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시장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 북적

 

명절이 되면 어느 곳이나 제수용품을 파는 곳들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올 정유년은 어느 해보다 제수용품을 구입하기가 버겁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시장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괜한 우려였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수원 22개 전통시장의 홍보책임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행여 전통시장이 전보다 못한 매출로 인해 상인들이 애를 끓이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돼 시장으로 나갔다.

 

28일이 정유년 설날이다. 명절 하루 전인 27일 대목장.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통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못골종합시장이야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 외에 시장도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못골종합시장은 아예 발붙이고 들어설 틈도 없다. 장바구니를 든 많은 사람들의 손마다 한가득 선물보따리가 들려있다.

 

어떻게 장을 보고 나오셨네요?”

말도 마세요. 겨우 필요한 것만 구해서 나왔어요. 물건을 사기도 힘들고 보따릴 들고 걷기도 힘들어요. 올해는 예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해서 나오는 한 분에게 물으니 안에 들어가면 나오기도 힘들다고 한다. 밖에서 들여다보니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인산인해(人山人海)’란 아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장 안으로 들어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장을 볼 것도 아닌데 괜히 들어갔다가 장을 보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 같아 발길을 돌린다.

 

 

전통시장이 대목장으로는 최고죠

 

지동교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워낙 많은 차들이 이리저리 밀리면서 고함소리도 들린다. 조금씩만 양보하면 이렇게 북새통을 이루지는 않을 텐데 서로 먼저 가려다보니 자연 큰 소리가 나게 되는가보다. 거기다가 도로 한편을 막아 주차한 차량이며 장사꾼까지 차를 대 가뜩이나 복잡한 거리가 더 복잡하다.

 

이런 날은 인근 시장 상인들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좀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저 장사만 하면 된다는 이런 식으로는 이 북새통이 가시겠어요. 전통시장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조금의 불편함이라도 가시게 만들어 주어야죠

 

차가 막혀 빠져나갈 틈이 없자. 운전자 한 사람이 나와서 차를 이리저리 빼라고 수신호를 한다. 사람들은 몰리는데 모두 차를 갖고 나와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아무개(, 49)씨는 차에서 내려 차량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다가 시장 상인회들이 나 몰라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렇게 복잡할 때 상인회에서 교통정리라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목장은 역시 전통시장이죠. 불편을 무릅쓰고 전통시장을 찾는 것은 시장만이 갖고 있는 우리 고유의 정서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를 막고 장사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인회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결국 불편한 전통시장이란 생각이 들게 마련이죠. 전통시장도 이젠 고객들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명절 장은 전통시장인데 너무 불편해요

 

 

오늘은 말도 걸지 마세요. 정신없어요

 

지동교를 사이에 두고 7개의 전통시장이 모여 있는 남문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동안 몇 년을 시장을 다닌 덕분에 가는 곳마다 상인들이 인사를 한다. 손님들이 워낙 밀려들다보니 장사하기에도 바쁜 듯하다.

 

장사는 잘 돼요?”

오늘은 말도 걸지 마세요. 정신없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이다. 연신 물건을 달라고 소리치는 고객들과 잠깐만요를 외치는 상인들. 명절 대목장은 그래서 활기가 돋는다. “오늘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것 같아요잠깐 동안 숨을 돌리며 하는 말이다. 쌀쌀한 날씨지만 상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띤 설 명절 대목장. 이런 호황이 1년 내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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