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전해준 후 일일이 덕담도 해줘

 

오늘 대례청(大禮廳)’을 내리는 의식을 합니다. 제가 받은 것이 4대째니까, 오늘 대례청을 내리는 의식을 하면 이제 제 뿌리도 6대가 되네요. 아마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가장 긴 뿌리가 될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격이 대를 이어 대례청을 내린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세습무들은 집안으로 기능이 승계가 되기 때문에 10대를 넘기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강신무들이 대례청을 내려 대를 승계한다니 이건 무슨 말일까?

 

가끔 신명세습(神名世襲)’이라고 해서 한 집안에서 자손들에게 자신의 신을 넘겨주는 일이 있다. 그리고 선대의 무격은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것도 40년을 전국의 굿판을 누비면서 수많은 굿을 보았지만 단 두 집밖에 보질 못했다. 그런데 대례청을 내린다니 이건 또 금시초문이다.

 

집안으로 승계가 되는 세습무도 아닌데, 대를 물린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궁금해서 이 방면에서 50년 가까이 일을 해온 사람에게 물었다. 도대체 강신무들이 대례청을 내리는 것이 무엇인가 해서 말이다.

 

 

 

안택굿 만신들은 대례청를 내려야 한다.

 

예전에 어른들이 대례청을 내려 주었어요. 한 마디로 신의 부모가 신의 자식들에게 자신의 전안(신을 모셔 놓은 신당)에 가서 4배를 올린 후, 신부모에게 절을 올리면 신부모는 신딸이나 신아들. 혹은 신손녀들에게 신표인 ()’를 내려주고 덕담을 하기도 하죠. 원래 안택굿 대만신들이 대례청을 내렸는데 지금은 그런 유풍을 볼 수가 없죠.”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 내용이 궁금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고 있는 고성주(, 62)는 경기안택굿보존회 회장이면서 스스로 자신을 만신(萬神)’이라고 한다. 어딜 가나 자신이 무격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는 한다. 집안에서 대를 물려 만신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고성주 회장은 4대째 대물림을 했다. 신의 증조인 남양 홍씨(친 할머니)로부터 조모 제주 고씨(친 고모), 그리고 신어마니인 경주 최씨와 고성주 회장까지, 이미 4100년을 내려온 무가(巫家)의 내력을 갖고 있다. 그런대 25일 봄 맞이굿을 하면서 대례청 의식을 거행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내림굿을 주관한 신딸 3명과, 신딸이 내림굿을 주관한 신손녀 2명에게 대례청 의식을 거행한다는 것이다.

 

 

 

전안에 가서 4배를 하고 신부모에게 큰 절 올려

 

먼저 고성주 회장이 처음으로 내림굿을 주관했다는 신딸 이정숙(60. 부천 거주)이 머리에 족두리를 쓰고 양편에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고성주 회장의 전안으로 나가 4배를 한다. 그리고 신아버지인 고성주 회장에게 절을 했다. 고성주 회장은 쌍가락지를 손에 끼워준 후 덕담을 한다.

 

앞으로 재능을 열심히 닦아서 큰 만신이 돼야지. 만신은 그저 수많은 사람들에게 덕을 주는 사람이야. 행여 내 이익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해를 입혀서는 만신의 도리가 아니야

 

대례청 의식을 해야 비로소 신 부모와 신 자식의 관계가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파란치마와 노랑저고리를 해 입히고, 족두리에 한삼을 끼고 전안에 나가 4배를 한 후, 신 부모에게 절을 하면 쌍가락지, 비녀, 머리장식, 노리개, 은장도 등, 호를 주어야 비로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대례청을 거처야 올바른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형성 되

 

예전에는 대례청을 거치지 않으면 올바른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의식조차 모르면서 내가 신엄마다’, ‘내가 누구의 신딸이다라고 한다니 참 무당들이 격식도 모르면서 남을 위한다니 편리한 세상이죠. 하지만 남을 위해서 세상을 산다는 사람들이 본바닥이 없으면 그게 어디 신을 모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일일이 전안에 가서 4배를 한 후, 신 부모인 고성주 회장에게 절을 한 신딸과 신손녀들에게 쌍가락지를 끼워주며 덕담을 하는 고성주 회장. 옛 풍습을 지켜야 올바른 무당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이제는 그런 유풍조차 찾아볼 수 없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한다.(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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