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거주 중국인이다.

나는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한다.

나는 담배꽁초, 휴지 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나는 생활 쓰레기를 엄격히 분류해서 버리겠다.

나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버리겠다.

나는 지정된 시간과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겠다.

나는 대형 폐기물 및 재활용품 배출 안내를 따르겠다.

 

지난 16일 오후 2. 지동교에는 중국 이주노동자 400여명이 모여들었다. 재한 중국인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선포를 하기 위함이다. 이 행사는 지동 소재 수원제일교회(담임목사 이규왕)의 주관으로 마련된 것이다. 제일교회에는 매주 700명 정도의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중국 이주노동자를 위한 배려

 

현재 수원시에는 2만 명이 넘는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우리 지동에만 2천여 명이 생활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불평만 했지, 누구하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제일교회에 중국인 담당 목사님이 발 벗고 나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죠. 여기 출연하는 사람들도 모두 중국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자리를 함께 한 지동주민센터 박찬복 동장의 말이다.

 

사실 지동은 수원에서 가장 집세가 싼 곳 중 한 곳이다. 오래 묵은 집들이 많은 지동은 지동시장에서 창룡문을 잇는 용마루길 아래쪽으로는 개발이 불가능 한 곳이다.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집들이 낡고 퇴락해 상대적으로 딴 곳에 비해 월세 등이 싸기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여살고 있다.

 

그런 지동의 특성 때문에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보니,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 불만을 해소하고 그들 스스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선포를 한다는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기념품을 받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

 

사실 저희 재래시장의 매출 가운데 30%는 이주 노동자들이 올려주고 있습니다. 그들을 무조건 배타시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되죠. 저희 지동만 해도 그 많은 인원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는 그들에게 우리가 좀 더 따듯하게 대해주어야 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성원이기 때문입니다.”

지동 주민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의 이야기이다. 현재 지동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재래시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교 위에 설치된 간이무대에는 중국어와 한국어로 두 사람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400여 명의 중국 이주노동자들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선포식에 참가를 하고 뜻 깊은 하루를 보낸 셈이다.

 

 

오늘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제일교회와 지동주민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주민들이 저희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곤혹스러웠습니다. 이제 이렇게 선포식에 나와 서명을 하고나니, 조금은 저희들도 정신을 차리고 쓰레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동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뜻 깊은 자리 정말 고맙습니다.”

 

서명을 마치고 난 한 중국 이주노동자의 말이다.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그들을 배타하고 멀리하기 보다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의 한 성원으로 보듬고 살아가야 한다. 중국 이주노동자들의 선포식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고 한다. 꼭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나눌 수는 없다. 일 년에 몇 차례 자신의 이웃들을 위해 마음으로 나누며 사는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 60)가 바로 그이다.

 

올 해만 해도 벌써 몇 차례 인근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였다. 한 여름 더위가 시작되던 초복에는 삼계탕 200그릇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대접을 했다. 전날부터 그 더위를 이겨가면서 불을 떼고, 200마리의 삼계 닭을 사다가 끓였다. 지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청해 삼계탕 대접을 한 것이다.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 복중에 200명 분의 삼계탕을 끓여 사람들에게 대접을 할 수 있겠는가? 심성이 착하다고 해도 그렇게 가정에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는 것이 결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어르신들을 모셔 대접을 하고는 한다.

 

16일에 고성주씨의 마당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당 가득 쌓인 절인 배추들. 그 전날인 15일에 모두 절여놓았다가 김장을 하는 것이다. 고성주씨는 무속인이다. 스스로 만신이라고 자청을 한다. 경기안택굿 보존회의 회장인 그는, 자비를 들여 매년 안택굿을 이어가기 위해 무대에 올린다. 그렇게 바삐 살아가면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 이 집은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지동 벽화골목에 조성 된 시인의 벽에 글을 쓰기위해 지동을 찾아 온, 수원시인협회 회원 25명에게 삼겹살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누기를 좋아하는 고성주씨가 김장을 하는데 자그마치 배추 700포기를 한다는 것이다.

 

독거노인들께 나누어 줄 김치

 

배추 700포기는 배추 값만 해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김장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희 동네에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매년 30분 정도에게 김장을 해서 나누어 드리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10포기씩만 갖다드린다고 해도 300포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주어야 하고요.”

 

 

그래서 700포기나 되는 김장을 한다는 것이다. 고성주씨가 이렇게 해마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만신이기 때문에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의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고성주씨는 아범, 어멈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아도 수양부리들은 고성주씨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다. 이것은 과거 단골네들의 습속으로 고성주씨는 이 시대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골이다)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매년 이렇게 많은 김장을 하시고 나면 몸살을 앓아요. 그래서 말리고는 하지만 한 해도 가르지 않아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김장을 하지 못하면 한 겨울 동안 무엇으로 사시느냐고 걱정을 하죠.“

 

 

김장을 통에 담던 한 수양부리의 말이다. 그렇게 매년 나눔에 익숙해져 있는 고성주씨. 커다란 통에 김치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것이 모두 독거노인들께 나갈 통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배추를 절이고 속을 버물리고, 김장을 마친 시간은 해질녘이 다 되어간다. 700포기 김장을 하기 위해 사용한 용기들만 해도 엄청나다.

 

해마다 이렇게 나눔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는 고성주씨. 김치를 담은 통을 들고 이집 저집 찾아다닌다. 독거노인 분들이 사시는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올 한해 나눔의 마무리인 김장. 700포기 김장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터주란 집터를 관장하는 신이다. 터주는 터줏대감’, ‘텃대감’, ‘토주(土主)’, ‘지신(地神)’, ‘후토주임(後土主任)’ 또는 대주(垈主)’라고도 부른다. 후토주임이란 터주신을 모시는 곳이 대개 집의 뒤편에 자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토주는 말 그대로 토지의 주인, 즉 터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터주신이 좌정하는 곳은 짚으로 엮어 만든 터주가리인데, 터주는 대개 집의 뒤뜰이나 장독대 옆에 세운 터줏자리에 모셔진다. 터주가리란 작은 단지나 항아리에 햅쌀이나 볍씨를 담아서,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고깔모양의 주저리를 덮은 것이다. 그리고 주저리가 날아가지 않도록 왼새끼를 꼬아 터주 허리에 두른다.

 

10월 상달에 드리는 터주고사

 

예전에는 농사를 지으면 햇곡식을 먼저 터주에 바쳤다. 볍씨를 새로 넣을 때는 제일 먼저 턴 벼를 주부가 키에 까불러서 터주에 넣는데, 묵은 쌀은 밥이나 떡을 해먹으며 복을 빈다. 이때는 터주가리 안에 있는 단지에서 꺼낸 쌀로 떡을 해서 이웃집에도 나누어주는데, 이를 가을떡이라고 했다.

 

터주가리의 곡식을 교체할 때는 주저리도 새 짚으로 틀어서 바꾸어 두르는데, 묵은 주저리는 산에 버리거나 마을 성황당에 걸쳐놓아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한다. 때로는 불에 태우거나 논의 거름으로 쓰기도 한다. 터주단지에는 벼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근래에는 벼 대신 동전을 넣기도 하고 벼와 동전을 같이 넣기도 한다.

 

터주에 대한 고사는 음력 10월 상달에 좋은 날을 잡아서 지낸다. 가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상달고사 때는 대개 콩을 넣은 콩시루 떡과 팥을 넣은 팥시루 떡을 쪄서 터주와 성주에 올린다. 수원의 각 가정에서도 10월 상달고사를 지낼 때는 지난해에 넣어두었던 곡식을 꺼내어 시루떡을 만들어, 정화수를 그 앞에 떠놓고 촛불을 밝히고 절을 하고 축원을 한다.

 

 

동티를 막아주는 터주신

 

터주신은 주부들의 신이다. 대개 터주가리가 좌정을 하는 곳이 장독대나 집의 뒤편이기 때문에, 터주고사를 드릴 때는 주부들이 주체가 된다. 터주축원을 할 때는 짚을 십자(十字)로 놓고 그 위에 떡시루와 정화수를 놓는다. 이날은 대문 밖에 금줄을 쳐서 잡인의 출입을 막고 문 앞이나 터주단지 앞에도 황토를 깔아서 잡귀를 쫓는다.

 

터주신을 모시는 날이 되면 제주(祭主)인 부녀자는 목욕을 하고 근신한다. 터주신은 집안의 동티를 막아주는 신이다. 터란 집안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 공간이다. 하기에 터주신은 집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존재하는 신이다. 집에서 흙을 다루거나 돌을 다룰 일이 있으면, 사전에 터주신을 모신 터주가리 앞에서 간단한 비손을 한다.

 

이는 집터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터주신께 고해 노여움을 사지 않게 하는 것이다. 터주신이 노하면 동티가 난다고 한다. 터주신은 땅 속에서 올라오는 사악은 기운을 막아내는 신이기 때문에, 가솔들의 안녕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가신 중의 으뜸은 가옥에 좌정하는 성주신이라고 하지만, 집안 전체를 지켜내는 것은 터주신이다.

 

옛 드라마 등을 보면 집안에 주부가 장독대에 촛불을 켜고, 정화수를 떠 놓고 열심히 비손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는 모두 터주신께 집안의 안녕을 위해서 기원을 하는 것이다. 이 가신의 주체가 바로 터주신을 모신 터주가리이다.

 

음력 10월 상달이 되면 집집마다 새로 주저리를 틀어 모시는 터주가리. 집집마다 행하던 풍습이 사라진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수원에 이 터주가리가 남아있는 곳은, 신을 모시고 있는 무속인들이다. 그들이라도 이렇게 옛 풍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지난 95일 수원에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은 지동 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노을빛 전망대 및 갤러리는 지동교회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지난해에 개방하였다. 그동안 보수 공사와 안전 시설물 공사 등을 거치면서, 1년이 넘게 공사를 해 온 것이다. 전체 높이 47m에 이르는 종탑의 8~10층은 갤러리로 사용할 수 있어, 수원시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번에 갤러리 개관기념으로 유순혜 작가의 손그림 전시에 이어, 두 번째 전시가 열린다. 조각가 김수현 충북대 명예교수와, 한국화가 충북대 미술과 홍병학 명예교수의 초대전이다. 두 작가 모두 한국 미술계의 거목으로, 보기 힘든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두 선생님 모두 많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유치하려고 무단히 노력을 하지만, 그런 전시에 잘 응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이번에 저희 노을빛 갤러리에서 이분들을 유치했다는 것은 정말 큰 영광입니다. 이렇게 귀한 전시를 하는 것은 우리 수원의 문화적 사고를 높이고, 작가들에게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배움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작가는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노을빛 갤러리 유순혜 관장의 말이다. 창룡마을창작촌이 주최를 하고 노을빛 전망대 및 갤러리가 주관을 하는 이번 초대전은, 1130일까지 전시가 된다. 노을빛 갤러리 8층에는 조각가 김수현의 작품이 전시되고, 9층에는 한국화가 홍병학의 그림이 전시된다. 개막식은 611시에 제일교회 8층에서 열린다.

 

 

가족중심의 강한 혈연 표현

 

조각가 김수현 충북대 명예교수의 작품은 혈연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정서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조각은 추상형식보다 구상형식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구상조각의 조형성을 모색하고 있다. 나는 보편적인 우리민족의 감성과 정서 가운데 한의 사상과 가족 중심의 혈연에 대한 애정을 내용으로, 피리부는 여인상, 모자상, 자매상, 사랑, 사색 등의 즐겨 다루어왔다고 한다.

 

김수현 충북대 명예교수는 춘천 MBC 현대조각대전 운영위원장, () 한국미술협회 고문, () 한국 조각가 협회 상임고문, 토속조각회 고문, 한국구상조각회 고문, 모양과 모양전 회장을 맡아보았다. 20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대통령상 수상, 1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문교부장관상 수상, 4회 목우회 공모전 최고상 수상 등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대통령상 수상작가 초대전, 목우회 공모전 최고상 수상작가 초대전, 프랑스 국립미술협회 2001 saldon 초대전(파리 르부르 박물관 특별 전시실), 한불 교류전(파리 라데방스 미술관), 한국미술 50인 파리 유네스코 초대전, 호주 시드니 서울현대미술 초대전 등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

 

단청산수화의 강한 색채감 돋보여

 

9층에서 전시를 하는 한국화가 홍병학 충북대 미술과 명예교수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강한 색채를 엿볼 수 있다.

나는 겸재의 조형정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내 그림의 밑바탕으로 삼아 왔다. 대체로 나의 그림은 현장에서 스케치하여 일단 눈에 익힌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하거나 여러 장면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변경, 압축하여 내 마음속의 풍경으로 용해시킨 다음 나의 손끝에서 재창조하여 관객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석채의 강한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을 그리는 홍병학 충북대 명예교수는, 개인전 18회를 비롯하여, 한국의 이시대의 지평전(2005), 한불문화교류 유사성과 이질성전(2000년 프랑스 라데팡스 그랑아쉬 미술전시장), 동양화 새천년전 출품(2001~2003 공평아트센터), 춘추회전 출품(1984~2013), 한국미술 120인 마음전(2006), 오늘로 걸어 나온 겸재전(2008. 아람미술관) 등의 전시를 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두 미술계의 거장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지동 제일교회 노을빛 갤러리를 찾아 즐겨보기를 권유한다.

 

세상에 지동이라는 마을 같은 곳은 없을 듯하다. 이 마을은 정이 많고, 이웃과 늘 함께 하는 마을이다. 아마 사람간의 정이라는 것이 가장 많은 마을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수원 화성을 끼고 있는 지동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가끔 골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곳이 바로 지동이기 때문이다. 지동은 벽이 없는 마을이다.

 

26일 오후 지동 벽화골목에 시인의 벽이 마련되었다.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우영)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지동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 수많은 시인 제자들을 배출한 원로시인인 유선 선생 등 많은 시인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 시인의 벽은 지동어린이집 건너편 벽에 마련이 되었다.

 

 

주민들 막걸리 등 준비

 

시인들이 찾아와 벽에 시를 직접 쓰는 일도 큰일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시인들이 마을을 방문한다고 하자, 지동 새마을지도자회에서 직접 막걸리 등을 준비해 시인들이 목을 축이면서 글을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또 마을에 사는 상인들은 순대 등 먹거리를 준비해 찾아오기도 했다.

 

이런 동네가 다 있네요. 참 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이렇게 정이 많은 마을에 와서 벽에 글을 쓰고, 또 자원봉사자들은 기다렸다가 일일이 코팅제를 바르고. 참 보기와는 전혀 다른 동네네요. 지동은 열려있는 마을이라고 하더니, 정말입니다.”

열려있는 마을. 지동은 담이 있어도 언제나 이웃과 소통을 하면서 살아간다. 벽화 길을 조성하면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를 쓰러 온 한 시인은 연신 지동 칭찬에 여념이 없다.

 

 

30명을 초대한 고성주 회장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시를 쓰는 작업이, 330분쯤 마무리가 되었다. 30여명의 시인들이 찾아간 곳은 지동 271-124호인 경기안택굿보존회. 마당에는 삼겹살과 상추 등이 준비되어있다. 불판과 술도 마련하였다. 몇 사람이 연신 술과 고기 등을 날라낸다. 적은 인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을 대접한 것이다.

 

경기안택굿 보존회 고성주(, 60)회장은 이 집에서 40여 년을 살아왔다. 어려서부터 자란 곳이기 때문에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자비를 들여 경로잔치를 연다. 그리고 초복 날이 되면 삼계탕을 끓여 어르신들을 대접한다.

 

 

올 초복에도 삼계탕 180그릇을 어르신들께 대접을 했다. 초복 날이 되면 지동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이 집으로 모인다. 마당이고 방이고 빈틈이 없다. 거기다가 음료수며 과일까지 대접을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제대로 공경할 줄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지금 같은 세상에 누가 이렇게 자비를 들여 많은 인원을 대접할 수 있을까?

 

정말 이분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맞아 먹을 것을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이런 분들이 지동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지동은 정말 행복한 마을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던 한 시인의 말이다. 열려있는 마을 지동. 그리고 이웃과 함께 소통을 하며 살아가는 지동사람들. 지동이 사람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것은, 이렇게 이웃을 위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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