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지라는 크지 않은 네모난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의 물로 구만리 뜰의 논에 물을 대어, 천하제일미라는 진상미인 이천 자채벼를 생산했다. 진상미인 자채벼를 생산하는 논을 서민들이야 갖고 있을 리가 없었다. 고려와 조선조의 대신들은 이 구만리 뜰 방죽 앞에 자채논을 갖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였다고 하니, 언감생심 서민들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여지도서』에는 이 방축의 둘레가 약 388m(1250척) 정도로 기록하고 있다. 안흥지는 이천시 미란다호텔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만 연못이다. 애련정기에 따르면 조선 세조 때인 1456년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안흥지가 처음으로 있던 시기를 지역에서는 통일신라 이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옛 기록에 보이는 애련정

 

‘애련정기(愛蓮亭記)’에 따른다고 했으니, 이곳에는 ‘애련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애련정기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수록되어 있는 임원준의 <애련정기>를 말한다. 또한 『이천읍지』에 보면 객사 남쪽에 정자가 있어, 그 창건 년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세종 10년인 1428년에 중건하고, 세조 12년인 1456년에 이천 부사로 취임한 이세보가 지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애련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으니 「이천 객관 동쪽에 작은 정자가 있었으나 돌보지 않아 기울어져 있었다. 이세보가 이 정자를 수리하여 전보다 더 크게 세웠다. 정자는 낮지도 높지도 않고 사치스럽지도 않다. 정자 아래는 자연습지였는데,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역대에 왕들도 찾았던 유서 깊은 정자

 

결국 애련정은 그 이전부터 있었고, 자연습지였다는 것을 보아 방축의 기능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애련정은 영의정 신숙주가 정자이름을 <애련정>이라 지었다고 한다. 연꽃이 핀 경치가 좋아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역대의 왕들이 이 애련정에 들렸음을 기록하고 있다.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 능인 영릉에 참배를 하고 돌아가던 중종은 이곳에서 노인들을 위한 연희를 베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숙종과 정조 등이 이곳에 들렸다. 중종 23년(1528), 숙종 14년(1688), 정조 3년(1779)에 영릉에 들려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던 왕들이, 이천행궁에 들려 연꽃이 아름답게 핀 애련정을 돌아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월산대군과 조선조의 대문호 서거정의 글도 보인다

 

이러한 애련정은 1907년인 순종황제 원년에 일어난 정미의병 때 일본군이 이천읍내에 483가구를 불태웠는데, 당시 애련정도 소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애련정은 1998년 이천시가 애련정기 등을 기반으로 복원한 것이다.

 

애련정의 이야기를 되살려

 

지금의 애련정은 안흥지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안흥지의 중간에 인공 섬을 만들고 양편에 구름다리를 놓았다. 예전의 애련정은 어떠했는지 모습을 찾을 길이 없으나. 지금의 애련정을 보면 연못에 핀 연꽃이며, 유유히 유영을 즐기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경치가 남다른 풍광을 자랑했을 것이다.

 

당시 이곳에 들린 월산대군 이정(성종의 형) 서거정, 조위 등이 애련정에 올라 글을 남겼다고 했고, 임원준과 김안국의 애련정기와 애련루기는 지금도 전해진다. 애련정을 처음 찾아간 것은 2002년 10월이었나보다. 당시에도 아름답다고 느낀 애련정이었지만, 찾아갈 때마다 애련정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

 

 

 

이천 시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애련정은 주변이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유영을 즐기고 있고, 사람들은 이런 애련정에 올라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고 있다.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한 곳을 여러 번 찾아가는 것은, 달라진 점이 있지나 않을까해서다.

 

애련정처럼 보기 좋게 달라져 기분이 좋은 곳도 있으나, 어떤 문화재는 훼손이 되어 안타깝기도 하다. 두세 번 반복해서 찾아가는 것도 우리문화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공 섬 위에 올라앉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애련정. 그 정자에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지 못함이 아쉽다. 언젠가는 정자이야기를 책으로 쓰면서, 그 많은 이야기를 다 풀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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