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일 찾아간 수원 제일교회. 그 종탑에 올랐다. 참 길고 긴 작업이었다고 한다. 벌써 1년이란 기간을 작업에 몰두했다.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수원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제일교회의 종탑은 7층부터 시작된다. 그 중 8층부터 10층까지 3개 층은 노을빛 갤러리, 그리고 11층부터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13층 문 밖에 노을빛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수원 팔달산의 일몰과 수원의 야경은 가히 압권이다. 몇 번을 올라가 보았지만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느낌이 다르다. 우선은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수원의 야경은 아름답다. 노을빛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야경, 그리고 설경 등, 어느 것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곳이다.

 

지난 달 찾아갔을 때는 한창 마무리 작업중이었다 


 

이렇게 전망에 좋은 노을빛 전망대로 오르는 길목. 8층 중앙에는 전망대로 오르는 둥근 형태의 입구의 있다. 이 입구 외벽에 축성도가 그려졌다. 1년 넘게 유순혜 작가에 의해 그려진 축성도가 완성이 된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축성도에는 모두 1,200명이 넘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갤러리 8층에 조성 된 화성 축성도는 명물

 

유순혜 작가는 오랫동안 KBS에서 그림을 그려왔다. 유 작가는 지동의 음습하던 골목길을 바꾸어 놓은 장본인이다. 골목길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열어놓았다.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끄떡하면 골목에 자리를 편다. 그림이 있는 벽화골목에서 삼겹살을 굽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까맣게 잊고 있었던 우리네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 낸 것이다.

 

 

공동체, 우리에게는 공동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외래의 문물에 찌든 삶을 시작하면서 공동체는 사라지고, 그곳에는 나만이 존재했다. 그런 아집과 편견이 가득한 사람들을 다시 한자리로 불러 모은 것이다. 그 정점에 이제 노을빛 전망대의 새로운 명물 화성 축성도가 완성이 된 것이다.

 

제각각 다른 인물들을 묘사해

 

95(), 오후 5시에 이 축성도가 개막을 한다고 한다. 미리 완성된 축성도를 찾았으나, 보존을 위해 벽면 전체를 감싸놓았다. 행여 개막을 하기 전 사람들이 훼손을 할까보아서라고 한다. 그래도 이리저리 돌아보니 대충 윤곽은 알아볼 수가 있다. 이미 감싸 놓은 것을 풀어달라고는 할 수 없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네모 선 안이 신나게 장단을 두드리는 사람들. 붉은 원 안은 눈이 하트이다. 한 마디로 뿅 간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림 안에 있는 내용 때문이다. 그림 속에는 별별 재미있는 것들이 다 들어있다. 하긴 화성을 축성할 때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성을 쌓기 위해서 한 자리에 모였고, 그들의 주변에는 더불어 사는 장사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을 것이다.

 

성돌을 나르고, 거중기를 이용해 큰 돌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기본이다. 그 중에는 한량들도 끼어 있었을 테니, 그들이 이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그래서 맷돌이 타악기가 되고, 빗자루는 현악기가 됐다. 그 주변에는 오빠부대가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그 중에는 눈이 하트로 변한 아가씨도 있다. 보면 볼수록 웃음보가 터진다.

 

 

재미있게 묘사한 그림들, 명물이 될 듯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별별 그림들이 다 있다. 남들은 한창 축성을 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그 한편에 있던 무 하나를 들고 도망을 가는 남자도 있다. 당연히 장용외영의 군사들이 칼을 빼들고 쫒아가고. 그 옆에는 마누라인 듯 등에 무를 지고 도망을 치다가 무 하나를 그만 흘려버렸다. 부부절도단이라고 한다.

 

1,200명이나 되는 인물들은 각각 하는 일들이 다 드리다. 표정과 하고 있는 모양새도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이 그림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95일 오후 5시에 이 축성도가 제막을 하고나면, 입구 7층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난 이후 일반에게 개방을 한다는 것이다.

 

 

종탑이고 나선형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노인들이나 아이들은 위험도 따른다. 그래서 안내 도우미들도 양성할 계획이다. 9월에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는 생태교통 수원2013에 맞추어 제막식을 갖는 화성 축성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또 하나의 수원 명물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지동 고성주씨 초복마다 삼계탕으로 어른 공경

 

지동이란 마을은 참 흥미롭다. 그렇게 잘 사는 동네도 아니건만, 인정 하나는 샘 솟듯 하는 마을이다. 매년 초복 날이 되면(올해는 7월 13일), 지동에 사는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호인 ‘경기전통굿연구원’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고성주씨(남, 57)의 집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매년 초복 때 잔치를 열기 때문이다.

 

이른 시각인 새벽 5시부터 집안을 정리한 후, 곧바로 삼계탕에 들어갈 육수를 끓인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닭 100마리를 삶아낸다. 오늘은 지동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 100분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11시가 조금 지나자 어르신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주변 주민들 중에는 이럴 대마다 찾아와 봉사를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매년 경로잔치 등도 열어

 

고성주씨는 신(神)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춤과 소리를 문화재급 선생님들한테 학습을 받았지만, 그 길을 걷지 못하고 17세에 신이 내렸다. 그 뒤 매년 남을 위하는 잔치 등 공연도 하고 있다. 자신이 가르친 춤 제자들과 함께, 경로당 등을 순회하면서 노인위문공연을 하고 있기도.

 

그것뿐이 아니다. 매년 한 차례 집에서 경로잔치를 연다. 이렇게 잔치를 열 때는 춤도 추고, 소리도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제자들과 동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 집에는 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는다. 자신이 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고성주씨. 이제는 나눔이라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고 한다.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마을의 어르신들은 맛있는 삼계탕 하 그릇씩을 드실 수가 있게 되었다.

“고선생은 참 본 받을 만한 사람이죠. 매년 이렇게 동네잔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은데, 언제나 어르신들을 살갑게 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야 한 그릇 와서 잘 먹고 간다고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이 더위에 말이죠.”

 

지동에 사시는 한 어르신이 하는 말씀이다. 늘 이곳에 와서 복다림을 하고 가신다는 이 어르신은, 그래서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고 호탕하게 웃으신다.

 

 

따듯한 마음이 넘치는 곳, 지동.

 

“아버님 술 한 잔 드실래요?”

“아니, 그냥 이 삼계탕 한 그릇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요.”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누구에게나 정감이 가는 말투이다. 그렇게 바깥, 거실, 지하연습실 등에 마련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진 삼계탕 한 그릇씩을 드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시는 어르신들이다.

 

“지금 우리는 어른 공경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그분들이 젊으실 때 그 수많은 고생을 하시지 않으셨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히 살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당연히 대접을 받아야 하고, 저희들은 그런 우리 부모님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드릴 것을 찾아보아야죠. 어른 공경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요.”

 

 

여기저기 음식을 나르랴, 어르신들께 필요한 것을 갖다 주랴 옷이 땀으로 다 젖었다. 그래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단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매년 이렇게 나이를 먹은 저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고성주 선생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 그릇을 다 드셨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돌아서시는 어르신들. 매년 이렇게 이어가고 있는 따듯한 마음이 있는 곳, 지동마을. 이렇게 따듯한 마음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지동이라는 곳은 참 살만한 마을이다.

 

지난 6월 21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 제일교회 1층 세미나실에서는 지동 주민들과 이재준 수원시 제1부시장과의 간담회가 열렸었다. 이 자리에서 지동 마을계획단의 유지현 14통장은

“우리 지동에는 530년 정도가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가 지금 고사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 나무들은 수원에서도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느티나무 주변을 쌈지공원으로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재준 제2부시장은

“좋은 지적이다. 그런 오래된 나무들을 이용해 공원을 조성하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이 된다. 먼저 주민들이 선도적으로 무엇인가 시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을만들기 추진단에 수시공모로 신청을 해서 무엇인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오래 된 보호수가 있다면 당연히 살려내야만 한다.”라면서 주민들이 먼저 시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바 있다.

 

 

마을계획단 느티나무 살리기 위해 노력

 

팔달구 지동 465 도에 소재한 수령 530년의 할아버지 나무와, 지동 230에 소재한 수령 480년의 두 그루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로 부른다. 이 나무들은 화성 축성 이전인 조선 초부터 이곳에서 숱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살아 온 노거수들이다.

 

할아버지나무는 높이가 12m에 나무의 둘레는 4.7m에 이른다. 할머니나무 역시 높이 13m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이 나무들은 화성 축성의 역사를 보았고, 한국전쟁 때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 때 마을에서 위하기도 했던 이 나무들이, 현재는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동마을계획단에서는 모임을 통해 이 나무들을 살려낼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수원시에서는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로 알려진 지동의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를 자칫 고사라도 시킨다면, 수원의 관광자원 하나가 사라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쓰레기적치장, 전선줄로 몸살을 앓아

 

장맛비가 아침부터 내린다. 중부지방에는 호후경보가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세찬 빗줄기가 아니기에 못골 느티나무를 보기 위해 13일(토) 10시 경에 찾아가 보았다. 그동안 몇 번이고 이 나무들을 지켜보았지만, 이 나무가 과연 보호수가 맞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수령 530년이 되었다는 할아버지나무는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위로 뻗은 큰 줄기 하나는 고사해서 잎도 달지 못한 체 그렇게 서 있다. 주변에는 담배꽁초와 빈 담배갑 등이 지저분하게 나뒹굴고 있고, 한편에는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전국 어디를 가보아도 보호수 옆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은 이곳밖에는 없는 듯하다. 어떻게 보호수 곁에 쓰레기 적치장을 마련했을까? 몇 번이고 찾아가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곁에는 차들까지 주차를 해놓아 이 할아버지나무의 환경이 최악임을 알려준다. 수령이 오래 된 노거수의 경우 매연에 약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나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실하게 잎을 달고 있는 할머니나무는, 할아버지나무보다는 상태가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 할머니나무 역시 곤욕을 치루기는 마찬가지. 가지 사이로 숱한 전선들이 지나고 있다. 도대체 이 전깃줄을 가지사이로 보낸 사람들은, 보호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이대로는 두 그루 다 성장 제대로 못해

 

주변의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를 이렇게 방치를 해도 좋은 것인지. 관계당국에서는 보호수 지정 이후 이곳을 들려는 보았는지, 그리고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두 그루의 보호수인 느티나무들은 제대로 생육하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마을계획단의 회의에서 이 나무들을 살려야한다고 하소연일까?

 

 

보호수란 ‘보존 및 증식(增殖)의 가치가 있어 보호하는 나무.’를 말한다. 보호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이 되거나, 훼손이 될 수 있는 나쁜 환경 속에 놓아두면 안 된다. 하지만 지동의 두 그루 느티나무는 이러한 보호수로써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보호수를 관리해야 하는 담당부서에서는, 이 두 그루 보호수의 현장을 조속히 답사한 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은 당부한다.

 

500년 역사의 이야기를 간직한 지동의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 이 두 나무는 과거 득남을 기원하고, 가내의 안과태평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나무였다. 하기에 보호를 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보호수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점, 선, 면의 미술이론을 넘어서는 느낌이요, 그 느낌의 소통이다.(중략)

우리의 환경은 현대화 되고 첨단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수원 화성으로 인해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지동마을. 그러나 이번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수원시와 함께 추진한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 조성 계획 중, 지동 프로젝트 ‘생태 골목에 심다’ 벽화 프로젝트는 수원화성이 애물단지가 아닌 자랑거리가 되고,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되찾게 해주었다.

주관단체와 작가, 마을 주민들의 진정한 커뮤니티 아트가 아닐까 생각한다(하략)‘

 

김수현 창룡마을 창작촌 고문(조각가. 현 충북대 명예교수)이 ‘커뮤니티 아트 사이트의 본 고장이 될 착한 지동을 기대하며’라는 글에 적은 내용이다.

 

지동 벽화작업 일일이 기록

 

올 6월에 발간한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7월 지난주에 책이 배달됐고, 11일(목) 오전에 본 기자의 손에 책이 들려졌다. 그저 평범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 책을 받아든 순간 눈을 딴 곳으로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책이 만들어지기 까지 숱한 땀 냄새가 그 안에 배어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진 위. 좌측은 벽화길 조성 전 더럽고 습한 골목. 우는 벽화길 조성 후 달라진 모습

사진  아래. 좌측은 벽화작업 전 정비를 하는 벽. 우측은 현재 벽화 조성 후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100P 남짓한 이 책은 그동안 지동골목에서 1년 6개월을 지내오면서 벽을 뜯어내고, 다시 바르고, 칠하고, 또 밑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코팅을 한 내용이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처럼 엮어진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지동을 찾아와 숱하게 땀을 흘리며 봉사를 한 면면이 들추어져 있다.

 

지동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 벽화

 

이 책에는 지동의 모든 벽화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나비를 그리고,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 꼬마들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담겨져 있다.

 

 벽화골목에 많은 꼬마들이 모여들었다(위). 벽화를 그리기 위해 지동 골목에 온 자원봉사자들(아래)


 

‘지동골목에는 아이들이 없는 줄 알았다. 몇날 며칠을 골목을 다녀도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동네에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내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닌 것같다.

벽화는 유한하다. 그러나 벽화가 하는 일은 무한하다.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주제로, 지동 골목에 녹색 비람을 일으키며 마을 주민들과 청소년, 꼬맹이들을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데 성공...‘

 

지동 프로젝트 총괄작가 유순혜의 편집후기에 적힌 글들이다. 그리고 이어서 주민들의 말을 달아냈다.

 

“엄마, 고양이가 날 쫒아와”

“오빠! 자전거 타고 경주할까? 난 빨간 자전거, 오빤 파란 자전거”

“나는 포도 따다가 팔아야겠네..호호호”

“우리 집 꽃게는 해물탕 끓여서 동네잔치 해야지...하하하”

정말 그랬다. 지동마을에 대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골목에 자리를 깔았다. 그 자리에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보인다. 삭막하고 음습한 지동골목이 변화한 것이다. 꽃길이 조성되고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지면서, 그렇게 지동 사람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계절별로 정리한 프로젝트는 압권

 

지동 프로젝트 - ‘생태 골목에 심다’는 계절별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그 계절에 따른 벽화와 함께 계절별로 찾아 온 아마추어 화가들의 얼굴이 그득하다. 골목에 질펀하니 눌러 앉아 손을 흔들고, 벽에 착 달라붙어 열심히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았다. 서울여자대학 미술학과 학생들이 MT를 마다하고 지동으로 달려왔을 때, 지동 사람들은 맛있는 비빔밥으로 그들을 대접하였다.

 

지동은 이제 정이 넘치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부분 부분에 신문에 났던 기사를 실었다. e수원뉴스 하주성 기자의 글이 중간 중간에서 그림의 설명을 도와주고 있다. ‘벽화골목의 꼬마화가들’, ‘지동벽화골목의 자원 봉사자들’, ‘MT대신 벽화봉사를 하기도’, 수원 지동 벽화길, 퉁영 동피랑을 넘을 수 있을까?‘, ’벽화그림 하나가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등이다.

 

지동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보습. 골목길에 주민들이 자리를 깔고 삼겹살을 구우며 담소를 하고 있다


 

책은 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했다. 땅 속 깊숙이 굴을 파고 들어간 짐승들이 잠을 잔다. 그리고 또 다시 봄을 맞이했다. 그 계절의 모든 작업들이 하나하나 소개되어 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태 골목에 심다’는 앞으로 영원히 지동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새 계절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관광 상품 교육현장

 

팔달구 지동에 269-23에 소재한 ‘되살림 발전소’. 낡고 비워져 있던 집을 주인에게 무상으로 장기 임대를 해, 리모댈링 작업을 한 후 말끔히 단장을 하였다. 이 되살림 발전소는 그야말로 지동 지역의 살림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마련이 되었다. 현재는 지동 벽화골목 프로젝트를 맡아 총감독을 하고 있는 유순혜 작가가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7월 11일(목), 지동주민센터 3층에서는 색다른 강의가 열리고 있었다. 주민 40여명이 열심히 신문을 손으로 오리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손재주를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한다. ‘특색 있는 마을자립형 관광 상품 개발 · 판매’가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자신감부터 찾아야 해”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계신 분들은 지동에 거주하시는 분들 중에서 몸이 조금 불편하시거나, 연세로 인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십니다. 이런 분들에게 마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이런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것을 치유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 처음에는 서먹해 하던 분들이 이제는 함께 점심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마음이 열렸다는 것이다.

 

 

“2개월 정도 주 2~3회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교육을 마치고 나면 이분들에게 한지공예나 피혁공예 등 전문적인 공예기술을 가르쳐 드릴 것입니다. 강사진도 이미 확보가 되었고요. 그리고 이분들이 만들어 내는 공예품은 되살림 발전소와 지동 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판매를 해서 수익금을 이분들에게 돌려드릴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서툴기는 하지만, 교육을 마치고 나면 이분들 스스로 공예품을 생산해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죠.”

 

기초드로잉부터 공작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어느 주민센터에서도 생각해 내지 못한 일들을 지동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주민들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살기 좋은 지동을 만들겠다는 것.

 

 

“저희가 이런 교육에 눈을 돌린 것은 바로 이분들이 스스로 자아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분들도 한때는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일을 하던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과거의 스스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죠.”

 

강습을 받는 분들에게 일일이 지도를 하고 있던 유순혜 작가는

“이 사업은 지역공동체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죠. 이분들이 기초부터 꼼꼼히 교육을 마치고 나면, 가죽공예나 합지골격 등을 활용한 공예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능교육을 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에 창작 작가들의 작품을 결합하여,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을 생산해 자립형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죠,”라고 한다.

 

 

2012년 마을르네상스 사업으로 조성한 지동마을 ‘되살림 발전소’를 거점으로,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주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하여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드로잉부터 공작(오리기, 접기, 접합, 탈색 등) 등 교육부터 시켜야 한다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할 일이 없으니 짜증만 부리고는 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무엇인가 골똘히 만들다가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교육을 잘 마치고 내 손으로 훌륭한 관광 상품을 개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밝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마음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이분들이 남은 생을 그렇게 되살려 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되살림 발전소’가 마을의 옛 영화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쳐가는 영혼까지도 되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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