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해요”

“두 사람인데 칼국수 안돼요?”

“예, 예약을 받아놓아서 자리가 없어요.”

“멀리서 딸이 일부러 온다는데 두 그릇만 주세요.”

“그럼 한 옆에서 얼른 드시고 가세요.”

 

세상에 이런 장사꾼도 있다. 식당에 손님이 와서 음식을 달라는데 안 판다니. 몇 사람인가가 발을 돌린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집도 허름하다. 그런데 이 집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칼국수 한 그릇만 달라고 통사정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금요일 오후 수원 광교산 소류지를 한 바퀴 돌았다. 수원천서부터 시작을 해 그 물줄기를 따라 서해안까지 따라 내려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들린 광교저수지 밑에 자리한 아람회관. 이 집은 원래 김치두루치기가 전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제 마신 술기운도 남은 듯하고, 점심시간이라 그저 칼국수 시원하게 먹고 싶어 들렸다.

 

손님이 오면 직접 밀어서 해주는 칼국수

 

다행히 우리 일행까지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가 있었다. 조금이 조금 걸린다 싶었는데, 그 이유가 직접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삶아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후덕한 주인아주머니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여기저기서 많이 찍어 갔다”고 하신다.

 

 

 

연신 반죽을 밀대로 밀고 ‘탁탁탁’ 경쾌한 소리를 내며 칼로 얇게 밀어낸 밀가루를 썰어낸다. 그리고 잠시 후 김이 모락거리는 칼국수 한 그릇이 상 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내온 칼국수를 보니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다시국물을 내는 왕 멸치가 칼국수 안에 보인다. 그리고 반찬이라고는 오이무침과 파김치, 그리고 김치 한 가지가 다이다. 금액은 5,000원이니 ‘그저 먹을 만한가 보다.’ 라고 생각을 한다. 산행을 하고나서 땀도 나고 갈증도 나는데, 더운 칼국수라니.

 

 

 

 

담백한 맛에 문전성시를 이뤄

 

“나 이 자리에서 벌써 14년 째 장사를 하고 있어”

 

아마도 그 자리에서 14년 동안 이렇게 손님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장사를 했다면, 이제는 제법 큰 집으로 옮겨가실 수도 있었을 텐데. 주말이 되면 광교산 산행을 마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시도 발라내지 않은 왕 멸치와 잘게 썰어 넣은 파가 전부이다. 그런데 면발이 쫄깃한 것이 담백한 맛을 낸다.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밀어서 만들어주는 칼국수가 별미이다. 누구 말마따나 ‘음식은 손맛’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바로 아람회관의 칼국수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후덕한 생김새에 그저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주인. 이집 칼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한 그릇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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