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택시를 잘 안타는 편이다. 예전에야 택시를 타고 한반도의 반도 돌아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하는 일이 어린이 구호단체 NGO에 있다 보니, 택시를 탈 돈이면 아이들에게 몇 끼 밥을 따듯하게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급한 일로 택시를 탔다. 30분 정도 타고가면서 아이들에게 괜한 미안함이 앞선다. 그런데 택시기사분이 질문을 한다.

“요즈음 텔레비전 보세요?”
“예 뉴스와 다큐멘터리는 봅니다.”
“드라마는 안보세요?”
“예, 저는 드라마는 잘 안 보는데요. 왜요?
“왜 안보세요?”
“드라마 같은 것은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집밖에서 집이라고 하는 아내

새벽에 집을 나서면 밤늦게나 집에 들어가는 직업의 특성상, 하루에 몇 번씩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는 하는 것이 일과였다는 기사 분. 그런데 하루는 집 앞에서 전화를 걸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집이라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차피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나가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러나 집에 들어가 보니 집에 있다던 부인이 보이지 않더란다.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묻자, 이번에도 역시 집이라는 대답. 전화를 착신을 시켜 놓고 집밖에서 집이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기사 분은 어이가 없어, 여기가집인데 무슨 집이냐고 화를 냈더니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

얼마 후에 집으로 들어온 아내를 보니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야한 옷에, 화장까지 야하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를 갔다 왔느냐고 고함을 질렀더니, 친구들이 하도 가자고 졸라 성인 '○○택'인가를 다녀왔다고. 도대체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몰라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부인이 한 대답은 그저 춤추고 노는 곳이라고.

“그래서 그 곳을 가보셨나요?”
“예, 정말 거길 가서보고 많이 놀랐죠. 그때부터 아내에 대한 불신이 생겼습니다.”
“왜요?”
“알고 보니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같아요.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아는 체들을 하는 것을 보면”

드라마에서 보고 배웠다고.

도대체 왜 참했던 사람이 그런 곳을 다니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는 것이다. 부인의 대답은 날마다 하는 드라마를 보면 여자들이 딴 남자하고 데이트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는 것이 많이 보여 호기심에 한 번 갔다 온 것이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요즘 방송사라는 곳은 불륜조장이나 하는 곳입니까?”
“방송이라고 다 그럴리가요.”
“아닙니다. 저도 쉬는 날 방송을 여기저기 돌려보지만 배울 것이 없어요. 그야말로 방송이 무슨 불륜공화국 같아요. 저도 운전을 하지만 정말 어떤 때는 별 여자 분들이 다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본다고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주부들이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나면 소일거리로 볼 수 있는 것이 TV드라마인데, 거기서 만날 막장 드라마나 보여주면, 그것이 머리속에 안 박히겠어요. 그러다가 보면 따라해 보고 싶기도 하겠죠. 저희 집사람도 텔레비전을 보고 그런 곳을 다니게 되었다는데요.”

글쎄다. TV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보고 배웠다는 말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누구나 다 보는 TV인데 왜 그분만 그렇게 되었을까? 택시에서 내리면서도 한 동안 생각을 해본다. 나야 드라마하고는 아예 담을 쌓은 사람이니, 어떤 내용인줄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 지나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송에서 그런 것들을 자꾸 조장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베우나요? 매번 하는 일이 뉴스고 무엇이고 딸을 성추행했다, 어느 녀석이 부모를 때렸다는 이런 것들만 신이 나서 떠들어대니 무엇을 배우겠어요. 방송이 이런 것을 꼭 내보내야 하느냐고요”

점점 울화가 치미는지 소리가 높아진다. 괜히 내가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방송이라는 것이 무덤덤한 것들을 하면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 테고, 시청률이 나쁘면 광고가 붙지를 않을 테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장면이 빠질 수야 없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천편인률적인 막장은 좀 고려해보아야 할 것도 같다. 방송의 힘이라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그 기사분의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보면 그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해봄직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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