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는 나의 몸이며 나의 작품과 동일하다”

 

전시실에 걸린 그림들이 상상을 초월한다. 난이하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도대체 작가의 작품성향이 감이 오질 않는다. 24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을 들렸다. 그 쪽에 일이 있어 발길을 옮기다가 우연히 찾아간 전시실에는 작가가 작품을 벽에 게시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그저 웃기만 한다. 그동안 여기저기 수원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면서 꽤 많은 작품을 보았다. 나름대로 그림을 보는 눈도 조금 생겼다. 그런데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을 들어서는 순간, 이 작품은 그저 경악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말을 잘 할 줄 몰라서요”

 

 

작품의 제목을 한 번 들여다본다. 잘 먹었습니다, 불면증, 부유하는 덩어리, 구토, 허물, 시원한 피 등 제목부터가 무엇인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나마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눈 것이 큰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도 마음먹은 것처럼 녹녹치가 않다. 웃기만 하는 작가는 상당히 앳돼 보이지만 올 2월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부 회화전공을 수료했다.

 

개인전은 이번 박햇님의 <;(hole&horror)>이 처음이다. 하지만 20142월 단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그동안 수차례의 단체전을 거쳤다. 박햇님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동양화라면 어떻게라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서양화는 더 어려운 듯하다. 물론 식견이 짧기 때문이다.

 

 

캔버스는 나의 몸이라는 박햇님 작가

 

캔버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나의 내부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과정들로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으나 개인적이지만은 않다. 그들은 나의 자화상이자 인간의 표상이다작가노트에서 박햇님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캔버스가 스스로의 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보면 역설적일 수도 있다.

 

박햇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제가 살면서 받아온 억압과 사람들의 편견, 이중적 잣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을 느꼈고 저는 언젠가부터 잔혹한 것들에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찢겨지고 부서진 육체는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력을 강하게 느끼면서 매혹적으로 다가와 이러한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캔버스를 몸이라고 생각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와 작품이 동일시되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에서 또다시 파괴와 재생이 반복이 반복되는 것이니까요”

 

작가는 이런 작품과정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반복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재생에서 파괴하고, 파괴에서 재생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한 마디로 으스스하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그럴 정도로 작품이 파격적이다. 그 작품 안에 작가가 알리고자 하는 사고가 있을 텐데 감을 잡을 수가 없다.

 

 

46일까지 대안공간 눈 제2전시실서 만날 수 있어

 

46일까지 대안공간 눈 제2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박햇님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은, 25일 오후 전시실에서 작가와의 만남시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 시간에 찾아가면 작가의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시준비로 바쁜 작가를 붙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돌아왔기 때문에, 박햇님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면 다시 한 번 발길을 옮겨야 할 듯하다.

 

작가가 캔버스에 구멍을 뚫은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몸과 같이 숨구멍이 될 수도 있고, 배설이 될 수도 있으며, 혹은 공허함을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차가운 피라는 작업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을 생각하고 스케치를 했었는데 작년에 마무리를 했던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 또한 알게 모르게 받는 억압에 대한 분노를 옮겼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박햇님 작가의 작업 소재와 이미지들에 대해서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공포의 권력>에서 이야기하는 '아브젝시옹'을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해준다. 미처 자세히 물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만 갖고 돌아선 전시공간. 도대체 어떻게 이 작품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 궁금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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