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충격이였습니다. 20여 년간 문화재답사를 하면서 나름 꽤 많이 안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주 고달사지에서 만난 보물 제7호인 원종대사탑을 보는 순간, 내 20년간의 답사가 얼마나 잘못 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런 마음을 적기 위해 오랫만에 집을 찾아들었습니다.

문화재를 답사하면서 늘 시간에 쫒긴 것이 화근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공부를 하고, 더 꼼꼼히 답사를 하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정말 마음을 놓고 문화재를 만나고, 글을 쓸 수 있게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원종대사는 통일신라 경문왕 9년인 869년에 태어나, 고려 광종 9년인 958년에 입적한 고승이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3번지 혜목산 고달사지 안에 소재하고 있는 이 탑의 건립연대는, 원종대사탑비의 비문에 의하면 고려 경종 2년인 977년으로 세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종대사탑은 넓은 고달사지 절터 안에 있는 석조 유물들 가운데, 탑비의 귀부, 이수와 함께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탑은 3단으로 이루어진 기단 위에 탑신과 지붕돌을 올린 형태로, 몸돌은 전체적으로 8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기단부에서 특이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귀꽃을 이중으로 새긴 지붕돌

탑의 맨 위에 있는 상륜부인 지붕은 처마가 수평이나, 귀퉁이 부분에서 약간 위로 향하고 있다. 팔각으로 조성한 끝에는 꽃장식인 귀꽃을 큼지막하게 새겨 넣어 아름답게 하였으며, 그 위에도 지붕돌을 축소한 듯한 머리장식인 복발 위에 작은 보개와 보주가 놓여있다.

팔각으로 조성한 탑신은 4면에는 문 모양을 새겨 넣었고, 다른 4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 하였다. 구름 위에 올려놓은 사천왕상은 힘이 있게 조각이 되어, 탑 안에 있는 복장물을 지키는 듯하다. 이 탑은 고려 초기의 대표적인 팔각원당형 부도 탑으로 높이는 2.5m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단부가 약간 비대한 듯하지만,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화려한 기단부의 조각이 뛰어나

기단부는 네모난 바닥돌에 연꽃잎을 돌려 새겼다. 4장의 돌로 이루어진 사각의 지대석 위에 3단으로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을 올려놓았다. 하대석에는 연꽃무늬인 앙화가 새겨져 있으며, 중대석에는 용과 구름이 어우러지는 화려한 조각이 눈길을 끈다. 중대석에는 윗부분에 8각의 평면이 보인다. 윗부분에 1줄로 8각의 띠를 두르고, 밑은 아래·위로 피어오르는 구름무늬를 조각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용의 머리를 한 거북이가 몸을 앞으로 두고, 머리는 오른쪽을 향한 조각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4마리의 용들이. 그 사이에 가득 새겨 넣은 구름 속에서 날고 있는 형상이다. 위 받침돌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다. 가운데 받침돌의 조각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시대로 넘어오면서 보이는 조각수법이다.



기단부에 들어있는 귀부, 무지의 극치인 나

그동안 전국을 돌면서 숱한 문화재와 만났다. 그렇게 세월이 한 20여 년이 지났으니, 이제 문화재를 보는 안목도 조금은 높아진 듯도 하다. 스스로도 문화재에 대해 ‘수박 겉핥기’는 조금 지났다고 생각을 했다. 남들은 이런 나를 두고 ‘우리 문화재에 미친 사내’라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는 것에 반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종대사탑을 보면서 조금 이상한 것이 보인다. 한 면에 세 마리의 용머리가 보이는데, 중간에 용머리가 크고 한편으로 돌려져 있다. 벌써 몇 번인가 본 원종대사탑이다. 한 번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갈 만큼 부끄럽다. 그 가운데 목을 비튼 용두는 바로 귀부의 머리였던 것이다.



그 용머리 밑으로는 거북의 등이 조각이 되어있고, 양편으로는 앞발이 힘차게 표현이 되어있다. 한 마디로 놀라움이다. 왜 아직 이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까? 바로 귀부의 앞부분이 조각이 되어있다. 탑의 뒤편으로 돌아가 보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곳에는 귀부의 뒷부분인 꼬리와 귀갑을 선명하게 표현을 해 놓은 것이다. 탑의 기단부에 귀부를 넣어 놓은 것이다.

정말 부끄럽다. 몇 번을 보았으면서도 이런 대단한 조각을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니. 그동안 나름대로 문화재를 보면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문화재의 구석구석을 다시 살펴야겠다. 20년간의 답사가 이렇게 부끄럽게 무지를 보이다니. 하지만 그도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더 늦지는 않았으니. 첫걸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