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치는 오리 떼, 곧 새끼오리를 보려나?

 

한 주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취재하고 기사쓰고 거기다가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 바쁜 나날. 머리가 항상 맑지가 않고 잠이 부족하다. 한 가지 일만 해도 버겁다고 하는데 도대체 몇 가지 일을 한 번에 해결하고 있는 것일까? 매일 늦은 시간에 잠이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일상처럼 되어버린 이런 일이 몸에 밸만도 한데 아직은 아니었나보다. 직장을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곳에 적응해 가는가 싶은데 아직 미숙한 점이 너무 많다. 달라진 분위기와 늘어난 작업량이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거기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매사에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만 같다.

 

지인 한 사람이 한 말이 기억난다. “혼자 주간지를 하려면 최소 이틀은 밤을 새고 편집을 하고 교정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5일을 취재하고 2일은 기사 정리하고 밤을 새우고 나면 신문을 인쇄소에 넘기고 다음 날 이른 시간 확인을 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 벌써 2주가 지났지만 아직 일이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철 이른 봄날 수원천을 걷다

 

일부러 장안문에서 차를 내려 수원천을 걸어본다. 입춘이 지났다고 하지만 아직 쌀쌀하다. 기온이 푹해졌다고 하지만 2월 중순의 날은 밖에서 오래 일을 보기에는 만만치 않은 듯하다. 영통에 있는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에 들려 경기도 시장 책 발간문제를 의논하고 난후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걷지 못한 수원천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었던 수원천이 날이 풀리면서 녹았다고 하지만 아직 천변에는 얼음이 남아있다. 그런 수원천도 어느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철 이른 봄날 오리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제 5월 초가 되면 저 오리들이 새끼들을 데리고 수원천에서 유영을 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팔뚝만한 잉어들이 물장구를 치며 퍼득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천천히 수원천을 따라걷는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털모자를 눌러쓴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아 아직은 봄 기운을 느끼기엔 조금 이른 듯하다. 얼음이 녹은 찬 물을 즐기던 오리들이 인기척에 날개짓을 하고 빠르게 달아난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다.

 

 

추위에도 푸른 싹이 눈을 뜨다

 

웬일로 수원천을 다 걸어요?”

누군가 말을 시킨다. 뒤돌아보니 시장 상인이다. 지나면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수원천 주변에 시장이 있고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 생활했으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 안하고 왜 돌아다녀요?”

잠시 틈이 나기에 운동 좀 하려고요

운동 할 복장이 아니구만

우리 같은 사람이야 운동복이 따로 있겠어요, 그냥 틈나면 입은 채로 한 바퀴 도는 것이지

 

물속에서 유영을 하는 오리를 한참이나 보고 있다 남수문 곁 계단을 오르려다보니 한 옆에 푸른잎이 보인다. 그 추운 날씨에도 푸른색을 띠고 있는 봄을 만났다. 주변은 아직 가을철에 시들어버린 모습 그대로인데 어떻게 이렇게 한 겨울을 난 것일까? 그 작은 초록빛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본다.

 

 

수원이 이래서 좋다. 산이 있고 물이 있고, 걸을 수 있는 많은 길이 있다. 늘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찾아가는 곳. 광교산이 되었거니 팔달산이 되었거나 어디라도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 좋다, 그리고 이렇게 봄을 이른 날 만날 수 있는 수원천이 있어서 좋다.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장이 있어 좋다. 지치고 힘들 때 만날 수 있는 봄이 있어 수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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