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낯 모르는 번호가 뜬다. 요즈음은 세상이 하도 뒤숭숭한지라, 전화를 받기만 해도 돈이 빠져나갈 정도라고 한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요즈음은 선거철이 되다보니 이런저런 문자들이 참 많이도 들어온다. 어찌 그리 번호들을 잘 알아낸 것인지. 그렇게 대단한 나라이다. 이런 이야길하면 선수 잘 치는 사람들은 아 수원 토막살인 이야기인가보다 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것과는 전혀 관게가 없다. 일이 있어 부천에 있다. 아침 일찍 부천으로 일을 보러 온 것이다. 일이라는 것이 사진찍고 사람만나 취제하는 일이다보니, 전화번호가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다. 그래도 영판 모르는 전화번호는 덥석 받는다는 것이 좀 그렇다.

 

'선생님께 땅을 드리려고요'. 먼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에전에 개그를 하다가 보면 이런 말을 하고는 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그런데 오늘 내가 그런 일을 당한것이다. 모르는 전화라고 해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일이고 보면, 참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받아야만 한다.

 

"예, 아무개입니다"

"아이고 선생님 반갑습니다"

"누구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실겁니다. 저는 아무개라고 합니다"

 

여기까지야 그냥 듣고 넘어갈 수가 있다. 물건을 사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런 정도의 대화는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선생님께 땅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땅이요?"

"예, 제가 땅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좀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되었으니 형제분들에게나 드리시죠"

"저희 형제들은 많이 주었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래도 더 많이 주세요. 전 필요없습니다"

"아, 아깝습니다. 이 땅 정말 좋은 땅인데요"

 

이쯤되면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 사기꾼이 누구를 바보로 아나.

 

"그렇다면 받아야죠. 이곳으로 서류 들고 좀 찾아오시죠"

"어디로 가면 되나요?"

"예, 수원시 아무개동 몇 번지 먼 신문사로 갖다 오세요" 

"탈칵(끊겼다)"      

 

참 세상에. 어째 이런 전화까지 걸려오는 세상이 되었나 모르겠다.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놈들도 성공을 하는 것이 요즘인가 보다. 괜히 나 혼자 바보가 된 기분이다. 세상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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