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민족이라고 한다. 그리고 문화대국이라고 한다. 무엇이 문화대국이고, 무엇이 문화민족인지 잘 모르겠다.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도 왜 우리가 문화민족이고, 문화대국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적어도 문화대국이라면 기본적인 문화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동의 문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문화의 가장 기본은 사회예의 범절이다. 그러나 그 예의조차 모르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문화민족이고 문화대국일까? 공중도덕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문화민족, 문화대국을 따진다는 것이 부끄럽다. 기본적인 한글조차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문화를 따질 것인가?


담배꽁초, 마시다 남은 커피 등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안내판과, 앞에 버려진 꽁초와 커피흔적(휴대폰으로 촬영해 화질이 좋지가 않다)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어느 지역을 간 후 그곳에서 다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그러다가 보니 좀 멀리 나갈 때는 고속버스가 제격이다. 한 번 답사를 나갈 때마다 몇 번씩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것도 답사를 하면서 재미로 삼고 다닌다.

여주 쪽의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음성휴게소를 들렸다.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우연히 화단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입간판이 하나 서 있고, 이런 글씨가 적혀 있었다. ‘꽃은 싫어해요. 커피,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버리지 마세요.‘ 라는 글귀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화단 주위에 쏟은 커피며 담배꽁초, 심지어는 먹다 남은 커피를 담은 종이컵을 그대로 버려두었다. 바로 옆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분류수거 통이 있는데도, 그냥 꽁초를 버리고 커피를 버린 것이다. 흡사 그 글을 보고 일부로 그렇게 흘리고 버린 듯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담배꽁초며 커피를 마시다가 버렸기에, 이런 글까지 적어 놓았을까?

기본적인 규범도 안 지키면서 문화국민이라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기본적인 질서라는 것이 있다. 이 질서는 규범을 지키기를 요구한다. 그런 규범이란 사람이 지키지 못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지킬 수가 있고, 약간의 행동을 억제할 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공공연하게 어기면서 사는 사람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앞에는 커피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적어 놓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젓이 꽁초를 버리고, 커피를 흘려놓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조차 힘들었을까? 이런 글을 적어 놓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 문구 앞에 담배꽁초가 널려있고, 쏟은 커피 자국이 지저분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과연 문화대국이고 문화국민일까?


마시다 남은 커피잔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주변은 커피를 버린 흔적으로 더럽게 얼룩이져 있다. 그 바로 옆에는 쓰레기 분류 통이 있었다.

이런 무관심이 문화재 훼손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기본적인 사회질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 전국에 있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문화재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고, 낙서를 하고, 단단한 끌 같은 것으로 파 놓고. 거기다가 심지어는 문화재를 훼파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행동을 우리는 내 것이 아니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언젠가 문화재 답사를 하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 문화재 옆에 버려진 쓰레기를 들고, 조소에 찬 비웃음을 흘리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을 본 적이 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날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만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심정이란 정말 딱 ‘부끄러워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것이 말 그대로였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문구를 써 붙였다는 것이 부끄럽다. 제발 조금만 움직이면 해결 할 수 있는 일을,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릉 시내를 벗어나 경포로 나가는 길목에 보면, 좌측에 초당 두부집들이 몇 채가 보인다. 그 두부 집들 사이에 보면, 낮은 구릉위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정자 한 채가 있다. 바로 보물 제183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해운정(海雲亭)’이다. 해운정은 말 그대로 바다와 구름(물안개)을 볼 수 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붙인 명칭인 듯하다.

해운정은 조선 상류주택의 별당 건물이다. 처마를 높여 경포호를 보기에 막힘이 없게 하였고, 그 높임처마가 해운정의 전체적인 건축미를 돋보이게 만든다. 해운정은 조선 중종 25년인 1530년에, 어촌 심언광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지은 정자이다. 이 정자는 강릉지방의 현존하는 옛 건조물로서는 오죽헌 다음으로 오래 된 건물이다.


문화재를 자주 찾는 이유

해운정은 벌써 10여 차례나 들려보았다. 이렇게 해운정을 많이 들리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이다. 나는 일 년이면 70여일을 현장을 다니면서 문화재 답사를 한다. 그렇게 답사를 하는 중에도 들렸던 길을 다시 지나칠 때면, 반드시 거쳤던 문화재를 다시 둘러보고는 한다. 물론 한 번 들린 곳을 다시 찾는 시간이면, 더 많은 곳을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는 것은, 단순히 문화재를 소개만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다시 들리면서 자료를 만들어 두는 것은, 그동안 문화재에 이상은 생기지 않았는지. 혹은 문화재가 사라지거나 훼손이 되지는 않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렇게 조사를 하면서, 비교, 분석해 글을 쓰는 것이 바로 올바른 문화재 답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인가 처음 찾았을 때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명색이 보물인데 뒤편에는 누군가 담배꽁초를 잔뜩 버려놓았고, 빈 담배 갑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거기다가 불에 끄슬린 자국이며 온통 여기저기 훼손된 모습들이, 도저히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마음 아픈 글을 올렸고, 얼마 후에 다시 가보니 말끔히 수리가 되고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난 취미 생활로 답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믹시에서 ‘믹시 파워블로거’를 선정한다고 지금 한창 투표 중이다. 그 중 부끄럽게도 본인도 취미생활 5명 중에 선정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난 그 취미생활이 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영광이 아니라 치욕이라는 생각이다. 난 파워블로거도 아니다. 사실 파워블로거란 말조차 나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파워블로거라는 말이 생겨났나보다. 그러나 난 그 파워블로거라는 존재감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단 생각이다. 파워블로거와 일반블로거, 무엇이 다른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 그저 우리 문화재를 답사하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문화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내가 다음 뷰에 문화재 답사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한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답사란 때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산을 오르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온몸이 깨지고 멍드는 것은 기본이다. 가끔은 내가 무엇 하러 이 짓을 하는가 하고 반문도 해본다. 그러나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이렇게라도 지켜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 하나로 답사를 다닌다.

그렇게 오직 우리 문화재를 만나보고, 그것을 알리고, 때로는 문제점을 살펴 그것을 밝힌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을 알리고 나면, 곧 그 문제점이 시정을 되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시간과 막대한 경비를 들이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 문화재 답사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죽어가는 글이라는데 있어, 더 이상은 답사기를 송고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문화재 답사를 취미생활로 분류를 해 놓다니. 차라리 문화, 연예가 한결 낫다는 생각이다.

당신네들이 문화재답사가 취미생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아니다. 당신네들은 그저 문화재 답사라는 것이 시간이 남아돌아 하는 짓거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평생을 이 짓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이젠 편안하게 그나마 문화재 답사 글을 꼼꼼히 읽어 주는 곳을 찾았다는 것에 위로를 삼아야 할 때인가 보다. 오늘은 막걸리라도 한 잔해야 이 기분이 풀릴 것 같네.


 

참 그동안 세상을 헛살았다는 반성을 해본다. 바람이 찬 방에서 괜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그동안 세상을 살아 온 것에 대한 뼈저린 후회를 하게 만든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는 답은 ‘나이가 먹긴 먹었구나.’하는 대답이 맞을 것이리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달려가 무릎이라도 꿇고 펑펑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다. 왜 그토록 긴 시간을, 한 번도 내가 정말로 불효자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매번 효가 어쩌고저쩌고 입만 벌리면 떠들어 대던 내가 아니던가.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얼마나 불효를 하고 있는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효를 깨우쳐주는 구례 화엄사 효대에 있는 사사자삼층석탑. 몇 번이고 찾아갔으면서도 반성을 하지못했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를 하다니


날이 춥다. 이 추운 날에 괜히 날이 춥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런 추운 날씨에 좀 더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고 살았다. 그런데 곰곰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는 생각이다. 그 추운 날 부모님들은 어떻게 사셨을까?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보아서 늘 감싸주셨다. 그런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고 살았다.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변한다.”고 한다. 주변에 지인들이 요즈음 왜 그런 말을 자주 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죽을 때가 되었거나, 나이가 먹었거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고통스럽다가 보니, 그 고통보다 몇 배나 더 힘든 고통을 참아가며 살아오셨던 분들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닥쳐보아야 안다고 했던가? 이제 와서 때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일까? 참 무던히도 속을 썩여드렸다. 하라는 것은 마다하고 내가 좋아라 하는 일만을 고집스레 해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아무리 철이 없는 나이였다고 하지만, 좋은 직장을 말 한마디 없이 그만두고 나와 방황을 한 것이 30년 세월이 지나버렸다.



뒤늦은 후회, 그러나 눈물을 닦아줄 부모님은...


이제 나이 60이 넘어서 그토록 모자란 세월을 살았다는 것을 후회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속으로 통곡을 한들 어찌 할 방법이 없다. 그 통곡을 들어줄 분도,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분들도 안계시니. 참 바보스럽게 세상을 살아왔다는 것을 후회해보지만, 이렇게 때는 늦어버렸다는 것에 머리를 쥐어뜯고만 싶다.


음력으로 내일이면 한 해가 저문다. 늘 음력의 생활에 젖어있는 나로서는, 2월 3일 설날이 오기 전인 내일이라도 아버님 묘역을 찾아보아야겠다. 그곳에서 지난 시간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잘못이라도 빌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가지 내가 살아 온 세월이 정말로 무의미해진다는 생각이다.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그런 생각이 아니다. 그저 몇 날이 남았거나 이제는 달리 살고 싶다. 부모님만이 아니라 그동안 나로 인해 작은 상처라도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 모두에게 잘못을 빌고 싶다. 올 한해는 그렇게 살고 싶다. 입을 다물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 설을 맞이하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부모님께조차 불효를 한 주제에, 무슨 말을 할 자격이나 있을까? 허허로운 마음 하나 짊어지고 가면 될 것을.


온 나라가 난리가 난 듯하다. 구제역은 올 설 연휴가 고비라고 한다. 사람들은 구제역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교통이 번잡한 곳은 한 개 차선만 열어놓고 방역을 하기 때문에, 차가 있는 대로 늘어선다. 그래도 고통 받는 농촌을 생각하면, 그런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가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불평일 수 밖에 없다. 제대로 초기대응을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금은 이제 그런 불평조차도 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290만 마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수많은 소와 돼지가 살처분이라는 방법으로 산채로 땅 속에 묻혔다. 죽은 것이라도 묻었다면, 그렇게 처참한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이번 설에 무슨 사단이라도 날 것처럼 전전긍긍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설 연휴에, 얼마나 많은 구제역이 여기저기로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흙과 나무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쌓아 놓았다

난 문화재 답사를 하러 왔을 뿐인데요.”

경상북도 영주로 향했다. 이천에서 차를 타고 문경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예천을 거처 영주에 도착을 했다.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 877번지에는 중요민속자료인 괴헌고택이 있다. 괴헌고택을 둘러본 후, 인근에 있는 문화재를 답사하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앞에 방역을 하고 있는 초소가 나타난다. 소독약을 잔뜩 뒤집어 쓴 후 안으로 들어가려니, 길을 모래를 쌓아 막아 놓았다.

안으로 못 들어가나요?”

저길 지나야 하는데 어떻게 하죠
?”
영주로 나가서 다시 돌아가세요
.”
그곳은 갈 수 있을까요
?”
그건 모르죠. 돌아가 보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
, 문화재 답사를 하려고요

참 답답한 양반이네. 지금 구제역으로 인해 모두 죽기 살기로 난리인데, 무슨 문화재 답사를 한다고
...”

듣고 보니 딴은 그렇다. 남들은 구제역을 막는다고 도로에 바리케이드까지 설치를 하고 있는 판국에,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있는 내가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을 했을까? 괜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뒤돌아 나올 밖에. 지금 설 연휴를 맞이하여 마을에 변고가 생길까봐, 이렇게 주야를 가리지 않고 난리들을 치고 있다.



뚫리면 그만이다. 방법이 있다면 막는 일 뿐

마을에서 돌아 나오다가 보니 내림삼거리에 이산서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왕 답사를 나온 길이니 서원이라도 들려보려고 도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에는 타이어와 흙더미, 차량 등으로 길을 막고 있다. 앞에는 돌아가라는 표지판이 있다. 다시 돌아 나와 옆길로 접어들었다. 이곳도 폐쇄가 되어있다. 어디를 가도 길을 지날 수가 없다. 마을로 들어가는 모든 진입로들은 흙더미를 쌓아놓고 지키고 있다.

여기저기 몇 군데 길을 돌아보았지만 마찬가지이다. 모두 흙으로 길을 막고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고생들 하시네요. 날도 추운데

설에는 어떻게 하세요
?”
지금 설이 문젠가요. 설날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도 마을 진입을 막아야하는데 걱정입니다

정말 큰일이네요

, 방법이 없어요. 무조건 출입을 막는 수밖에. 뚫리면 그만인데요
.”


마치 전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듯하다. 길이라는 길은 모두 폐쇄가 되었고, 안으로 들어가는 차량들은 여기저기 빠짐없이 소독을 한다. 그런 연후에도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이번 설 연휴는 징검다리 연휴라고 한다. 그만큼 연휴 기간이 길다. 그래서 구제역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늘어난다. “설 연휴만 넘기면 수그러들 것 같아요스스로 위로를 하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전주는 요즈음 시내버스가 파업 중이다. 벌써 한 달이 지난 듯하다. 시내를 나가지를 않으니 버스를 탈 일이 별로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시에서는 해결책으로 전세버스를 긴급 투입하고는 있지만, 그도 버스가 운행을 하는 때만 못하다. 예전에 20분이면 오던 버스가,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날씨까지 추운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발을 동동거리며 차를 기다리다가 보면
, 괜한 성질도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성질을 참고 있는데, 옆에서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내 자식이지만 정말 밉구먼.’이라니. 처음에는 버스가 자주 안다녀 불편하시다는 이야기를 하고 계시기에, 아드님이 버스 기사분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방역을 하기 위해 하루종일 마을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휴대폰사진) 

구제역으로 자식 얼굴 보기를 포기하다

구제역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를 않는다. 뉴스에서는 해당부서 장관이 나와 구제역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한다. 온 나라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에, 조속히 마무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어안이 멍멍하다. 그렇게 조속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 왜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사람의 애를 태운 것인지 모르겠다.

나야 축산업자도 아니고, 구제역에 대한 지식도 무지하다. 그저 구제역이라는 것이 네 굽을 가진 짐승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정도만 알뿐이다. 그 구제역 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가는 곳마다 방역을 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운다. 예전보다 참 오랜 기간 동안 구제역이 창궐을 하고, 수많은 소, 돼지들이 살아있는 대로 땅에 묻혔다. 지하수에서도 핏물이 섞인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무엇이 어찌 되어가는 것인지, 정말로 하루하루가 불안스럽기 만한 요즈음이다.

호남과 제주도만이 청정지역이라고 한다. 이번 설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귀향을 하면서, 구제역이 이곳에도 화를 미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죽하면 명절인데도 고향을 떠나 외지에 나가있는 자손들을 향해, ‘이번 명절에는 제발 고향에 내려오지 마라. 절대로 와서는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일까?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준 행동은 해외여행

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 갸갸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구먼.”
그래도 소 몇 마리 살리려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지 어미애비 속 아픈 줄도 모르고 그런 델 가야 혀

그럼 고향에도 못 오는데, 해외라도 나가면 고향에 와서 부모 못 보는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가 보지 멀 그려

암튼 철이 없어. 부모들은 가심을 조이고 있는데, 해외여행이 당키나 헌 것이여. 내 자식이지만 정말로 밉구먼
.”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이번 명절은 징검다리 명절이라고 한다. 길게는 일주일 정도를 쉬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제역으로 인해 외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손들에게, 고향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한 모양이다. 자손들이야 그런 시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이라도 하겠다는 것이고. 부모님들이야 어렵게 살림살이를 하면서 집안에 식구처럼 살아 온 가축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그런 시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자손들에게 마음이 아프신 것이다.

이번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커다란 짐을 꾸려 줄을 서서,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구제역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소를 짓게 만들었나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모든 일들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한편에서는 좋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꼭 한 가지는 부탁을 하고 싶다. 아무리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제발 이웃의 아픔을 조금만 이해를 하고 살자는 것이다. 내가 아프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자칫 나에게도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일이다. 구제역으로 인해 고향을 가지 못해 마음이 아픈 자손들이나, 혹 불똥이라도 튈까봐 절대로 내려오면 안 된다는 어른들. 그 마음을 조금만 이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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