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583번지. 구 구이면사무소에 새롭게 문을 연 '대한민국 술 박물관'. 겉모습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옛 청사 마당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석비 하나가 보인다. '술타령'이라고 적힌 시비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관장님 호가 '주당'이라네

 

우리 술꾼들이 즐겨 찾는 시의 한 구절이다. 아무리 추워도 옷을 사 입지 않고, 술을 사 먹는다는 구절이 일품이다. 관리를 하는 분에게 박물관 안을 촬영하겠다고 헸더니,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취재를 왔다고 명함을 건네자, 박영국 박물관 관장이 직접 밖으로 나와 안내를 하신다.

 

명함을 받아보고 한참이나 웃음을 참았다. 명함에 쓰인 관장의 호가 '주당'이다. 1층 안으로 들어가니 술에 대한 모든 것이 나열되어 있다. 예전 술을 빚는 기구부터 시대별 술병. 누룩을 분쇄하는 기구며 각종 술독. 그리고 시대에 따른 변천을 알 수 있는 소주병. 아주 오래 전 양조장의 간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술에 대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다.

 

 

 

 

현재 1만4000점 정도가 진열되어 있는 술 박물관. 박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모두 5만 여 점인데, 그 중 일부만 진열을 했다는 것이다. 이곳에 대한민국 술 박물관이 개관을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구이면 모악산 대원사에는 조선 중기에 진묵 스님이 기거를 하고 계셨다. 예전에 전주에서 순창으로 나가는 길목인 구이면은 주막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진묵 스님이 이 주막거리에서 술을 드시면서 '곡차'라고 하셨다고 하니, 결국 이곳이 우리 술의 본향이 아니었을까?

 

방대한 자료, 테마공원 만들고 싶어

 

이층으로 올라가면 자료실이 있다. <향음주례홀기>를 비롯해 술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고, 시대별로 구분된 성냥갑이며 병따개. 그리고 술에 붙이는 상표와 휴대용 술통 등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주는 예향의 도시다. 술과 가무는 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박 관장은 이곳 어딘가에 술에 대한 테마공원을 만들고 싶어한다. 30년간이나 모은 수많은 자료 전시와 함께, 직접 술을 빚어보고, 자신이 빚은 술을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68년에 이미 ‘세계주당대회’도 열어보았다고 한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조성되어 있고, 막걸리 축제를 연다. 그것과 연계해 세계적인 주당들의 축제를 열어 보았다는 것이다. 30년간이나 모은 방대한 자료, 그것을 돌아보면서 내심 박 관장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결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세계에 우리 술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술에 관한 자료

 

박관장이 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게 된 동기는 참으로 우련하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모두 천차만별이었다는 것.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술이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자료를 수집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런 관심이 박물관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박관장의 고향은 수원이다. 처음에는 박물관도 안성에 개관을 했다가, 완주군 구이면으로 이관을 한 것. 모악산의 대원사는 ‘곡차’라는 말로 유명하신 진묵스님께서 계셨던 곳이기 때문이다.

 

"술은 한마디로 '물'이라고 생각을 한다는 박관장. 그저 '술은 물이요, 물은 술이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술을 술이라고 마시면 탈이 나지만, 물이라고 마시면 절대로 탈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이 마실 수가 없으니, 정신 줄을 놓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술을 술이라고 생각지 않고 물이라고 생각을 한다는 ‘대한민국 술 박물관’의 주당 박영국 관장. 그의 명함에 쓰인 대로 세계 주당들이 함께 모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