자신이 사는 장자골에 석탑을 쌓게 되었다.

 

두 사람이 시합을 하던 날 온 마을 사람들이 풍악을 울리며, 두 사람의 시합으로 인해 잔치가 벌어졌다. 탑을 다 쌓고 난 후 여자장사는 남자가 쌓은 장자골의 탑을 한 번에 밀어서 넘어트렸단다. 그런데 남자장수는 여자장사가 쌓은 탑골의 탑을 무너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삼층석탑은 당시 탑골에 사는 여자장수가 쌓았다는 탑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합을 하고 난 후 여자장수의 늙은 어머니가 이유도 없이 지독한 피부병에 걸리고 말았다고 한다. 온 몸이 시커멓게 짓무르고 죽을 것 같은 피부병에 걸리자, 여자장사는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피부병에 좋다는 약은 다 구해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어머니의 피부병은 점점 더 심해지고 죽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100일기도를 한 여자장사

 

탑골 여자장사는 어머니가 죽을 것 같아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마을에는 해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여자장사가 무너트린 장자골 탑의 혼이 어머니에게 씌워서 그렇게 심한 피부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소문을 들은 여자장사는 탑골 자신이 쌓은 석탑 앞에 꿇어앉아,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100일 동안 정성을 드렸다.

 

 

여름철에 뇌성벽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여자장사는 꼼짝 않고 탑 앞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100일 째가 되던 날 천둥번개가 치더니 혼연히 한 노인이 나타나 ‘건장산 골샘약수를 먹이면 피부병이 나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여자장사는 그길로 골샘약수로 달려가 물을 떠다가 어머니에게 먹이고, 그 물로 온몸을 씻어드렸다. 그랬더니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이다.

 

골샘약수를 마셔보다.

 

마침 주민 한 사람이 탑이 있는 곳으로 자나간다. 약수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날은 춥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약수를 빠트릴 수가 없다. 더구나 이런 전설을 간직한 약수라면, 한모금은 먹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탑 뒤로 난 길을 따라 약수를 찾아 나섰다.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산길로 잡아든다. 공기가 맑다. 심호흡을 하면서 대나무 숲을 지나고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아래로 약수터가 보인다. 내려가 보니 그 추운 날인데도 약수는 얼지가 않았다. 옆에 걸린 바가지로 물을 떠 한 모금 마셔보니,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이 물을 마시고나면 웬일인지 속이 깨끗해질 듯하다.

 

 

약수를 마시고 동네로 내려오니 마을에도 우물이 있다. 우물체험도 한다고 적혀있다. 골샘약수는 최근에도 피부병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효험을 보았다고 한다. 문화재답사를 하다가보면 가끔 이런 전설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화재답사를 하면서 전국 어디를 가나, 우리들을 가르치는 전설 한마디쯤이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전설이, 그저 전설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 안에 숨은 깊은 속내는 사라진 채.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인가, 홀 안에는 아직 사람들이 꽉 차있지는 않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녀 간 사람들이 약 300여명 정도라고 한다. 12월 21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자리한 블랑드W 웨딩홀 5층에는 연신 사람들이 드나든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에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즐기고 있다.

 

‘사랑과 온정이 있고 소통과 나눔이 있는, 2012 지동 일일찻집 및 작품발표회 화합의 밤’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는 지동주민자치위원회 및 유관단체에서 주관을 한 마을축제이다. 일 년간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마을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면서 소통을 하는 그런 자리로 마련이 되었다.

 

넓은 예식장 홀에 마련된 지동마을잔치와 차림표. 내년도 이웃돕기를 할 성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음식값이 다르다 

 

너도나도 마을자랑에 빠져

 

축제장이 웨딩홀이라니 그도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넓은 곳을 빌리자면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하니, 자치센터에 근무하는 이성주주무관은

 

“이 웨딩홀 사장님이 우리 지동 자치위원회 회원이십니다. 그래서 정말 거의 실비로 빌려주시는 바람에 이 행사를 할 수가 있었죠.” 라면서 그동안 동 자지센터 3층에서 찻집 및 발표회 등을 했으나, 장소가 비좁아 많은 어려움을 당했다고 한다.

 

올 한 해 지동을 어지간히 돌아다녔더니, 제법 아는 얼굴들이 많아졌다. 인사를 하는 사람마다 무엇 좀 드시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맛있는 음식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점심을 좀 늦게 먹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홀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유관단체 회원들이 음식을 나르며 봉사를 하고 있다.

 

주방에서 음식준비를 하는 지동 통장협의회 통장들과, 이날 가장 인기를 끈 녹차국수

 

“오늘 이 음식은 모두 통장협의회에서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제부터 많이들 고생을 하셨죠. 밤새 국수의 육수를 만들고 음식 준비를 한다고요”

 

표영섭 지동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지동 자랑에 여념이 없다. 지동주민들은 누구나 만나면 마을자랑을 하는 데는 모두 고수가 되어있다. 전에 비해 변해도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 온 지동마을. 그래서 이곳은 늘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우리 지동만큼 정이 깊은 곳이 없을 듯합니다. 지동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마을이기 때문에, 지동 안에 노인정이 5곳이나 되죠. 대를 물려 사시는 분들, 아니면 적어도 이곳으로 옮겨 오신지 30~40년 이상이 된 집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토박이 촌으로 되어버렸습니다. 막말로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정도를 훤히 알고 있죠. 그래서인가 모두가 가족들처럼 정이 넘치는 곳이죠.”

 

 

차려 낸 음식들 정갈하니 담백해

 

한창 여기저기 홀 안을 다니면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굳이 음식 맛이라도 보라고 끌어 앉힌다. 상에는 생굴, 김밥, 골뱅이무침, 귤과 떡, 고기 등이 차려져 있다. 굴을 한 점 먹어보니 싱싱하다. 음식들이 정갈한 것이 보기에도 맛이 있어 보인다.

 

“우리 지동은 재래시장이 세 곳이나 됩니다. 물론 큰 규모의 장시로 친다면 하나 정도이겠지만,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이 다 먹거리 중심의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 세 곳의 시장을 돌아보면 짧은 동선 안에서 모든 찬거리를 다 마련할 수가 있죠.”

 

지동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

 

자치위원장답게 마을 자랑을 하는 것도 남다르다.

 

“이 굴도 오늘 아침에 생산지에서 바로 구입해 온 것입니다. 우리 지동에 있는 시장들은 모두 유기농과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서 판매를 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생산지역을 표시를 하고 있죠. 그래서 누구나 안심하고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차례대로 먹을 때마다 끝없이 자랑이 이어진다. 음식 맛이 별로라면 화라도 내보겠지만, 할 말이 없다. 먹는 음식마다 담백한 것이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통장협의회 통장님들 음식솜씨도 수준급입니다.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일일찻집이나 마을예능발표회 등을 하지만, 우리 지동만큼 음식 맛이 좋은 곳이 없습니다.”

 

맛을 보라고 차려 낸 음식들. 잔치상 같다

 

딴 곳에 취재할 일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밤새 표영섭 자치위원장의 자랑을 들어야 할 것만 같다.

 

“한 장에 1만원씩 판매를 한 티켓이 한 천장 정도 팔렸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들은 시장 상인들이 싸게 판매를 했기 때문에, 행사를 마치면 한 3~4백 만원 정도 남을 듯합니다. 이 이익금은 내년에 김장나누기를 할 때 재료를 구입하거나, 쌀 등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반찬을 해 드리기도 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누며 살면서 서로가 소통하는 것이 우리 지동의 자랑이죠.”

 

달라져도 한참 달라진 지동마을. 순박하고 정이 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동마을이 내년에는 또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12월 23일이 무척 기대가 된다. 수원역과 종합운동장, 그리고 한 호텔에서 정말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날은 아침부터 세 곳을 돌아다니느라 발품께나 팔아야만 할 것 같다. 그래도 그게 무슨 대수랴. 남들이 볼 수 없는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생겼는데.

 

"수원시 투표율 75% 넘으면 프리허그 하겠습니다"(페이스북 12월18일)

"말춤 추겠습니다. 프리허그도 하겠습니다"(트위터 12월18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프리허그와 말춤 약속

 

위에 내용들이 바로 18대 대선 전날 염태영 수원시장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내용들이다. 이것은 수원시 투표율이 75%가 넘으면, 무엇인가 시민들에게 이벤트를 준비한다는 것.

 

그 글이 트위터와 페이스 북에 올라오자 많은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하라거나, 75명에게 프리허그를 해 주라고 의견들을 내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 75명의 썰매를 밀어주라고 하는 등 갖가지 사연들이 올라 온 것이다.

 

페이스북에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자, 시민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19일 오후 6시 수원시 최종 투표율은 76.08%에 달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페이스북과 트위타에 올린 글대로, 꼼짝없이 말춤을 추고 프리허그를 하게 됐다. 그것은 시장으로서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23일에 염태영 시장 약속지킨다.

 

원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세 곳의 시장들이 약속을 했다. 투표율이 높을 경우 춤 경연대회를 열 수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서울과 성남시장은 투표율을 77%로 잡았기 때문에, 두 곳은 77%에 미치지 못해 합동 ‘말춤공연’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무산이 되고 말았다.

 

트위터를 통해서 서울과 성남시장 등과 함께 말춤을 추겠다고

 

하지만 염태영 수원시장은 본인이 약속한데로 모든 것을 지킨다고 한다. 염태영시장은 23일 오후 1시30분 수원역 광장에서 열리는 '사랑의 몰래 산타' 발대식과, 같은 날 오후2시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10구단 서포터스 창단대회에서 프리허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오후 3시 30분 리젠시호텔에서 열리는 외국인 주민 한국문화체험 큰잔치에서도 프리허그를 한다.또 말춤은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10구단 서포터스 창단대회와 31일 밤 행궁광장에서 열리는 제야행사에서 추게 된다.

 

 

염태영 시장은 "지난 19일 대통령 선거 시 우리시 투표율이 75%가 넘으면 말춤도 추고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하니 노래와 춤 솜씨가 부족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시민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프리허그를 하고 말춤을 춘다고 하자, 이 글들은 SNS를 통해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나저나 염태영 수원시장님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셨으니, 23일에 볼만한 구경꺼리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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