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 않아도 옛 정취가 넘치는 시장

 

“먹는 것들이잖아요, 이 시장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좋은 물건들을 값싸게 사기 위해서 찾아오시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들은 수시로 상점마다 다니면서 판매하는 상품을 돌아보고는 합니다. 우리 가족도 장을 보아서 먹거리를 마련하는데 안 좋은 것을 팔면 되겠어요. 전통시장 식품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건도 대개 수십 년을 거래하는 곳에서 받아오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예 갖고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가족처럼 서로 믿고 오랜 시간을 거래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누구네 숟가락이 몇 벌이 있는지도 알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갖고 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수원 미나리광시장(상인회장 이정오)은 광교산에서 흐르는 수원천을 끼고 지동교서부터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종합시장이 나란히 형성되어 있다. 이 중 미나리광시장이 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며 이정오 상인회장을 비롯하여 52개 점포에 55명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264번길 13(지동)에 소재한 상인회는 2006년 9월 19일 수원시로부터 인정시장으로 허가를 받았다.

 

 

작아도 정취있는 미나리광시장

 

“뻥이요, 귀 막으세요”

미나리광시장은 골목으로 연결된 시장이다. 점포들은 대개 좁은 시장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 한편에는 수원에서 유명한 뻥튀기집이 있다. 몇 대의 기계를 놓고 강냉이 등을 튀기는 이 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날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엣 정취기 물씬 풍겨나는 모습이다.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이곳엔 미나리밭이 많아서 ‘미나리광’이란 시장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현 지동 수원제일교회에서 수원천 방향으로는 물이 많이 고이던 곳으로 미나리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예전에 시신을 묻기 위한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으로 ‘광’이란 글자가 ‘壙(시신을 묻기 위해 판 웅덩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일 뿐 이 지역은 유난히 미나리를 키우던 집들이 많았기 때문에 미나리광이라 붙여진 것이다.

 

“우리 시장은 작긴 하지만 내실 있는 시장이죠. 우리 미나리광시장은 옛 정취가 물씬한 곳입니다. 시장 골목 안에 들어서면 비싼 돈을 내지 않고도 이발을 할 수 있는 이발소며 추억의 도너츠, 뻥튀기 등 엣 장거리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다 볼 수 있죠. 그래서 저희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모두 대물림 고객입니다.”

 

 

 

대물림 장인정신의 전통시장

 

미나리광시장 상인회가 있는 건물 앞에는 고추를 파는 매장들이 줄지어 있다. 이곳은 김장철이 되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는 한다. 비록 점포는 몇 집에 지나지 않지만 철저하게 우리 땅에서 난 최고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40여 년 전부터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한 고추상회가 이제는 골목 전체를 메우고 있다. 메주콩, 기름 등을 함께 판매하는 이 고추매장들은 우리 전통의 태양초와 수입산 고추를 철저하게 구분해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도 믿음이 간다고 한다.

 

“고추매장들은 대물림 점포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눈속임 등은 하지 않죠. 철저한 이런 고객관리가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죠. 저희 같은 소규모 시장에서는 신뢰가 생명입니다. 상인들이 철저하게 생산지를 알릴 수 있도록 관리가 중요하죠.”

 

 

 

이정오 상인회장은 부지런하다. 비록 시장은 크지 않지만 틈새시장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장이 작다고 해서 딴 시장에 비해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규모 시장에서도 못하고 있는 가을철 김장나눔 등도 매해 빠트리지 않는다. 이정오 회장의 생활은 ‘나눔이 없으면 판매도 없다’라는 것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돈만 벌기 위해 애쓰다가 보면 전통시장의 특징인 정을 잃기 쉽다는 것이다. 하기에 가을철이 되면 시민들과 함께 김장담그기 행사를 벌인다.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찾아와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김장을 담고 조금씩 가져가는 기쁨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장이 아니면 누구도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없다고 보아야죠. 어디나 늘 불평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래도 우리 이 회장만한 사람 찾아보기 힘들죠. 자신도 점포를 갖고 있는 상인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상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챙겨주기도 하고요.”

 

자신의 점포는 돌볼 생각을 못하고 시장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상인들이 말하는 이정오 상인회장은 한 마디로 장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럴 정도로 미나리광시장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사람이다. 부모님 때부터 미나리광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오 상인회장은 팔달문 근처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07년부터 미나리광시장 상인회장을 맡아 열일 젖히고 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옹골찬 뚝심의 소유자이다.

 

 

 

미나리광시장만의 특화상품개발이 관건

 

“저희 시장 상인들은 연령이 60대가 많습니다. 1차 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상인들 연세들이 많죠. 대개는 오랫동안 고객들과 20~30년씩 거래를 해온 분들이라 나름 평생을 고집과 자부심으로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의식변화를 시킨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죠. 그래도 대부분의 상인들은 협조를 잘해 주는 편입니다”

 

양편 시장 중간에 끼어 있는 미나리광시장은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이런 곳을 시에서 지원을 받아 아케이드 설치공사를 마치고 각종 행사를 빠트리지 않고 참여하면서 조금씩 상인들도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이 사생대회, 김장나누기, 지동교 토요문화행사 등 팔달문 앞 전통시장들이 해야 할 일은 물론, 그보다 더 많은 일을 감당해내고 있다.

 

“저희 시장은 특화상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올해 전통시장은 일대 변환기를 맞이했습니다. 팔달문 앞 전통시장이 관광특구로 지정이 되었고, 2016년 ‘수원 화성 방문의 해‘도 맞이했습니다. 또한 올해 팔달문 앞 9곳의 시장이 ’수원남문시장‘이라고 이름을 붙여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일대 호기를 맞이한 셈이죠. 이 기회를 놓치면 시장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이정오 상인회장은 미나리광시장만의 특화상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기에 시장 안 고추매장들을 이용한 상품개발과 더불어 좀 더 옛 시장다운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고추매장들을 이용한 고추장과 된장, 기름 등, 미나리광 상표를 붙일 수 있는 상품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고추와 기름 등을 구입하러 몰려오는 미나리광시장이기 때문에 고추장과 기름, 된장 등을 이용한 특화상품 개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시장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늘 시장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미니리광시장 이정오 상인회장. 요즈음 들어 얼굴에 깊은 주름이 늘었다고 하는 이 회장의 고민이 가셔질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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