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골목점포들 아직도 08계란 팔고 있어

 

이틀 동안 마지막 휴가를 강원도로 다녀온 후 가장 먼저 냉장고에 있는 계란부터 확인해보았다. 수원시가 1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수원시에 유통된 부적합 계란’ 3600(108천개) 18일 오전까지 3천판(9만 개)이 회수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살충제 계란사태가 일어난 직후 관내 부적합 계란 유통현황을 전수 조사했고, 지난 12부적합판정을 받은 여주 소재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이 장안구에 있는 한 계란유통업체에 공급된 것을 파악했으며, 문제의 양계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은 계란껍질에 ‘08양계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거주지 인근 소규모 점포를 들어가 산란양계를 살펴보았다. 계란마다 08이라는 파란색 글씨가 선명하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살펴보니 모두 살충제 계란이라는 08번이 찍혀있다. 망설인 것도 없이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계란 10개를 모두 폐기처분해야 했다.

 

그동안 난 살충제 계란을 먹고 살았다

 

문제는 냉장고에 있던 계란이 아니다. 그동안 수년을 그 집에서 계란을 사다가 조리를 한 나로서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상점주인에게 확인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 인근의 골목상점들은 모두 한 사람의 도매상에게 계란을 공급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난 도대체 그동안 살충제 계란을 몇 개나 먹은 것일까?

 

괜히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어질한 것 같다. 많은 양은 아니라고 해도 평균 7~8일에 10개씩은 사다 먹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반찬을 할 수 없는 생활이기 때문에 라면을 끓일 때나 속이 출출하면 서너 개의 계란을 삶아 먹고는 했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먹은 살충제 계란의 숫자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한다지만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이런 짓을 하다니. 사람이 한낱 살충제나 먹어야 하는 존재였단 말인가? 계란을 폐기처분하면서 은근히 화가 돋는다. 산란양계축산농가에서 사용한 피프로닐은 방역업체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품으로 바퀴벌레와 진드기 등의 퇴치용으로 사용되는 살충제이다.

 

피프로닐은 식용 목적의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양계농가들이 이 약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일체 살충제 등을 사용하면 안되는 친환경 업체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부 살충제 성분으로 쓰이는 피프로닐은 맹독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피프로닐은 사람이 흡입하거나 섭취하면 두통이나 감각 이상, 간장이나 신장 등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닭 진드기 제거용으로 사용되는 비펜트린은 사람에게 과다 노출될 경우 두통과 울렁거림, 복통이 뒤따르며 노출이 심한 경우 가슴 통증과 기침, 호흡곤란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을 상대로 한 파렴치한 행동 엄벌로 다스려야

 

문제는 대형매장의 살충제 계란은 조사를 마쳐 폐기처분했다고 하지만 주택가 골목의 영세상점에서 팔고 있는 살충제 계란은 아직도 폐기처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 곳의 상점을 다니면서 보았지만 아직도 08이라는 숫자가 적힌 계란을 팔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살충제 계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점주들도 있었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아 이익을 취하려고 했던 몰염치한 살충제 산란계란을 판매한 업주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언제까지 먹거리를 갖고 이렇게 농간을 부리도록 놓아둘 것인가?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된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은 모두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있는 계란을 폐기처분하면서 참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보다 더 걱정인 것은 아직도 곳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영세골목상점까지 철저히 조사해 살충제 계란파동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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