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여기서 장사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벌서 몇 년째인지 잊어버렸어. 내 나이 40에 이곳으로 와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내 나이가 82세여

그럼 꽤 오래 되셨네요. 이 자리에서만 하신거예요?”

그려, 이 자리에서만 했지

 

가게에 상호도 없다. 그저 할머니 생선가게라고 남들이 부른다고 한다. 마음 좋아 보이는 할머니를 만나면,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뵙는 것만 같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곁에 가게 사장님이 한 마디 거든다. 이 시장 안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고 말이다.

 

 

 

그저 아픈 곳은 없어, 기운 떨어지면 보약 먹어

 

생선가게가 큰 것도 아니다. 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달아 오지도 않는다. 이희현 할머니는 소일삼아 이 생선가게를 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몸이 아프지 않으니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 편찮으신 곳은 없으세요?”

난 아직 아파서 병원을 다니거나 하지를 않아. 아직은 아픈 곳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프면 보약 먹으면 되지.”

건강하시면 되죠. 건강이 제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이 장사를 하고 있지. 몸이 아파봐, 어떻게 장에 나와 생선가게를 하겠어.”

 

수원 역전 매산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생선가게가 바로 이희현 할머니의 생선가게다. 바로 곁에 또 하나의 생선가게가 붙어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형시장에서 보는 많은 생선을 파는 그런 집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저 어느 멀리 떨어진 시골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생산가게다.

 

 

 

매산시장에서 처음에는 과일을 팔아

 

처음부터 생선가게를 하셨어요?”

아녀, 처음에는 과일가게를 했어. 그런데 혼자 가게 일을 하니까 너무 힘이 들어. 그래서 우리 며느리를 보고 바꿨는데, 우리 손자가 지금 대학교 3학년인가 되었으니까 아마 생선가게 시작한지가 한 20년 지났나봐.”

생선은 많이 팔려요?”

요즈음은 손님이 없어. 메르슨가 먼가 때문에 영 손님들이 없어. 먼저는 목에 무엇이 걸려서 기침을 했더니, 마스크를 쓰고 들어온 여자가 나더러 병원에 가라며 그냥 가는 거야. 물건도 사지 않고 황급히 나가버리더라고 글쎄

 

참 어이가 없다고 말씀하신다. 한 평생을 매산시장에서 살아오신 분이다. 43년이란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단골로 두고 계실까? 이희현 할머니는 소일거리로 생선을 팔고 계신다고 하신다. 아무리 소일거리라고 하지만 장사는 물건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

 

 

 

 

여기 인 나오면 무엇을 할 것이여. 이렇게 나와 있으면 시간이 잘 가잖아.”

수원 매산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결혼을 해서 부산에서도 시장에서 가게를 했고, 서울에서는 남대문에서 장사를 하셨단다. 그러다가 내려온 곳이 바로 수원 매산시장이란다. 지금 그 자리에서 벌써 43. 반백년을 그렇게 넓지 않은 생선가게에서 살아오셨다.

 

내 고향이 원래 화성 조암이여. 결혼해서 여기저기 이사도 많이 다녔지. 그러다가 이제 이곳으로 왔어.”

할머니 생선가게의 특징은 냉동 생선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서 일러주는 말을 들으면 냉동생선은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냉장고를 이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할머니의 장삿속이라는 것이다. 끝까지 커피 한 잔 타불까요?”를 묻는 생선가게 할머니. 다음에 찾아뵐 때는 꼭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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