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도 작은 도서관 있어 행복하다

 

수원을 인문학의 도시라고 한다. 요즈음 대세는 인문학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와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인문학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인문학이 각광을 받으며 전국의 지자체들이 인문학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 그대로 행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원을 인문학의 도시라고 한다. 거리마다 북 카페와 작은 도서관들이 들어서 있다. 문학은 언어예술로 우리들 가슴을 성찰하게 만든다고 한다. 인문학의 도시 수원은 많은 도서관들이 지척거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책을 거주지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읽을 수 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동만 해도 지척인 거리에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세 곳이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창룡마을 창작센터 안에 자리하고 있는 북카페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걸으면 지동교 옆 팔달문 홍보관 안에도 북카페가 자리한다. 지동행정복지센터 안에도 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5분 거리 안에서 원하는 책을 읽을 수가 있다.

 

 

사무실 인근에 작은 도서관

 

사무실을 인계동으로 옮기고 나서 모처럼 휴일을 맞아 인근 식당을 찾아 나섰다.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철이라 주변 경관도 돌아볼 겸 밖으로 나간 것이다. 인계초등학교 담장 안에 산수유가 노랗게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만개를 할 듯하다.

 

산수유를 바라보며 그 춥던 겨울이 다 지나갔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앞에 공중전화박스와 같은 구조물이 보인다. 옆에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왠 남자 한 사람이 책을 읽고 있다. 날이 풀리고 휴일이니 집안에 있기가 갑갑해 나와나 보다 싶어 옆으로 가니, 공중전화박스라고 생각했던 구조물에 인문학도서관1’이라는 표식이 붙어있다.

 

 

알고보니 책을 보고 있던 남자는 바로 그 인문학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꺼내 곁에 마련한 의자에 앉아 읽고 있었던 것이다. “! 수원은 도서관이 가장 많은 인문학의 도시로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괜히 어깨가 우쭐해진다. 수원에 살고 있다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전에는 한 달이면 족히 20권 이상의 책을 읽고는 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가면서 눈도 침침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가까이하지 못한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하다.

 

사무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장소가 있다는 것이 반갑다.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한 독서를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만 30분이라도 책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점심을 먹고나면 소화를 시킨다고 괜히 주변을 걷는 것보다, 차라리 책 한권을 택해 잠시라도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좋은 생각 같아서이다.

 

 

부실한 서적관리, 좀 더 신경썼어야

 

기분좋게 길에서 도서관을 만났으니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싶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책이 몇 권밖에 없다. 명색이 도사관이라고 붙여 놓았는데 고작 몇 권의 책을 비치했을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길거리 작은 도서관을 설치해놓고 한 번도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일까?

 

수원시 각 주민센터에 마련되어 있는 북카페나 도서관 등은 매년 예산을 지원해 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곳곳에 있는 북카페나 길거리도서관도 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괜히 인문학의 도시라고 내세우기보다는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하는데 말이다.

 

먼지가 잔뜩 앉아 있는 길거리도서관. 길거리 작은 도서관이나 북카페 숫자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내실있게 운영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봄날 모처럼 길에서 만난 작은 인문학도서관.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작은도서관이지만 얼마나 내실있게 운영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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