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수원천 천변 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이 늘어났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기위해서는 걷기만큼 좋은 운동은 없을 듯하다. 그것도 수원의 심장부를 흐르고 있는 수원천의 천변은 아무래도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일 수밖에. 더구나 수원을 찾은 관광객들도 선호하는 것이 수원천 천변 산책로이다.

 

18일 오후 시내에서 일을 보고 난 뒤 일부러 수원천을 걸어보았다. 한 겨울 가뭄으로 인해 물이 줄어 든 수원천의 물이 고이는 곳곳에는 바람에 날려 온 쓰레기들과 물이끼가 파랗게 끼어있다. 광교공원까지 걸으면서 수원천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니, 그만 낯이 뜨거워진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각종 쓰레기들과 누군가 갖다버린 봉지에 가득한 쓰레기까지.

 

 

널린 쓰레기 사람들도 외면해

 

일부러 광교공원으로 올라가 수원천을 따라 걸어보았다. 주변에서 날아온 쓰레기도 문제지만 그보다 누군가 이곳에 쓰레기를 투기한 것들도 있다. 다리 밑에는 불이라도 놓았는지 돌에 그을린 자국도 있다. 돌 위에는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죽어있고, 수풀 속에는 새의 시체도 보인다.

 

요즈음 고병원선 AI‘H5N8’ 때문에 수원의 서호공원도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터에 새의 죽은 모습을 보면서 수원천 천변 길을 걷는 사람들도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행궁동에 산다는 경아무개(, 43)

저 새는 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방치를 해 놓으면 보기도 안 좋은데, 여기저기 너무 심하게 쓰레기들도 쌓여있고, 정말 보기 흉하네요.”

 

 

부끄러운 수원시민의 자화상

 

연무교 밑을 지나보니 물속에 누군가 치성을 드리고 두고 간 것 같은 양초 더미가 있다. 정월이 되면 많은 무속인들이 물가를 찾아 치성을 드리는데, 저렇게 치우지도 않고 두고 가버렸다. 주변에 마른 건초더미가 수북한데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향교 쪽으로 내려오니 비닐봉지 안에 가득한 쓰레기가 보인다.

 

누가 저런 짓을 한 것일까? 주변 쓰레기 집하장에서 바람에 날아오는 쓰레기들과 전단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도 볼썽사나운데, 저렇게 쓰레기를 몰래 투기하고 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일까? 부끄러운 수원시민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검은 비닐봉지 안에 있는 것은 모두 쓰레기들이다.

 

 

물이 줄어들어 수원천의 물이 고이는 곳에 생겨난 시퍼런 물이끼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렇게 몰래 쓰레기까지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니, 풀린 날에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쓰레기봉투가 사기 싫으면 제대로나 처리를 하던지 저렇게 몰래 갖다버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참 이런 모습을 보면 외지에서 수원을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 낯이 부끄럽습니다.”

 

검은 봉지에 든 쓰레기를 주워서 들고 가는 한 시민의 말이다. 갈대숲에도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들이 보기에 안 좋다. 아직은 날이 다 풀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점점 수원천의 천변 길을 걷는 시민들이 많아질 텐데, 그 이전에 수원천에 널린 쓰레기들과 죽은 물고기들을 치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3월이 되면 또 많은 사람들이 수원을 찾아올 텐데,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속초는 행정구역상 고성군, 양양군, 인제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태백산맥의 주요한 산인 설악산으로부터 동쪽 방향으로 흐르는 세 하천에 의해 3분된다.

 

가장 북쪽에 있는 장천천이 영랑호로, 그 중간에 청초천이 청초호로, 제일 남쪽에 있는 쌍천이 동해로 유입된다. 이들 동서방향의 하천은 각각 작은 유역 분지를 이루게 되고 산지에서 많은 흙과 모래를 운반하여 하구에 퇴적시키고, 흙과 모래의 일부가 동해의 연안류를 따라 흘러가다가 하구 입구를 메워 영랑호와 청초호 등의 자연 호수를 이루었다.

 

동서로 발달한 이들 하천은 동서방향의 인구 이동에는 유리하지만 남북 간의 이동에는 별로 유리하지 않았다. 남북 간의 이동은 육로로 이들 유역분지를 넘어 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동해안의 연안류에 의하여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였다. 따라서 속초지역은 농업 지역의 확대와 함께 동서로 발달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하천의 근원지인 설악산은 태백산맥 줄기 중 최고봉인 대청봉(1,708m)이 남서 경계에 위치하고, 마등령·화채봉·칠성봉 등 높이 1,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들이 서부와 남부의 자연적 경계를 이루고 있다. 설악산은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계곡의 맑은 물과 수많은 폭포 및 숲, 그리고 신흥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 등이 조화를 이루어 사철 경관이 뛰어나다.

 

 

이러한 지형적 여건은 지역의 중요한 문화기반이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속초 문화를 규정짓는데 있어 지형적 여건은 그 어느 것보다도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은 농경문화와 어촌문화, 산촌문화를 생산해 내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수령 500년의 천연기념물 설악동 소나무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20 일대, 신흥사로 들어가는 길목 좌측에 보면 노송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51호로 지정 된 속초 살악동 소나무이다. 이 소나무는 속초에서 설악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으며, 나이는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설악동 소나무는 높이 16.5m, 둘레 4.03m의 크기로 지상 2m에서 분지한 큰 가지 2개는 고사했고 지상 8m에서 크게 2개의 가지로 갈라져있다. 나무의 밑동에 돌을 쌓으면 오래 산다는 전설이 있어서인지 나무밑동 근처에는 돌이 많이 쌓여 있다. 전설을 믿고 사람들이 근처에서 가져다가 쌓은 돌이다.

 

설악동 소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나무로서의 민속적 가치와 함께 오래되고 큰 나무로서 생물학적 보존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주변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덮여있어

 

이 소나무에서 설악산 신흥사 방향으로 올라가다 좌측을 보면, 가을에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이다. 붉은 단풍이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까지 가을에 전국을 다니면서 수많은 단풍을 보았지만, 이곳의 단풍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단풍은 보지 못한 듯하다.

 

흡사 붉은 물감을 그대로 숲에 던져버린 듯한 붉은 숲. 이런 단풍이 있어 가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가 보다. 설악동의 단풍, 푸른 소나무의 싱그러움을 보았다면, 조금 위에 붉은 단풍의 열정을 만난다. 그래서 설악산은 늘 좋은 곳으로 내 기억 속에 있는 것인가 보다.

 

 

설악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아디일까?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천불동과 금강굴, 그리고 울산바위를 먼저 떠올린다. 그 중에서도 울산바위는 3년 가까이 속초에서 생활을 하면서 늘 보아왔던 곳이다. 내가 묵던 곳은 소나무 숲이 있는 곳이다. 그 곳으로 난 산책길을 늘 걷고는 했는데, 그 위에 올라가면 울산바위가 바로 바라다 보인다.

 

물론 동해도 보이고 멀리 금강산의 줄기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울산바위만큼 자주 본 곳은 없을 듯하다. 매일 바라다 본 울산바위. 날마다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한다. 왜 설악산에 울산바위라는 바위 이름을 붙인 것일까? 전설이야 그렇겠지 하면서도 머리를 끄덕이는 것은, 그것이 울산바위이기 때문이다.

 

 

그 전설일랑 참 묘하게도 맞아 떨어지네

 

울산바위가 설악산 한 편에 커다랗게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소 산에는 모두 산신령이 있다. 물론 울산에 있는 산에도 있을 테고, 금강산에도 산신이 있아. 하루는 금강산에 산신이 금강산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전국 각처에 있는 산신들에게 사발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전국 각 처의 산신령들은 자신이 있는 산의 돌을 들고 와 금강산에 12천봉을 만들어 달라는 통문이다.

전국 각처에 있는 산신령들은 돌을 한 자루씩 들고 가 금강산에 봉우리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산까지 하면 일만 이천 개 뿐이겠는가? 산신령들은 각각 자신의 돌로 아름다운 봉우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12천봉이 다 완성이 되었다. 봉우리 조성을 마친 산신령들은 각각 자신의 산으로 돌아가고.

 

 

뒤늦게 도착한 울산 산신령

 

딴 곳의 산신령들이 다 봉우리 조성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는데, 한 여산신령이 치마폭에 돌을 가득 담아 끙끙대며 오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 어디서 오시는 산신령이십니까?”

, 저는 울산에서 오는 중입니다.”

늦었습니다. 이미 12천봉이 다 조성이 되었습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오다가 소피가 마려워 잠시 쉬었더니 그 동안에 다 완성이 되다니.”

 

 

울산에서 온 여산신령을 들고 온 바위를 다시 갖고 갈 수 없다고 그 자리에 놓고 갔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울산바위라고 한다. 울산의 여산신령이 늦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설악산에서 아름다운 울산바위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 금강산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울산바위를 보았겠지만.

 

불티 붙는 울산바위는 장관

 

전설이 재미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렇게 해서 설악산에 남게 된 울산바위. 울산바위는 언제나 보아도 아름답다. 사시사철 언제 보아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겨울의 울산바위는 그대로 설경이 아름답다. 봄에는 봄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아름다운 곳이다.

 

 

가을이 되면 울산바위는 불이 붙는다. 미시령 옛길로 가면서 만날 수 있는 울산바위는 불이 붙는다. 장관이 따로 없다. 내가 설악산을 즐겨 찾는 것도, 울산비위를 좋아하는 것도 그만큼 절경이기 때문이다. 흡사 바위 밑으로 불이 붙는 듯한 장관. 울산바위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절경을 볼 것인가? 그래서 깊은 가을이 더욱 좋다.

 

대장경축전이 열리는 가야산 단풍이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이번 한 주가 최고 절정에 이룰 것으로 보인다. 대장경축전장에서 해인사까지 일명 해인사 가는 길로 잘 알려진 붉은 계곡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 6.3km100리길이 온통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녹음이 짙던 자리엔 빨갛고 노란 단풍이 수놓았으며 가을 햇살에 단풍잎은 막바지 아름다움을 뽐내며 더욱 붉게 타들어 가고 있다. 가야산 19경 중 신라말기 최치원 선생이 말년을 보냈다는 농산정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낙화담을 비롯한 16개 명소가 홍류동을 따라 줄지어 있다.

 

 

가야산 소리길, 홍류동 계곡

 

이 곳 홍류동 계곡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몸속까지 느끼며 힐링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가야산 소리길'이란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홍류동 계곡의 단풍을 즐기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있다. 대장경축전장을 관람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진짜 대장경(대장경 진본 8)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축전장이기 때문이다. 또 대장경축전 입장권 하나면 가야산, 해인사 등 모두가 무료이고 차량을 축전장 부근에 두고 가볍게 움직여야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경축전장에서 세계 최초 전시되는 화엄경변상도 완질본 80점 등 축전장에서 관람과 체험을 즐기고 홍류문-농산정-낙화담-영산교를 이어지는 홍류동 계곡을 지나면 해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마애불과 암자비경 탐방도 병행해

 

 

암자비경 탐방도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해인사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가을 산사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해인사에서 가야산 정상으로 가는 중턱에 있는 120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마애불입상을 만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축전 기간 동안 수능을 위한 기도처로 각광 받았던 마애불입상 부처님의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올 해는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물 제222호인 합천 치인리 마애여래입상은, 해인사를 뒤편으로 돌아 가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옆의 바위에 돋을새김으로 조각했다. 높이 7.5m의 불상을 표현하였으며, 민머리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인 소발이 크고 높직하다. 미소가 없는 풍만한 사각형의 얼굴에는 날카로운 눈꼬리와 두꺼운 입술, 턱주름 등이 표현되었으며, 귀는 어깨에 닿을 듯 길고 목에는 3개의 주름인 삼도가 뚜렷하다.

 

어깨는 넓고 당당하여 얼굴과 함께 자신만만한 자세의 불상을 나타내고 있다. 양 어깨에 걸친 법의는 왼쪽 어깨에서 매듭을 지어 고리를 만들었으며, U자형으로 연 가슴에는 내의가 보이고 띠 매듭을 지었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엄지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맞대었고, 왼손은 검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려 가슴에 대어 손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손은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처리하여 생동감이 느껴진다.

 

머리 뒤에는 단순한 원형의 머리광배가 있을 뿐인데, 이를 지탱하는 자연광배가 신광의 구실을 함께한다. 얼굴과 두 손은 정교하게 조각한 반면 신체는 마치 돌기둥에 새긴 듯 옷주름을 간략하게 처리하였다. 이 불상은 각 부분의 표현이 힘이 있고 당당하면서도, 세부수법에서 세련된 면이 보여 9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마애불상으로 추정된다.(사진자료 / 대장경축전 홍보팀. 문화재청)

 

답사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린 공주 계룡산 갑사. 대전에 거주할 때부터 수도 없이 들렸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 들릴 때마다 이상하게 촉박한 시간이었던 터라, 경내조차 제대로 감상을 할 수 없었던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는 했다. 그래서인가 이번에는 곳곳을 돌아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갑사 일주문을 지나 이로 오르다가 보니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갑사구곡(甲寺九曲)이 있다는 것이다. 갑사구곡은 일제 강점기 때 윤덕영이라는 사람이 계룡산으로 들어와, 간성장이라는 별장을 짓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절경을 이루는 곳마다 구곡의 경물을 큰 바위에 새겼다는 것이다.

 

 

안내판에 적힌 절경 갑사구곡

 

갑사 구곡은 계룡산의 이름에 맞게 닭과 용을 주제로 장소의 정체성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주역의 이치에 맞게 아름다운 곳을 선정했다고 하는 갑사구곡은 다음과 같다.

 

1곡 용유소 - 용이 노니는 소

2곡 이일천 - 수정봉과 연천봉에서 발원한 물이 합수되는 곳

3곡 백룡강 - 우기에 물보라가 마치 흰 용이 꿈틀대는 것과 같은 모습

4곡 달문택 - 연못으로 배를 띄워놓고 풍류를 즐긴 곳

5곡 금계암 - 금계포란 또는 천조인 닭으로 새벽을 알림

6곡 명월담 - 달 밝은 밤 잔잔한 물 위에 비치는 달빛이 마치 하늘이 물속에 잠긴 듯함

7곡 계명암 - 계룡산이 처음 열릴 때 산속에서 닭이 날개짓을 하면 울었다는 곳

8곡 용문폭 - 자연 폭포인 높이 10m 정도의 폭포가 낙수치는 절경

9곡 수정봉 - 산봉우리가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백색을 띤 암석으로 된 바위산

 

 

계곡을 따라 오르다

 

이런 내용을 보면 은근히 회가 동한다. 아직까지 계곡 쪽으로는 한 번도 내려가 보질 못했다. 모처럼 계곡 안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본다. 흙길이라 그런지 발밑에 밟히는 감촉이 그만이다. 가끔은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지만, 설령 넘어져 무릎이 까인들 무엇이 대수랴. 길을 따라 갑사 쪽으로 걷다가 보니 옛날에 지은 건물이 보이고 계곡 위로 다리가 걸려있다.

 

걷기 시작하면서 바위만 열심히 찾아본다. 혹여 어느 바위에 갑사구곡을 적어 놓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리 위에서 위아래를 살펴보니 저만큼 아래 글자가 보인다. 이일천(二一川), 두 곳에서 내려오던 물이 합수가 되는 곳이다. 그곳에서 자연산책로를 따라 위로 오르면 보물인 철 당간을 만나게 된다.

 

 

갑사 대적광전 앞에 서있는 보물 갑사승탑을 둘러보고 난 뒤, 계룡산 등산로를 따라 가면 우측에 갑사를 지을 때 짐을 나르느라 희생이 된 소들을 위하는 승우탑이 서 있다. 그 앞쪽에 제5곡인 금계암이 보인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위로 오르니 수월암이라고 바위에 각자를 한 글씨가 보인다.

 

누군가도 이 경치에 반했다

 

아마도 윤덕영이라는 인물 말고도 이곳의 아름다운 절경에 반해 많은 사람들이 글씨를 새겨 넣은 듯하다. 수월암에서 위로 조금 오르니 간성장이라고 음각해 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은계(銀溪)라고 파 놓았다. 그리고 보니 처음 계곡을 시작하는 곳에도 똑 같이 간성장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아마도 그 처음의 자리가 윤덕영이 정자를 지었던 자리가 아니었을까? 암반 위를 구르는 계곡물이 마치 은처럼 맑아 보인다.

 

 

금계암을 벗어나 갑사 쪽으로 걷다가 등산로를 따라 용문폭포로 올라가는 길 우측 아래편 계곡 옆에 약사여래불입상이 서 있다. 그 계곡 위편 바위에 제6곡인 명월담이 새겨져 있다. 비록 9경중에서 찾아 낸 절경은 3경이지만, 이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시간을 내어 등산준비를 단단히 하고, 갑사구곡을 한 번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문화재답사를 갔다가 만난 갑사계곡의 절경. 맑은 물이 흐르는 그 계곡에 단풍이 드는 계절에 다시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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