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물품이지만 멋쟁이들도 이용해

 

구제물품은 과거 우리네 살림살이가 어려울 때, 외국에서 들어오던 각종 옷가지며 먹거리 등을 말한다. 하지만 요즈음의 구제물품을 예전과는 다르다. 그 중에는 1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물건들도 있다는 것이다. 29일 오후 찾아간 남문로데오거리 노랑양동이’. 가게 안에서 손님들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있던 진남순 대표를 만났다.

 

양동이라는 것은 무엇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잖아요. 그리고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했고요. 노랑색은 바로 희망을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노랑양동이라는 가게 이름을 붙였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팔달구 행궁로 61-1, 남문로데오거리에 소재한 교동우체국 곁에 자리하고 있는 노랑양동이를 운영하는 진남순 대표는,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5년째라고 한다. 한 때는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해왔던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런 구제물품을 취급하게 된 것일까? 웃음을 가득 띠운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진남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명품 등을 취급하면서 단골 관리

 

명품 구제물품 전문점인 노랑양동이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다양한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각종 옷가지에 신발, 핸드백, 거기다가 액세서리까지 진열이 되어있다. 요즈음 많은 곳에 문을 연 일반적인 구제물품 가게와는 물건 자체가 다르다. 이런 모든 물건을 직접 서울 창고까지 가서 골라온다는 것이다.

 

제가 한 때 몸이 많이 말라서 맞는 옷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옷 하나까지도 다 맞추어 입어야했고요. 그런데 한 번은 딸이 구제물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가보자는 거예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남들이 입던 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했죠. 하지만 한 번 찾아가보니 생각 밖으로 좋은 옷들이 많은 거예요. 가격도 저렴하고 맞춤옷처럼 잘 맞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구제물품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아는 동생이 구제물품 창고를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구제물품을 한 번 취급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노랑양동이라는 명품구제물품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남다른 노력과 물건을 고르는 눈썰미의 차이 때문에, 노랑양동이에는 알 만한 사람들도 드나드는 가게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참 불쌍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남순 대표가 하는 말이 대한민국 남자들은 참 불쌍해요라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진열되어 있는 옷 한 점을 꺼내 보여준다. 말 그대로 상표도 떼지 않은 물건이다. 이런 물건이 창고에 나온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대개 속옷을 입은데 구멍이 날 때까지 입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여자들은 안 그래요. 홈 쇼핑 같은데서 물건을 구입하면 반품이 잘 안되거든요. 그런 물건을 구입해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크기가 안 맞으면 그냥 헌옷을 수집하는 통에 넣어버려요. 저희들이 옷을 구하러 창고에 가면, 이렇게 상표도 떼지 않은 물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진남순 대표가 서울 헌옷을 모아들이는 창고를 이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수원과는 물건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생활의 수준차이겠지만 일부 고급아파트 등에서 나오는 물건 중에는 명품도 섞여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구제 옷을 갖다가 일일이 손질을 해야 판매를 할 수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도 헌옷 수거함에 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 중에서 상태가 좋은 것들만 가져오니까요. 그리고 저는 손님들과 물건을 직거래를 해요. 본인이 입던 것들 중에 좋은 것을 가져오면 그것을 구입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 집 물건들이 좀 고급스럽고 명품들이 있거든요.”

 

 

메르스로 인한 피해는 세월호 때보다 더 심각해

 

노랑양동이 진남순 대표는 장사를 하는 노하우가 남다르다. 손님이 들어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맞추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백화점 등에서 100맨 원정도 소요되는 상품을, 15~20만 원정도면 갖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고객 서비스로 인해 단골확보를 했다.

 

지난 해 세월호 사고 때는 그래도 손님들이 있었어요. 주말이 되면 거리에 젊은이들이 찾아오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메르스 때는 양상이 달라요. 아예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잖아요. 매출이 평소보다 50% 이하로 떨어졌어요.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 되고 있으니까요. 추석경기 때나 되면 좀 살아날지 기다려 보아야죠.”

 

진남순 대표는 이러다가 업종 변경을 하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웃는다. 늘 웃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노랑양동이 진남순 대표. 그 웃음만큼이나 생활에서도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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