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는 데는 조금 치사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먹는 음식을 점잔빼면서 먹다가 보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천성적으로 불편한 사람들과는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나로서는, 먹는 것만큼은 그저 즐거움이 뒤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


갑자기 속초로 갈 일이 생겼다. 이 더운 여름 날, 그것도 막히는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 하면서 속초에서 기껏 몇 시간을 보내고 왔지만. 속초에 가면 빠트리지 않고 찾아가는 집이 있다. 꼭 음식을 먹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그저 착한 주인 내외의 얼굴이라도 보고 오고 싶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부부가 아름답다


누구나 다 열심히 살고 있다. 요즈음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참 치열하게 산다’고 표현을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정말로 살기가 힘든 것이 요즈음 세상이다. 가진 사람들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민초들은 그저 치열하게라도 살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집을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그런 ‘치열함’ 때문이다.


부부가 장사를 하는 이 집은 속초시 영랑동 해안도로 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촌에 자리하고 있다. 속초시 영랑동 131번지에 있는 ‘당근마차’는 바닷가에 늘어선 포장마차 중에서 속초 등대 가깝게 자리를 하고 있다. 이 두 부부는 참으로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이다. 언젠가는 생일상까지 차려놓고 전화를 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속초시 영랑동 해안도로에서 바라다 본 동해

 

좋은 사람과 마주하는 술자리


사람들과 속초에 갈 일이 있으면 굳이 이 집을 찾아간다. 또 누군가 지인들이 속초를 간다고 하면, 이 집을 소개해 주고는 한다. 속초에 한 3년 정도 기거를 한 적이 있다. 저녁이 되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이 집을 혼자 찾아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소주 한 병에 생선구이 한 접시를 먹으면 늘 받는 금액이 만원 한 장이었다.


정식으로 따진다면 생선구이 한 접시에 2만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소주 값까지 쳐서 1만원을 받는 부부였다. 그리고 가끔은 게장을 담가 일부러 집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안주인의 음식솜씨는 인정을 하고 있는 터이니, 음식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혼자 3년이란 세월을 속초에서 보내면서, 참 많은 것을 받기만 했다.

 

당근마차와 이 집을 가면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간장새우

 

지인들과 속초에 들리면 늘 이 집을 찾아가고는 한다. 물론 포장마차라는 다양한 음식을 준비한다. 바닷가에 놀러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생선이나 해물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종목을 준비해야만 한다. 늘 이 집에 가면 좋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벌이고는 했다.


문어연포탕 한 그릇으로 찜통을 이겨 내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책으로서, 당대의 요리 및 가정생활 등에 관한 정보가 총망라된『규합총서 閨閤叢書』에 이르기를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 배, 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의 머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 라고 했다.

 

생선구이와 매운 닭발

 

문어는 고혈압과 심장병에도 효능이 있다. 문어에 20%가 넘게 들어있는 아미노산인 타우린은 혈액 중에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저하시킨다. 심장병과 고혈압 등을 예방하고 간 기능 개선과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한다. 또한 피를 맑게 하여 신모에게도 좋으며, 어린이들의 두뇌와 성장발육에게 효능이 있다.

    

사실은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털게탕’을 먹으려고 했지만, 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안  주인이 ‘문어연포탕’을 추천한다. 날이 더운데 끓여먹는 문어연포탕의 맛도 궁금하여 주문을 하였다. 맑은 국물에 각종 조개와 커다란 문어 한 마리가 나온다. 안주인인 김연희(42세)가 일일이 손질을 해 준다. 국물을 떠 먹어보니 찜통더위가 가실만큼 국물이 시원하다.

 

 

직접 문어를 먹기좋게 잘라주는 안주인 김연희씨와 문어연포탕

 

문어는 오래 삶으면 질겨진다. 조금 익었을 때 꺼내서 먹으라고 당부를 잊지 않는다. 문어를 건져먹고 나니 거기다가 라면사리 하나를 넣어준다.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국물이 하도 시원해 간을 무엇으로 맞추느냐고 물었다. 조개를 갖고 간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집의 문어연포탕은 전문적이라는 소리가 된다.


‘찜통더위’라는 요즈음의 날씨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표현을 한다. 이럴 때 시원한 문어연포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말끔하게 떨쳐내고, 피까지 맑게 한다면, 이보다 좋은 계절음식도 흔치 않을 듯하다. 문어연포탕 한 냄비에 35,000원이며 3~4명이 먹을만하다.

 

주소 : 속초시 영랑동 131 당근마차

예약전화 : 010-4401-6818 / (033) 632 - 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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