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해우소가 반갑다

 

수원은 화장실의 도시이다. 세계 최초의 화장실 공원인 해우재가 소재하고 있고, 세계 화장실에 대한 각종 자료와 함께 화장실 선진문화를 접할 수 있는 도시이다. 수원 해우재는 이제 명실공이 세계적인 회장실 메카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일 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목동에 소재하고 있는 해우재를 찾아오고 있다.

 

그런 수원이기 때문에 화장실 하나만큼은 어느 곳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다양한 아름다운 시설로 마련되어 있다. 또한 곳곳에 화장실이 있어 길을 가다가도 이용하기가 수월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수원이기 때문에 이젠 어딜가나 화장실 하나만큼은 수원을 따라올 수 없다고 늘 자부하고 있다.

 

31, 한 달의 일을 마무리도 할 겸 광교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해 봄비를 맞으며 미세먼지도 조금 가신다고 하니 한적한 길을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늘 도심에 갇혀 일을 하다보면 한 번쯤은 도심을 떠나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보고 싶기도 한데, 수원은 곳곳에 그런 기분을 느낄 만 한 곳이 주변에 많기 때문에 그것도 한 행복이다.

 

 

경동원 앞길을 따라 걷다

 

수원시 하광교동 43-2에 소재한 경동원. 그 뒤편에는 가끔 찾아가는 보리밥집이 있다. 마침 점심시간도 가까워진 터라 보리밥으로 점심이나 먹자고 밥집 마당에 주차를 하고 인근 광교마을길을 좀 걷기로 마음먹었다. 점심시간까지는 30~40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음식을 주문해 놓고 시골길다운 한적한 길을 걷고 싶어서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최고의 운동이란 생각이다. 예전 일주일에 주말이 되면 매번 문화재를 답사한다고 길을 나서 걷고는 했는데, 이제는 바쁜 생활에 쫒기다보니 그런 마음에 여유마저 잊은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원 곳곳에 그런 시골길과 같은 길이 많기 때문에 잠시나마 바쁜 정신을 조금은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동원 담을 따라 걷다가 차가 한적한 마을도로로 나왔다. 그저 잠시 동안의 여유가 마음 편하다. 간간히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워낙 집들이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옆으로 흐르는 물은 이제 봄이 되었음을 알리는 음악과도 같다. 왜 봄이되면 흐르는 물소리도 정겹게 들리는 것일까?

 

천천히 발길을 옮기다가 무작정 걸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 개울 안쪽 길로 접어들었다. 한편에는 주말농장이라는 푯말이 보이고 마을 안 밭에는 벌써 농사준비를 하느라 일손들이 바쁘다. 농사라는 것이 일 년 내내 일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것이다 보면,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은 역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란 생각이다.

 

 

개울 옆에서 만난 숲속 오두막 생태화정실’, 반갑다

 

경동원 담장 쪽을 향해 걷는다. 벌써 냉이며 쑥이 조금씩 자라났다. 시간이 있다면 그저 조금이라도 캐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하천 방향에 조그마한 가건물이 하나 보인다. 벽면에 무엇인가 글이 적혀있어 바라보니 숲속 오두막 생태화장실이라 적혀있다. 딴 것도 아니고 화장실 고장인 수원에 생태화장실이라니 궁금증이 인다.

 

그 아래에는 내가 싼 똥이 땅으로 돌아가 나의 몸으로 디시 오는 순환의 길! 잘 익은 똥은 구수한 흙냄새가 나지요~’라 적었다. 숲속 오두막 생태화장실이 궁금해진다. 이 한적한 곳에 누가 이런 화장실을 지어놓은 것일까? 아마 그 앞에 주말농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농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이용도 하고, 그곳에서 생산된 인분을 이용한 유기농비료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화장실인 듯하다.

 

안이 궁금해진다. 해우재를 비롯해 전국의 문화재를 답사하면서 수없이 만난 화장실이다. 요즈음은 사찰의 해우소도 거의 수세식으로 바꾸었지만 아직도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전통화장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옛 화장실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없다. 오히려 그런 곳이 마음 편한 생각이 들기도 하니 이도 내 팔자라는 생각이다.

 

 

생태화장실 안이 궁금해 문을 열어보니, 안에는 변기가 마련되어 있다. 남자용과 여자용이 있고 그 밑에 통을 바쳐놓았다. 아마 저 통에 쌓이는 인분을 이용해 비료를 만들고 있는가보다. 괜히 반가움이 인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그런 화장실이라면 손사례를 치겠지만 우린 그런 화장실 인분을 이용해 비료를 만들어 사용했다. 가장 좋은 비료는 우리 몸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한적한 길을 찾아갔다가 만난 숲속 오두막 생태화장실’. 이 화장실 하나를 만난 것만으로도 오늘 횡재를 했다는 기분이다. 화장실을 열어보고 괜히 즐거운 웃음을 흘려내는 것도 알고보면 내가 화장실의 도시 수원에 살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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