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내를 벗어나 경포로 나가는 길목에 보면, 좌측에 초당 두부집들이 몇 채가 보인다. 그 두부 집들 사이에 보면, 낮은 구릉위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정자 한 채가 있다. 바로 보물 제183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해운정(海雲亭)’이다. 해운정은 말 그대로 바다와 구름(물안개)을 볼 수 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붙인 명칭인 듯하다.

해운정은 조선 상류주택의 별당 건물이다. 처마를 높여 경포호를 보기에 막힘이 없게 하였고, 그 높임처마가 해운정의 전체적인 건축미를 돋보이게 만든다. 해운정은 조선 중종 25년인 1530년에, 어촌 심언광이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지은 정자이다. 이 정자는 강릉지방의 현존하는 옛 건조물로서는 오죽헌 다음으로 오래 된 건물이다.


문화재를 자주 찾는 이유

해운정은 벌써 10여 차례나 들려보았다. 이렇게 해운정을 많이 들리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이다. 나는 일 년이면 70여일을 현장을 다니면서 문화재 답사를 한다. 그렇게 답사를 하는 중에도 들렸던 길을 다시 지나칠 때면, 반드시 거쳤던 문화재를 다시 둘러보고는 한다. 물론 한 번 들린 곳을 다시 찾는 시간이면, 더 많은 곳을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는 것은, 단순히 문화재를 소개만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다시 들리면서 자료를 만들어 두는 것은, 그동안 문화재에 이상은 생기지 않았는지. 혹은 문화재가 사라지거나 훼손이 되지는 않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렇게 조사를 하면서, 비교, 분석해 글을 쓰는 것이 바로 올바른 문화재 답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인가 처음 찾았을 때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명색이 보물인데 뒤편에는 누군가 담배꽁초를 잔뜩 버려놓았고, 빈 담배 갑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거기다가 불에 끄슬린 자국이며 온통 여기저기 훼손된 모습들이, 도저히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마음 아픈 글을 올렸고, 얼마 후에 다시 가보니 말끔히 수리가 되고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난 취미 생활로 답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믹시에서 ‘믹시 파워블로거’를 선정한다고 지금 한창 투표 중이다. 그 중 부끄럽게도 본인도 취미생활 5명 중에 선정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난 그 취미생활이 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영광이 아니라 치욕이라는 생각이다. 난 파워블로거도 아니다. 사실 파워블로거란 말조차 나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파워블로거라는 말이 생겨났나보다. 그러나 난 그 파워블로거라는 존재감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단 생각이다. 파워블로거와 일반블로거, 무엇이 다른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 그저 우리 문화재를 답사하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문화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내가 다음 뷰에 문화재 답사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한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답사란 때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산을 오르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온몸이 깨지고 멍드는 것은 기본이다. 가끔은 내가 무엇 하러 이 짓을 하는가 하고 반문도 해본다. 그러나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이렇게라도 지켜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 하나로 답사를 다닌다.

그렇게 오직 우리 문화재를 만나보고, 그것을 알리고, 때로는 문제점을 살펴 그것을 밝힌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을 알리고 나면, 곧 그 문제점이 시정을 되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시간과 막대한 경비를 들이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 문화재 답사가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죽어가는 글이라는데 있어, 더 이상은 답사기를 송고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문화재 답사를 취미생활로 분류를 해 놓다니. 차라리 문화, 연예가 한결 낫다는 생각이다.

당신네들이 문화재답사가 취미생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난 아니다. 당신네들은 그저 문화재 답사라는 것이 시간이 남아돌아 하는 짓거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평생을 이 짓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이젠 편안하게 그나마 문화재 답사 글을 꼼꼼히 읽어 주는 곳을 찾았다는 것에 위로를 삼아야 할 때인가 보다. 오늘은 막걸리라도 한 잔해야 이 기분이 풀릴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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