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문 앞 장터를 한 바퀴 돌아보니

 

장 구경 중에는 명절 장이 최고죠. 명절 장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한 번 봐야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어요. 대형 할인점 같은 곳과는 또 다른 시끄럽고 부산한 모습이 정말 시장이죠.”

 

5일 오후 화성 팔달문 앞 8곳의 시장이 모여 있는 장터를 향했다. 딱히 내가 물건을 살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침체일로에 있던 우리 경제가 조금은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예전의 분위기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장은 역시 시장이었다.

 

아마 내일이 시장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 같아요. 오늘은 아직 조금 덜 복잡하네요. 내일은 주말이고 사람들이 제수용품을 사러 몰릴 테니까 제대로 장 구경이 하고 싶으면 내일 오후에 나와요.”

 

매번 장에 나갈 때마다 얼굴을 익힌 상인 한 분이 장 구경은 내일이 제격이라고 한다. 여느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제 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 2~3일 전에 대목장을 보는 우리 정서상 6일이 되어야 많은 사람들이 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래도 명절이라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장을 찾아 장 여기저기 길이 비좁다.

 

 

전통시장 풍물도 시대에 따라 변해

 

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종합시장이 사람들로 북새통인데 비해 영동시장, 팔달문시장 등 의류가 중심품목인 시장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몰리지는 않았다. 상인들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알리느라 요란하다. 그런 분위기가 바로 우리 전통시장의 모습이 아닐까?

 

요즈음은 옷 가게들이 많은 이곳 시장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아요. 예전처럼 명절이라고 해서 누구나 옷을 새로 사 입는 것이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옷 한 벌을 몇 년씩 대를 물려가며 입었으니까 명절 때가 되면 옷이 날개 돋힌 듯 팔렸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까요. 워낙 옷감이 좋아서 예전처럼 금방 헤어지지도 않고요

 

팔달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한 사람은 명절 때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오히려 다문화가정의 사람들이 옷을 더 많이 사간다고 한다. 주말인 6일이나 7일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올 것이라고 하면서 그 때는 대개 다문화 가정의 사람들이 본국으로 옷을 보내거나 자녀들의 옷을 사기 위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영동시장에서 좋은 글귀를 받아

 

전통시장은 재미있다. 전통시장을 찬찬히 돌아보면 곳곳에 재미있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영동시장 2층에는 시장을 찾아 온 고객들을 위해 병신년 새해맞이 토정비결과 타로점을 보아주고 있다. 한편에선 물건을 산 영수증을 제출하고 상품을 받아가느라 부산하다. 아트포라 작가들도 오픈마켓을 벌려놓고 시장을 찾아 온 고객들에게 작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다. 그 중에는 좋은 글귀를 써 주는 작가도 있다.

 

그저 명절도 되고 했으니 글귀를 하나 부탁했다. 정성을 들인 글귀에 작가의 낙관까지 찍어 건네준다. 그냥 받기가 미안해 사례를 하겠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한다. 포장지에 잘 말아 건네주는 글씨가 마음에 든다. 액자에 잘 넣어 보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가훈이나 자신의 방에 걸어 둘 명언 등을 부탁하기도 한다.

 

우리의 명절 장은 흥()이다. 그리고 정()이다. 우리 전통시장이 아니면 이런 기분좋은 감흥을 어디서 맛볼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전통시장의 분위기가 좋아 한 바퀴 돌아본 장거리. 사람들이 우리 전통시장을 이용해 올해는 더 많은 매상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해 메르스의 여파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하는 우리 전통시장. 모든 이들이 전통시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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