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문 앞 시장통에서 풍물굿패 삶터주관

 

주인주인 문여쇼. 만인간 만복이 들어가오

정유년 정월 대보름인 11. 팔달문 앞에 소재한 팔달문시장과 영동시장, 지동시장 일대에 풍물소리가 요란하다. 보름날 지신밟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올해로 23년 째 이곳 시장을 돌면서 지신밟기를 행하는 풍물패는 풍물굿패 삶터단원들이다.

 

지신밟기란 매년 정월에 마을의 안녕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기 위해 연희되던 놀이이다. 음력 정월 대보름을 우리민족은 설날과 추석, 그리고 동지와 함께 4대 명절 중 한 날로 꼽는다. 정월 대보름은 명절로 삼은 것은 입춘과 우수 절기를 지나고 농사일을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월 초사흘부터 시작한 각종 공동체놀이들이 정월 대보름을 기해 마무리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력 정월 초3일부터 마을마다 지신밟기 열려

 

하늘에서 평신(坪神)이 강림한다는 초3일부터 시작하는 각종 민속놀이는 그 열기를 더해 정월 보름을 기해 절정에 달한다. 음력 정월 초3일되면 각 마을마다 두레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는 마을마다 한 집도 빠짐없이 다니면서 고사덕담(告祀德談)’인 축원을 해주는데, 문굿부터 시작 해 우물, 마구간, 부엌, 장독대 등을 돈 후, 대청에 마련해 놓은 고사상 앞에서 덕담을 한다.

 

고사덕담은 그 집이 일 년 동안 안과태평하기를 바라는 축원굿으로, 일 년 간의 액을 막아내는 홍수풀이부터 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농사풀이 등 창자의 능력을 따라 다양한 소리를 한다. 지신밟기를 마치면 대청에 마련한 술과 떡을 나누고 난 뒤, 고사상에 올려 진 쌀과 돈을 갖고 다음 집으로 향한다. 그 쌀과 돈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사용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먼저 지신밟기를 하기 위해 풍물패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다고 하니 우리민족은 정월에 하는 놀이가 풍농과 안과태평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마을을 돌면서 지신밟기를 하던 두레패들이 길에서 만나게 되면, 상대방에게 먼저 기를 숙여 인사를 하라고 소리를 친다. 그러다가 급기야 상대 두레기의 상단에 꽂힌 꿩장목을 뽑게 되는데 이것이 정월에 열리는 '두레싸움'이다.

 

정월 대보름에 근동의 모든 풍장패들이 줄다리기 판에 몰려

 

지신(地神)’이란 집안을 관장하는 가신으로 지신이 노하면 집안에 동티(=동토動土)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지신을 정초에 잘 위해야 일 년 동안 집안에 우환이 없다고 믿는 것이다. 과거에는 마을마다 정초 3일부터 풍장패들이 집집마다 돌면서 지신밟기를 했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이 되면 각 마을에 풍장패들이 한 곳으로 몰리게 되는데 바로 대동 줄다리기를 하는 장소이다.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던 풍장패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어 근동 30여 개 마을에서 모여든 풍장패들이 한 곳에서 풍물을 울렸다고 하니 가히 그 위세가 대단했음을 일 수 있다. 요즈음은 이렇게 제대로 지신밟기를 하면서 고사덕담 등을 할 수 있는 연희패를 만나기도 힘들다. 이날 풍물굿패 삶터의 지신밟기가 더 눈에 들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마을마다 연희가 된 지신밟기, 오늘 이 지신밟기가 수원 전역 한 해의 동티를 모두 막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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