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중에서 가지가 아래로 축축 늘어진 것을 능수버들이라고 한다. 능수버들은 천안지역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 가지 설이 전하는 흥타령의 전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천안 인근에 홀아비 한 사람이 능소(綾紹)’라는 어린 딸과 함께 살았다. 이 부녀는 비록 가난하긴 하였지만 정이 깊었다. 그런데 능소의 아버지가 변방의 수자리로 뽑혀가게 되었다. 능소의 부친은 변방으로 가다 천안삼거리에 이르러 더 이상 어린 딸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하여 주막에 딸을 맡겨 놓는다. 아버지는 딸 능소에게 '이 나무에 잎이 피어나면 다시 너를 만나러 이곳으로 올 것이다'라고 한 뒤 홀로 떠났다. 나중에 수자리에서 돌아 온 아버지를 만난 능소는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두 번째 전설은 어린 능소는 이곳에서 변방에 수자리로 떠난 아비를 기다리며 곱게 자라 기생이 되었는데, 미모가 뛰어난데다 행실이 얌전해 그 이름이 인근에 모르는 이가 없이 널리 알려졌다. 이때 마침 과거를 보러 가던 전라도 고부의 선비 박현수라는 사람이 주막에 들렸다 능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박현수는 그 후 장원급제하여 고부군수로 제수를 받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이곳에서 능소와 다시 상봉한 기쁨을 못 이겨 '천안삼거리 흥능소야 버들은 흥' 하고 춤을 추며 기뻐했다고 한다.(하주성 저 천안의 옛노래)

 

 

 

 

수원천에 늘어진 능수버들과 능수벚꽃

 

능소버들, 혹은 능수버들이라고 하는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버드나무는 흥타령만큼이나 사람의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수원천을 유천(柳川)’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화성 축성시 정조대왕은 수원천변에 버드나무를 심었다. 그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기 때문인지, 수원천을 유천이라 부르고 수원의 상인들을 유상(柳商)’이라고 했다.

 

아직도 수원에는 세류동, 버드내 등 버드나무의 명칭이 많이 전한다. 이 수원천 북수문부터 매향교까지의 천변 양편에는 늘어진 버드나무가 있다. 이제 한창 연두색 잎을 늘이기 시작한 이 버드나무들로 인해, 봄기운을 한결 더 느낄 수가 있다. 모처럼 주말을 맞아 수원천을 걷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도 떼를 지어 다니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이 능수버들이 서 있는 매향교 아래부터 지동교 까지의 수원천변에는 능수벚꽃이 늘어서 있다. 능수벚꽃은 능수버들과 마찬가지로 가지가 아래로 늘어진 벚꽃을 말한다. 능수벚꽃의 원명은 처진개벚나무이다. 그리고 이명(異名)으로 수양벚나무, 능수벚나무, 처진올벗나무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 능수벚나무는 관상수나 가로수로 식재를 하며, 나무껍질은 약용으로 쓰이고 열매는 식용을 한다.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수원천

 

얼마 전까지도 해도 팔달문시장(상인회장 조정호)에서는 봄에 능수벚꽃이 필 때가 되면 팔달문 시장 능수벚곷 축제를 열었었다. 2012년까지도 계속되었던 축제가 팔달문 앞 시장들이 지동교 위에서 토요문화공연이 이루어지면서 중단이 된 듯하다. 가지를 늘어트리며 흐드러지게 피는 능수벚꽃을 즐길 수 있는 축제 하나가 중단이 되었다는 점이 서운하다.

 

예전에는 이 능수벚꽃이 가지를 늘이고 꽃을 피우면 장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지를 몽당 잘라서 볼품이 없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네요. 아마 수원에서도 이 수원천에 있는 능수벚꽃이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같은 물길이라도 능수벚꽃이 더 빨리 개화를 하는 것 같아요.”

 

 

 

4일 오후에 일부러 걸어 본 수원천. 지동교에서 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을 향해 걷다보면 절로 흥얼거림에 취한다.

천안삼거리 흥, 능소야 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축 늘어졌구나.

꼭 흥타령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 늘어진 가지에 꽃을 탐스럽게 피우고 있는 능수벚꽃이나. 연한 연두색의 가지를 마음껏 늘이고 있는 능수버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수원천. 4월의 이름 봄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곳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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