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200년 이상 전승된 민속문화, 고사위기에 처해

 

우리 민속문화의 특징을 백리부동풍(百里不同風)이라고 한다. 이 말은 백리만 떨어져 있어도 삶의 방식과 생활하는 풍속 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민속을 구분할 때 지역적 특성을 먼저 따져본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속문화는 지역마다 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수원을 비롯한 경기권을 수도권이라고 구분한다. 수도권이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말하자면 엄밀히 따지면 서울과 경기도의 민속문화는 엄연히 다르다. 서울의 문화가 사대부가에 치중된 문화라고 하면 경기지역, 특히 한수이남의 문화는 사대부가와 민초들의 풍습이 습합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안택굿은 음력 정월과 10월 상달에 각 가정마다 집안의 안과태평을 위해 하던 굿거리 제차이다. 안택굿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달리해 나타나지만 경기도, 특히 수원의 안택굿은 가장 뛰어난 기능과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런 안택굿은 수원을 비롯한 인근에서 200년 이상을 전해지면서 나름 이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과거 고려조 때에 이르러 불교가 국교가 되고 조선조에 들어서 유교를 숭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전통 의식인 굿은 점차 숨어들기 시작했다. 원래 우리의 굿은 제천의식에서 전해진 것으로 모든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3일 밤낮을 쉬지않고 소리하고 먹고, 마시며, 춤을 추던 그런 대동의 문화였다.

 

이런 우리 고유한 전통문화가 일제의 문화말살정책과 개신교의 우상숭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인해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굿은 열린축제이다. 누구나 다 참여해 함께 즐길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대동의 화합을 일궈나가던 놀이마당이다. 그런 곳이 외세에 의해 잠식당하면서 점차 산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안택굿은 이 지역의 독창적인 예술세계

 

혹자는 경기안택굿이 한양굿과 흡사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은 것이 있다. ‘힌양굿이 언제 적부터 한양 성내에서 연희기 되었나?’하는 점을 말이다. 조선조에서는 한양 성내에서 굿을 하다가 수차례 도성 밖으로 내몰린 기록이 있다. 500년 동안 50차례 이상 도성 밖으로 축출되어 노량진 건너와 뚝섬 건너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무당(巫堂)’이란 미신을 퍼트리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집제자요 모든 이들을 위해 구제중생을 우선하던 특별한 사람들이다. 일제의 미신(迷信)’이라는 허구에 찬 이야기는 우리민적의 공동체를 와해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또한 개신교가 주장하는 우상숭배라는 말도 알고보면 이 또한 터무니없는 말이다. 우리민족은 과거 신국 때부터 하늘에 감사하는 제천의식을 행하던 민족이었기 때문이다.

 

굿은 우리의 전통의식이다. 굿을 영위하는 무당은 단지 남을 미혹시키는 인물이 아니다. 과거 삼국시대 초기 때까지만 해도 제정일치사회에서는 무당은 집제자로 단의 주인이었다. 역사의 기록에서 증명하고 있듯 이런 굿의 주관자인 무당이 세상이 바뀌면서 잠차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귀착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주체성과 민족성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로 인해 만들어 진 귀신들린 사람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안택굿 우선 수원시 향토유적이라도 지정해야

 

안택굿은 한수 이남의 경기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던 굿거리이다. 수원인근의 큰무당들은 안택굿을 진행하면서 소리와 춤, 재담 등을 최고의 기량으로 끌어올렸다. 안택굿은 성주거리, 뒷전 등 그 제차 하나만으로도 문화재로 지정해도 될 만큼 뛰어난 연희상과 예술성을 갖고 있다.

 

6,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소재한 고성주씨의 집에서는 안택굿이 벌어졌다. 고성주씨는 집안으로 4대째 안택굿을 전승 헤왔다. 햇수로도 100년이 지났다. 고성주씨의 안택굿을 보면 전국 어느 지역의 굿보다 뛰어난 기능성과 예술성을 갖고 있다. 굿 제차에서 불리는 사설(문서) 또한 그 어느 지역의 굿거리보다 많은 양을 표현한다. 문학적인 면으로 보아도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세기가 넘게 전승되어 온 안택굿이 자칫 소멸위기에 처해있다.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지 않은 무형의 문화유산은 전승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굿거리 제차인 안택굿이 단절된다면 수원만이 아니라 경기도의 소중한 무형의 문회유산 한 종목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통 안택굿을 구가할 수 있는 사람도 이제는 고성주씨를 비롯해 2~3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수원시의 향토유적이라도 지정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안택굿을 보존, 전승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안택굿을  향토유적이라도 지정해 보존하지 않는다면 가장 뛰어난 굿거리 제차가 단절될 수도 있다. 이는 지역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이 시대에 잃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안택굿을 수원시 량토유적으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