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정은의 레디메이드 인 다실바전을 보다

 

내가 미술전을 찾아다니는 곳은 몇 곳이 정해져 있다. 그 중 한곳이 바로 북수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이다. 그 외에도 수원미술전시관, 남창동 임아트갤러리, 남문로데오거리 전시관과 팔달구청 복도 갤러리 등이다. 수원미술전시관은 1층 단체전과 2층 개인전을 함께 만날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간다.

 

그 중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 바로 대안공간 눈이다. 이곳을 가면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그들과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잘 모르는 미술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고, 옆 전시실에 전시된 작품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란 생각이다. 많이 보고 많이 듣다보면 언젠가는 그림을 보는 눈이 뜨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예술은 일맥상통한다고 하지만 난 그 말에 가끔 의구심을 품고는 한다. 내 경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듣고 많이 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는 부문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찾아가 오래도록 관찰을 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말이다.

 

 

사라진다는 것은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27일 오후, 행궁동에 일이 있어 들렸다가 북수동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을 찾아갔다. 길가에 몇 명의 여성들이 전시된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마 길가에 폐품을 이용해 만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아 <나만의 방>으로 나왔더니 작가가 인사를 한다.

 

전에도 제 작품 전시회 때 오셨는데 또 오셨네요?”

, 그랬나요?”

 

가끔은 이런 일이 있기도 하다. 워낙 전시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작가들을 또 다시 만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대안공간 눈의 나만의 공간은 2평 정도의 좁은 전시공간이다. 그 안에 몇 점 안되는 작품을 전시한다. 내가 이 공간을 좋아하는 것은 복잡하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지만, 그보다는 이 좁은 공간에 작가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면 상당히 수준 있는 젊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작품을 보여주는 넓은 전시실에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라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몇 점으로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난 이 공간에 전시가 된 작품을 빠트리지 않고 돌아본다.

 

 

운 좋게 작가를 만나고 대화도 나누다

 

레디메이드 인 다실바전을 열고 있는 조정은 작가는 2012년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4회의 개인전을 가졌는데 처음엔 서울에서 그리고 이번을 포함해 세 번은 수원에서 가졌다. 자기만의 방에서 하는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레디메이드 인 다실바전은 행궁동 다실바의상실 사장의 오브제에 영감을 받아 쓰임새를 잃어버리거나 사라져가는 기성품(Ready-made)을 예술로 다시 만든 작품들이다.

 

다실바 의상실 사장님이 쓰임새의 생명을 다한 것 들을 갖고 작품을 만들어 길에 전시한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승화시켰어요. 사라져가는 사물이나 공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 때부터 주변에 사라져가는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조정은 작가가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검은 비닐봉투와 집게 등도 훌륭한 작품이 된다. “이 아래 전시된 작품의 퉁은 예전에 간장통으로 사용했던 것이라고 해요수십 년 전에 사용되었던 간장통도 훌륭하게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기에 조정은 작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시들어버린 꽃이 거름이 되어 또 다시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라진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무엇인가가 된다는 것이다. 조정은 작가는 제 작업은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라고 한다. 작가의 작품을 둘러보고 설명을 들으며 불가의 윤회(輪回)’가 생각난다. 세상에 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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