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자리 없어 영동시장 이층 아트포라에 보관

 

함 사시오 함 사

그 함 얼마에 팔 것이요?”

걸음걸음 자국마다 돈 봉투를 놓으셔야죠.”

그냥 들어오시오. 술상 잘 차려놓았으니

 

함진아비와 신부 집 식솔들이 대문 앞에서 실랑이를 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신랑의 친구들인 함진아비들이 신부 집 대문에 도착하면서부터 시끌벅적했다. 함을 사라고 온 마을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댄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모습조차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며칠 전 영동시장 2층에 소재한 아트포라 입구에 함 사시요란 작품이 자리를 잡았다. 영동시장 문화관광형 사업단이 마련한 이 함진아비 작품은 원래 영동시장 인근 야외에 설치를 하기 위해 마련한 작품이다. 한복특화 시장인 영동시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제자리를 못 찾은 함진아비 작품

 

그런데 이 작품이 왜 이곳 영동시장 2층 계단 위 아트포라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수원시에 이 작품을 야외에 설치하겠다고 신청을 했는데 설치를 허가해 주는 위원회에서 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하네요, 수원천에 놓인 다리 위에는 작품 등을 설치할 수 없고, 다리 옆에는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를 준다고 해서 설치를 못해 이곳에 놓았다고 합니다.”

 

영동시장 관계자는 위원회의 설치불가 판정이 조금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작품비를 들여 조성한 함진아비 작품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영동시장 2층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가질 않네요. 국가적 차원에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들을 하는데 어떻게 지자체 심의위원회에서 불가판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영동시장 입구 앞에는 정조대왕의 불취무귀상도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정작 시장과 관계가 있는 함진아비 상은 허가를 내줄 수 없다니 이해가 가질 않네요. 작품을 만들어서 이렇게 시장 한 편에 놓을 것이라면 왜 비싼 작품비를 들여 조성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장의 한 상인은 함진아비 상을 돌아보면서 위원회의 반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한복특화시장인 영동시장은 한 때는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던 곳이다. 결혼을 할 신랑신부들이 찾아와 결혼 예복을 맞추고는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던 영동시장이 점차 결혼예복이 양복으로 바뀌고 생활복도 양복 등으로 바뀌면서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영동시장 문광형사업단에서는 그런 영동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던 중 영동시장 외곽에는 한복특화시장을 상징하는 바느질하는 여인을 조명으로 설치했고, 옛 풍습을 재현시킨 함진아비 상을 야외에 조성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동시장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함진아비 조형물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체 영동시장 2층 아트포라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자는 손에 엽전꾸러미를 들고 남자들에게 어서 오라는 듯 미소를 띠우고 남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발에 엽전꾸러미를 차고 있다. 함진아비는 쉽게 가지 않겠다고 허리를 뒤로 빼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영동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함진아비. “함 사시오라는 이 작품은 제자리를 찾아 못하고 이렇게 영동시장 이층 아트포라 입구에 서서 하루 종일 몇 명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의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이 어떤 생각으로 설치를 반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함 사시오라는 작품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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