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팔달문 앞 글로벌 시장을 돌아보다

 

팔달문 앞 9곳의 시장이 글로벌 명품시장이 되었다. 명품 시장으로 지정을 받기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궁금하여 새벽 이른 시간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아침 6시가 채 되기 전에 문을 열고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점포가 있는데 비해, 1차 상품이 아닌 의류업이나 기타 잡화 점포들은 아예 문을 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시간에 무슨 손님들이 나오겠어요. 저희는 일찍 문을 열고 물건을 받고 진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을 열지만 1차 상품이 아닌 곳은 문을 열 필요가 없죠. 가게 안으로 들여 놓은 물건들만 내다 놓으면 되니까요. 저희들처럼 일일이 밖에 물건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마 8시가 지나야 문을 열거예요.”

 

점포 앞에 가득 쌓인 물건 상자를 풀고 있던 한 상인이 하는 이야기다. 1차 상품은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문을 열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점포들은 굳이 일찍 문을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부들이 시장으로 나오는 시간이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고 난 후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추면 된다고 한다.

 

 

 

지방 전통시장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몇 년 동안 지방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곳도 전통시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장은 아침 5시면 되면 모든 점포들이 불을 밝히고 물건을 진열해 놓는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일찍 마치고 기다린다. 멀리 시외 지역에서 물건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일찍 문을 열지 않으면 단골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밤 10시가 돼야 문을 닫는다. 팔달문 앞 시장과는 양상이 다르다. 팔달문 앞 전통시장들은 오후 8시가 되면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는다. 뒤늦게 장이라도 볼 사람들이 찾아오면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더구나 이 지역 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는 전통시장 구경을 하러 왔다가 쓸쓸히 돌아서고는 한다.

 

오후 8시가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요. 지금까지 그렇게 장사를 해왔으니까요.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저녁 늦게는 아예 문을 일찍 닫는다는 것을 알고들 계세요.”

 

 

 

글로벌 시장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630분이 지나자 한두 집씩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모두가 1차 상품을 취급하는 점포들이다. 그 외에는 문을 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문이 켜지지 않은 조용한 시장통을 누군가 걸어오다가 한 마디 한다. “시장이 문을 너무 늦게 연다는 것이다. 일찍 물건을 사러 왔는데 아무래도 서울로 올라가야 하겠다고 한다.

 

과거 팔달문 앞 시장은 우리나라 상권의 중심지였다. 이곳은 전국의 모든 문물이 모이는 곳이고 인근 도시의 사람들이 일찍부터 장을 이용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1차 상품을 파는 점포들만 일찍 문을 열뿐, 그 외에는 어느 곳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일찍 열어보아야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일찍 찾아오지 않거나 늦은 시간에 이곳을 찾지 않은 것은, 늦게 열고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어야만 한다. 그것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요즈음은 전통시장들도 변하고 있다. 주간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별도로 야간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원화를 시키고 있는 추세이다.

 

글로벌 명품시장. 모처럼 시장의 활성화를 하기 위한 호기를 맞았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글로벌 명품시장으로의 의미가 없다. 점포들이 문을 닫는 야간에는 그 빈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발길이 시장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때 시장의 활성화도 가능한 것이다. 새벽에 돌아본 글로벌 명품시장.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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