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은 높이 1,563m로 태백산맥에 솟아 있는 산이다. 오대산은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대산(1,434m)과 호령봉(1,042m), 상왕봉(1,493m), 두로봉(1,422m) 등 5개의 봉우리가 있다. 이 봉우리들 사이로는 중대라고 부르는 지공대와 동대로 칭하는 만월대, 그리고 서대로 부르는 장령대와 남대인 기린대,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북대인 상삼대 등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어 오대산이라고 했다.

 

또한 중대는 문수보살이, 동대는 관음보살이 상주하고 있으며, 서대는 대세지보살, 남대는 지장보살, 북대는 아라한이 상주하면서 설법을 하던 곳이라고 하여, 그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상원사와 세조, 그리고 문수보살

 

오대산 상원사는 대웅전이 문수전이다. 이곳에 모셔 놓은 문수동자상 때문이다. 국보 제221호인 목조문수동자좌상은 조선조 세조와 문수보살의 일화에서 비롯하였다. 1464년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세조가 즉위한지 10년 째 되던 해 등창(부스럼의 일종)을 얻게 되자 신미대사의 권유로 오대산으로 행차를 하였다.

 

상원사에 도착한 세조는 다음 날 상원사 밑 계곡을 흐르는 오대천에 몸을 담구고 있는데, 동자 하나가 길을 가고 있었다. 세조는 동자에게 등을 좀 밀어달라고 부탁을 했고, 동자는 세조의 등을 밀어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세조는 동자에게 임금의 몸을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 동자가 웃으면서 ‘임금님도 문수보살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세조가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동자는 간 곳이 없고, 자신을 괴롭히던 등창이 말끔히 나았다는 것을 알았다.(국보 제221호 문수동자좌상/ 사진 평창군)

 

 

세조는 궁으로 돌아와 화공을 불러 자신이 만났던 동자를 그리기를 권유하였으니, 아무도 자신이 본 동자의 모습을 그려내지 못했다. 그런데 누더기를 걸친 노스님이 그려 온 동자의 모습이 너무도 똑같아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영산회상에서 왔노라’며 구름을 타고 사라져버렸다.

 

그 후 의숙공주와 효녕대군의 발원으로 세조의 만수무강을 빌기 위해, 문수동자상이 조성되어 1466년에 상원사에 모셔진 것이다.

 

세조가 의관을 걸었던 관대걸이

 

상원사 입구에서 상원사로 향하는 좌측에 보면 작은 석물 하나가 보인다. 옆에는 관대걸이라고 안내판이 적혀있다. 이 작은 석물은 기대석과 간주석, 그리고 그 위에 지붕돌을 올린 형태이다.

 

 

딱히 이 석조물이 무슨 용도로 조성이 되었는가는 알 수가 없다. 간주석도 그냥 네모나게 조성하였으며, 특별한 문양도 새겨 넣지 않았다. 이 관대걸이에 옷을 걸었다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다리 밑을 흐르는 계곡물에서 세조가 몸을 씻지 않았을까?

 

볼품없는 석조물 하나로 인해 문수동자와 세조와의 이야기를 생각해내면서 다리 밑 계곡물을 바라본다. ‘참 맑기도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마도 그 역사속의 이야기대로라면, 저 물에 몸을 씻으면 속세에서 든 병이 절로 낫지는 않을까? 5월 6일(일) 삼사순례를 하면서 들린 상원사에서 이야기 하나를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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