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오산시에 걸린 현수막 중에 시민들과 함께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띤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원 화성과 광주 남한산성, 두 곳의 성곽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국가적인 자랑만이 아니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로서는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오산에는 독산성이 있다. 독산성은 처음 백제 때 축성을 시작하여 조선조까지 주변의 경계를 맡아오던 산성이다. 이런 독산성은 권율장군의 기지로 많은 왜적을 물리쳤으며, 삼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오산 독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일까?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조건은 보존성이다. 처음 그 성곽이 축성되었을 때의 원형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는가를 중요시한다. 또한 등재신청을 한 성곽의 주변 환경까지도 보존되어야한다. 그것이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가장 큰 조건이다. 과연 독산성은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주변 환경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성안 구조물 등 원형 복원 서둘러야

 

문제는 독산성이 산 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야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근자에 들어선 성곽 주변의 건축물 정도만 정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형의 보존이다. 독산성을 축성했을 때 각 문 위에 문루는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그리고 성벽 위에 여장은 있었는지, 높이는 어떠했는지 등 많은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독일의 드렌스덴 엘베계곡은 지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었다. 하지만 독일정부가 계곡주변에 인공조형물인 다리를 건설하느라 자연경관의 원형을 훼손한 것이 문제였다. 2010년 유네스코는 엘베계곡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취소시켜버렸다. 원형보존과 주변 경관의 보존이 이만큼 중요한 것이다.

 

현재 독산성은 어떤 모습인가? 과연 권율 장군 시대의 산성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가? 성안에는 어떤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는가? 또한 성의 형태는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일까? 성문위의 전각은 어떤 형태로 건축이 되었었는가? 성안 병사들의 목마름을 해결하던 우물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 모든 것을 먼저 복원을 해야만 한다.

 

 

 

 

 

 

문화유적, 개인이나 집단의 이용은 안된다.

 

문화유적이란 오랜 세월 우리의 역사를 함께 지켜 온 유산이다. 그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은 어떤 이유로던지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실리를 위해 이용하면 안된다. 문화유적이란 우리의 역사이자 정신적인 지주이기 때문이다.

 

독산성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요즈음 한창 중,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문제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한편에서는 역사교과서가 한편으로 치우쳤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친일 등으로 도배를 할 것 같다고 한다. 참 시끄럽기 짝이 없는 나라다.

 

그런데 과연 등재를 시민들과 함께 추진하겠다는 당사자들은, 독산성이 등재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등재를 추진하기 전에 먼저 복원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치 위마다 놓인 조망을 위한 불필요한 의자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복원이 된 후에 등재를 생각해야 정답이다.

 

 

 

 

오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독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희망일 뿐이다. 현재의 독산성의 상태로는 누구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등재를 위해 애를 쓰겠다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독산성은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자신들의 실리를 위한 이용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힘을 합해 원형복원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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