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이지혜, 이미경 두 명의 작가를 만나다
‘대안공간 눈’과 ‘예술공간 눈’에서 만난 작가들
가을에는 행사가 많다. 행사뿐 아니라 곳곳에서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하기에 가을이 되면 늘 종종걸음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미처 찾아가지 못해 빠트리고 나중에 아쉬워하는 행사와 전시가 한두 곳이 아니다. 4일은 11월에 맞는 첫 휴일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경기도 모처를 찾아가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일정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수원의 전시공간을 찾아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은 뒤편으로는 ‘예술공간 봄’이 소재한다. 한곳에 두 곳의 갤러리가 있고 많은 전시공간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더욱 이곳은 젊은 작가들이 전시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난 이 공간을 자주 찾아가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
‘Why not?(안 되는 이유)’ 전 연 이지혜 작가
이지혜 작가는 2016년 건국대학교 회화학과 회화전공으로 졸업했다. 4일 오후 대안공간 눈의 제1전시실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작가를 만났다. 대안공간 눈의 입구에 소재한 찻집에서 작가와 마주앉았다. 이지혜 작가는 작품의 의도를 묻자 “모든 사람들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전 안되는 이유를 모두 적어서 하나씩 지워가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엔 안 되는 이유가 없어져 ”된다“라는 답을 찾게 되는 것이죠”라고 한다.
그래서 이지혜 작가는 그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도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안 되는 이유를 하나씩 지워나가디 보니 여행을 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 스페인을 70일이나 여행했다고 한다. 또한 영국을 다녀온 후에는 작품을 제작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안됨’을 ‘됨’이라는 긍정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모든 분들이 주위에서 돈이 없이 어떻게 가느냐? 여자가 어떻게 혼자 위험하게 여행을 가느냐? 해외에서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한 것이냐? 등등 가지 못할 이유만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작가는 그 하나하나를 이유를 해결해보니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여행경비만 벌어서 떠났다고 한다. 비용은 우선 그 나라로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벌어서 충당했고 모든 안 된다는 조건을 하나하나 해결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안 되는 이유를 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는 결혼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안 된다는 이야길 했어요. 아직 어려서 안 된다. 결혼자금이 없어서 안 된다 등 안 되는 이유만 들었죠. 하지만 전 그런 것들을 모두 제외시키고 결국 결혼을 했고, 내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가려고요”
자신을 적극적으로 믿고 후원해주는 남편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곳에서 만난 모든 것을 정리해 다시 한 번 전시회를 갖겠다고 한다. 결국 이지혜 작가는 자신이 작업을 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을 긍정의 힘으로 변환시켜 자신의 작품 안에 담아냈다고 한다.
이미경 개인전 ‘상처가 아물지 읺았다’
대안공간을 벗어나 길로 나섰는데 또 한 명이 작가를 만났다. 이미경 작가다. 이미경 작가는 사진을 한지 6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2015년 전시 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작가는 은행에 근무했는데 육아 때문에 그만두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사진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미경 작가는 처음에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왕이면 파워블로그가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아름다운 경치를 촬영하는 것보다는 내 사진을 한 번 찍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중앙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현재 국립한경대학교 일반대학원 시각디자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다.
예슬공간 봄 제2전시실에서 전시를 갖고 있는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작가가 당한 아픔이 아직도 기억 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실에 전시된 작가의 작품들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희미한 사진들이다. 그 안에 작가의 기억 속에 아직도 아픔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예견되지 않은 지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로 다가왔다. 그때 이후 불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작업을 하는 중에 내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의식속에 존재하고 있던 유년시절의 트라우마, 그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떠올랐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억압에서 기인하면 억압된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돌아와 정신 과정을 지배한다’고 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어릴 적 그런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아름다운 사진을 추구할 때 자신만의 자아세계를 작품에 담고 있는 이미경 작가. 그렇게 아픈 기억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상태가 호전되었다”면서 웃는다.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들을 만나면서, 하루에 두 명의 작가와 대담을 하고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사람의 작가에게는 어릴 적 아픈 기억의 트라우마를 잊는 방법을 배웠고, 또 한 명이 작가에게는 세상에 안 될 것은 없다는 긍정의 힘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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