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절마다 사람들로 북적여

 

5월 3일은 음력으로 4월 초파일이다. ‘부처님 오신 날’ 또는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이라고 하는 초파일은 불교에서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 연중행사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 여기며, 이 날은 기념법회를 비롯하여·연등놀이,·관등놀이, 방생, 탑돌이 등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각 사찰에서는 법당과 경내, 거리에 등을 내달고 경내에 수많은 등을 밝히는 등공양 행사를 이어 온다. 이날은 육법공양을 행하는데 '육법(六法)'이란 깨달음과 관련된 6가지 공양물로 정신적인 상징을 의미하는 것이다. 육법공양물은 쌀, 향, 꽃, 등, 과일, 차 등으로 이러한 공양물을 부처에 바치는 의식이다.

 

4월 초파일에 다는 연등은 그 의미가 깊고 오래되었다. 4월 초파일 연등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에서 볼 수 있는데, 고려 의종 때 백선연이 4월 8일에 점등했다고 적고 있다. 당시에는 초파일 연등을 열면 3일 낮과 밤 동안 등을 켜놓고 미륵보살회를 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연등회는 조선 태종 15년인 1415년 이후로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연등회는 고려 태조의 <훈요십조>에 의해 거국적인 행사로 행해졌다. 이후 성종 때 유학자들의 강한 반대로 일시 폐지했다가, 현종 1년인 1010년 윤3월에 다시 행했다. 그로부터 매년 2월 보름에 연등회를 베풀었다. 초파일 연등은 석가 탄생을 축하하는 연등으로 현재 인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는 행사이다.

 

차도를 막고 벌이는 부처님 오신 날 공양

 

우리나라 모든 사찰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에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음식공양을 한다. 주로 비빔밥을 해주는데 각종 나물에 참기름 몇 방울 가미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속설에는 부처님 오신 날, 세 곳의 절을 찾아가 음식공양을 하면 건강에 좋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3일 오전 찾아간 수원사. 수원사 앞 도로를 막고 사람들이 공양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 등을 놓았다. 한편에는 밥과 나물, 미역국 등을 나누어준다. 그런 음식을 먹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오신 날 잔치에 함께 한 것이다. 수원사에서는 쌀 8가마로 밥을 지었다고 하는데 3,000명 분 정도라는 것이다. 경내는 공사중이라 등을 달지 못한 수원사는 대신 거리에 많은 등을 내걸었다.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경내가 공사 중이라 예전보다 운신의 폭이 좁다. 사람들은 몰려드는데 수원사 앞 도로변에 각종 행사까지 곁들여 더 복잡하다. 시원한 연잎차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래고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틈이 없다. 사람들은 연신 몰려드는데 딱히 방법이 없다. 불자가 아니라고 해도 초파일에는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래저래 더욱 붐빈다.

 

팔달사 경내 발 디딜 틈도 없어

 

팔달산 아래 자리한 팔달사를 찾았다.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예불소리가 청아하다. 입구부터 온통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내에는 자리를 깔고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그릇이 부족한지 연신 닦은 그릇을 공양간 앞으로 들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올해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듯하네요. 그만큼 나라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겠죠.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대통령이 당선되고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에 차려진 괘불 앞에서 열심히 절을 하고 난 한 불자는 좋은 대통령이 뽑혀야 나라가 편해질 것이라고 하면서, 누가 되던지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편안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비빔밥 먹고 가세요”라는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팔달사는 나선다. 이미 절 안이 사람들로 차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구에는 부처님 오신 날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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