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설’로 부르던 ‘동지’에는 왜 붉은 음식을 먹었을까?
재액을 방지하기 위해 붉은색인 팥죽과 수수팥떡 먹어야
올해는 12월 22일이 절기로 ‘동지(冬至)’이다 일반적으로 동지는 대설이 지난 후 15일이 지나는 날이다. 동지에 전하는 이야기로는 ‘동지추위’라는 것이 몰려온다고 한다. 아마도 이 추위가 겨울 중 가장 매서운 추위일 것이라고 어른들은 이야기 한다. 동지란 말 그대로 풀이하면 겨울에 이른다는 것이다.
동지에는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하루에 1분 정도씩 길어진다고 한다. 옛 풍습에는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하여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 지금도 우리의 속설에는 설날과 정월 대보름, 추석과 동지를 4대 명절로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은 흔히 동지가 되면 농촌에서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동지 때가 되면 집안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우선 동지 때 아녀자들은 겨울 찬거리를 준비한다. 김장은 이미 해 놓았다고 해도 이것저것 밑반찬 거리를 만든다. 채소 등을 자르고 말려 일 년 찬거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남자들이라고 빈둥거리는 것은 아니다. 밭으로 나가 보리를 밟기도 하고 다음해에 사용할 새끼 꼬기도 해야 한다. 집안에서 하는 일이 동지를 전후 해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애동지엔 팥죽 대신 수수팥떡 만들어 먹어
동지에 팥죽을 먹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오래전 설화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신라 때 어느 가난한 선비의 집에 나그네가 찾아들었다. 그 나그네는 선비에게 부자가 되는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 주었다. 선비는 나그네의 말대로 따라했더니 정말 가세가 부흥되고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돈은 많아졌으나 선비는 날마다 말라만 가고 있었다. 하루는 지나던 스님이 선비에게 이르기를 “그 나그네는 도깨비다. 도깨비를 퇴치하지 않으면 당신이 죽는다”고 하면서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말을 잡아 그 붉은 피를 사방에 뿌리라는 것이었다. 말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선비는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사방에 뿌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전하는 설화 속 팥죽의 유래이다.
이와는 달리 6세기경 중국 양나라의 ‘종름’이 쓴 연중 세시기인 『형초세시기』에는 또 다른 유래가 전하고 있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죽어 역질을 퍼트리는 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붉은 팥을 무서워 해 팥죽을 쑤어 역질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동짓날이 되면 집집마다 팥죽을 쑨다. 동지 팥죽은 먼저 사당에 올린 다음 집안의 대문, 장독대, 측간, 부엌, 뒤뜰, 마구간 등에 한 그릇씩 갖다 놓는다. 그런 다음 집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에 골고루 팥죽을 뿌린다. 이는 잡귀들이 붉은 색을 싫어해서이다. 하지만 중동지나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쓰지 않고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는 수수도 붉은색을 띠기 때문이다.
올해는 음력 동짓달 10일안에 동지가 들어 ‘애동지’이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수수팥떡을 해 먹는다. 이는 애동지는 아이들을 상징하는 동지라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습속에는 아이를 낳으면 열 살이 되는 해까지 수수팥떡을 해서 먹었다. 수수로 떡을 해 먹는 것도 역시 사악한 기운을 막는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수수도 붉은 색이기 때문이다.
수수는 생태적 조건이 불리한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습지대와 바람이 많은 곳, 또한 가뭄에도 잘 견디는 농작물이기 때문에 그만큼 아무리 험한 세상일지라도 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기를 바란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붉은 수수와 붉은 팥을 이용한 수수팥떡을 만들어 아이와 집안에 드는 모든 사악한 액을 막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으로 악귀를 쫓고, 뱀 ‘사(蛇)’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또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는 속설도 있다. 다행히 올해는 22일인 동짓날 날이 쌀쌀해 내년에 풍년이 들 징조라는 생각이다.
우리 경기도 전역에서 연희가 되던 거북놀이에서 거북이와 질라래비의 옷을 수숫잎으로 만들었다. 이도 역시 축귀를 상징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애동지라고 하는 22일. 수수팥떡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동자에 관한 깊은 뜻을 학습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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