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천은 생명을 살리는 생태하천

 

그동안 날씨도 무덥고 가뭄도 어지간히 심했다.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강물은 바닥을 들어낼 정도로 낮아지고, 여기저기서 물이 부족하다고 난리를 치기도 했다. 그런 가뭄을 조금이나마 해갈을 시킬 수 있는 반가운 비가 내렸다. ‘마른장마라고 하더니 그래도 끝판에 제법 굵은 빗줄기를 뿌린다.

 

가뭄은 우리에게는 자연의 깨우침이다. 인간들이 마구 훼손한 자연에 대한 벌이라고 늘 생각한다. 자연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런 가뭄과 태풍, 그리고 가끔은 자연재해의 모습을 보면서 겁이 나기도 한다. 자연의 일부분일 뿐인 인간이 그동안 자연에 대해 너무 몰지각한 행동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다.

 

 

 

 

물소리가 그리워 수원천을 걷다

 

수원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길이 많다. 꼭 아름다운 길이라고 정해놓은 곳이 아니라고 해도, 다니다가 보면 놀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사람의 눈을 호강시켜주기도 한다. 그런 길들이 올 5월부터 유난히 가뭄이 들어 걸을 때마다 먼지가 올라와 걷기조차 힘들었다. 정말 이번 비가 반가운 것은 그렇게 흙먼지만 폴짝거리고 나던 길이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수원천으로 나갔다. 올해는 정말 수원천의 물 흐르는 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수문에서 천변 산책로로 내려가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다시 실비가 내린다. 비 좀 맞아도 좋다. 그동안 너무 목말라 하던 가뭄이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화홍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축대 밑에 무엇인가 희끗한 것이 눈에 띤다. 누군가 쓰레기라도 버린 줄 알고 다가갔더니 세상에 이게 웬일인가? 그곳에 버섯이 나 있다. 도대체 이곳에 버섯이 왜 있는 것일까? 수도 없이 걸어 다녔던 수원천 산책길이다. 하지만 한 번도 버섯을 볼 수가 없었다.

 

 

 

 

생태하천 수원천의 진면목

 

버섯은 자낭균이라는 포자가 들어있는 자낭으로 번식하는 진균류의 일종이다. 1700년 말엽에 서명응이 지은 <본사(本史)>라는 박물서에서는 버섯을 지이(芝栭)’라고 하였다. ‘버섯 지이고 버섯 이이다. 또 버섯은 균()이라고도 한다. 버섯은 결국 포자로 번식을 하는 균의 일종이다.

 

그런 버섯이 어떻게 이 수원천 산책로에서 자라고 있는 것일까? 가까운 팔달산에서 포자가 이곳까지 날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그런 것 보다는 이곳에서 버섯을 만났다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수원천을 생태하천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버섯 하나만으로도 생태하천이 실감이 난다.

 

 

 

그게 무엇예요?”

버섯이 자라고 있네요.”

먹을 수 있는 버섯인가요?”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쌀 버섯 비슷한데 잘 모르겠네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무엇인가 궁금해서인지 말을 건넨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버섯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버섯이 자라고 있다는 것만 해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버섯은 습도와 토양, 그리고 생육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원천 산책로에 버섯이 자란다는 것은 이곳이 자연친화적인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연히 물소리를 듣기 위해 나선 수원천 걷기. 그곳에서 난 자연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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