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도심 한 복판에 중국이 있다. 중국 영남 정원의 조경 특징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정원인 ‘월화원’. 이 중국식 정원은 수원시 인계동 경기문화재단 길 건너편 ‘효원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곁으로 지나면서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이 정원은, 벌써 조성을 한지가 6년이나 되었다.

월화원은 중국의 전통 정원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경기도와 중화인민공화국 광동성이 2003년 10월 20일 양 도(道), 성(省)간 우호협력교류를 증진하고자, 각 국의 전통정원을 서로 상대국에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효원공원 안에 자리한 중국

중국 광동성은 수원의 효원공원 안에 중국의 정원을 재현하기로 하고, 경기도와 수원시의 협조를 받아 2005년 6월에 착공하여. 그 해 11월에 공사를 마쳤다. 이 월화원을 조성하는 자재 등은 직접 조달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전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특이하다. 지붕에는 용마름이 없으며, 처마 양편에는 깃을 세워 놓았다.




입구 천정에 걸린 등(위)과 연희를 하는 옥란당(가운데) 그리고 복도


정원 안에는 산과 물, 호수와 꽃, 정자 등이 어우러지게 자리를 하고 있으며, 각종 드나드는 문과 건물 등에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중국 영남조경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월화원, 그 안에 들어가 찬찬히 둘러보면 우리의 정원과는 또 다른 세계를 접할 수가 있다.

연회장과 정자, 연못이 어우러진 월화원

남측의 입구를 들어서면 천정위에 걸린 등이나, 앞을 막고 있는 담장부터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우측으로 들어서면 그 한편에 ‘옥란당’이 자리하고 있다. 옥란당은 ‘옥란’이라는 식물 이름에서 따왔다는 접대와 휴식의 장소이다. 이 건물들은 지붕의 모습이 한번 꺾어 양편을 말아 올린 형태인 ‘헐산권봉’의 형태로 되어있다.



연희와 전시공간인 부용당과 친구와 마나 담소를 한다는 우정


옥란당의 주변으로는 연못을 파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옥란당 옆 복도를 지나면 좌측에 ‘부용사’가 자리한다. 부용사는 연꽃정자라고 하는데, 전시와 휴식공간이다. 부용사를 지나 밖으로 나가면 물과 돌이 어우러진 위에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우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정자는 친구와 만나 담소를 하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가산의 정자이다.

그리고 우정을 지나 연못 주변으로 난 길을 걷다보면 배와 같은 모양을 한 또 한 채의 전각이 보인다. 이 전각은 물에 접한 앞부분을 들어 올려 배의 형태로 축조를 하였다. ‘월방’, 달빛을 인공호수에 담아내는 곳이라는 뜻이다. 연못 안에는 갖가지 색의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유영을 하고 있다.



연못에 달을 담는다는 배 모양의 월방과 연못의 물고기


문 하나에도 의미를 둔 월화원

월화원을 걷다가 보면 문마다 위에 글자를 새겨 놓았다. 아마도 드나드는 문이지만, 나가고 들어올 때 그 의미가 다른 것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나타낸 듯하다. 옥란당을 지나 밖으로 출입하는 문은 나갈 때는 ‘통유’, 들어올 때는 ‘입아’라고 하였다. 통유는 아름다운 경치가 통하는 문이란 뜻으로, 중국의 구름담장을 의미한다. ‘입아’란 우아한 경치가 있는 월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배 모양의 전각인 월방을 지나 다시 남측 입구로 나가는 문 위에는 ‘신운’이라 적고 있다. 운치있는 경관의 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일쇄’라 적었다. 안락하고 상쾌한 곳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쪽 일쇄에서 들어가면 바로 연못의 달을 담을 수 있는 월방을 만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우리와는 전혀 생소한 중국 남방식의 정원인 ‘월화원’. 우리와는 문화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도심의 한 복판에서 만나보는 중국식의 정원은, 또 다른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속초시 동명동에 소재한 보광사는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산사의 느낌을 받는 곳이다. 앞으로 20m 정도를 나가면 영랑호와 닿고, 주변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시내 중심가까지도 걸어서 15분 정도면 나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하면서도, 산사의 분위기를 맞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절은 예전 원효스님이 도를 닦던 자리라고도 전해지며, 골짜기 이름을 불당골이라도 한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오르면 커다란 바위에 '관음'이라고 각자를 해 놓았으며, 이 관음바위 위에서 '영랑스님'이 동해와 금강산을 바라보고 공부에 전념을 했다고도 한다.



소나무 숲길, 정말 명품이야

보광사 경내를 벗어나면 소나무 숲길이다. 천천히 뒷짐을 지고 숲길로 접어들면 온갖 산의 내음이 코를 간질인다. 길 밖으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소나무 뿌리들을 보아서도 이 숲이 어제오늘 조성된 숲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길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천천히 걸어오르면, 어린 아이들도 따라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고는 한다.

산이라고 해도 그저 작은 소나무 동산 정도이다. 그 위로 오르면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 바위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과 눈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한편으로 가면 커다란 바위가 자리한다. 이 바위가 바로 영랑스님이 날마다 공부에 정진하던 '관음바위'라는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면 바위에 커다랗게 '관음'이라는 글자를 각자해 놓았다.




이렇게 좋은 바위에 마애불 하나 있었다면 정말 제격이었을 것이다. 동해에 뜨는 해를 바라다보는 마애불의 자비스런 모습.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이 바위를 볼 때마다 나는 저 각자가 마애관음이란 생각을 한다. 아마도 마애불을 그리고 싶은 어느 사람이 그럴 수 없어 대신 글자를 새긴 것이나 아닌지.



콧소리가 절로 나오는 소나무 길

바위 한편에는 누군가 일부러 파 놓은 듯한 자국이 보인다. 저 밑에 혹 삼존불이라도 모셔 두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관음바위 위에 오르면 펼쳐지는 동해와 설악산, 그리고 금강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밑으로는 영랑호의 푸른 물이 소나무 사이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다.

다시 관음바위를 떠나 봉우리 위의 바위 밑을 통과한다. 흡사 석문과 같은 바위돌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사 저리 의지를 하고 믿고 살면 참 좋으련만. 한 20년 전에는 이 바위 아래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시끄럽게 징을 두드려대고는 했다.




영랑호가 보이는 길로 접어든다. 몇 사람이 바삐 걸어 지나친다. 무엇이 그리 급한 것일까? 이 명품길이라는 소나무 숲길. 그리고 앞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 이런 것을 어찌 그리 즐길 줄을 모르는 것인지. 그저 마음 바쁜 버릇은 어딜가나 볼 수가 있다. 괜히 나 혼자만 할일 없는 사람인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을 붙잡을 수 없으면, 세월을 타고가면 될 것을, 무엇을 그리 앞서려고 하는지.



그 길 끝에는 소나무 줄기에 흰 표식을 해놓았다. 숫자를 보니 1부터 10까지가 있다. 짧은 거리를 도는 곳이니, 이렇게 표시를 해놓고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하나씩 옮기는 것인가 보다. 괜히 몇 개를 한 편으로 밀어본다. 바쁠 것도 없고, 굳이 다시 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곳 나무 틈사이로 보이는 동해와 영랑호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긴다. 까지 한 마리 소나무 가지에 앉아 시끄럽게 짖어댄다.               
가을, 가을비, 단풍, 낙엽. 이 모든 것은 모두 가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들에 익숙한 계절에 길을 나섰다. 오늘 아침 김제 금산사를 향했다. 아침 일찍부터 추적거리고 비가 온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날이 추워질 것이라고 한다.  

금산사에 일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다가 보니, 모악산에도 가을이 찾아들고 있다. 그 가을 속으로 들어가시는 스님의 뒷모습이 한가하다. 가을 비 속, 그리고 낙엽 속,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다리 위, 이 모든 것이 가을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스님의 모습. 여유로움에 마음까지 편해진다. 역시 가을은 스님의 뒷모습에서 오는가 보다.


가을 낙엽 속으로 들어가시는 스님의 모습. 가을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계곡에 노란 낙엽이 떨어졌다. 저 낙엽 하나하나가 다 가을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가을 이야기는 풍요롭다. 그 한편에 아기 단풍나무 하나가 얼굴을 붉히기 시작한다. 아마 떨어진 노란 낙엽에게 무슨 소리라도 들은 것일까? 가을의 이야기는 점점 깊어만 간다.



절집 안 담장 위에 감이 익었다. 가을비에 젖은 감이 잎을 떨군다. 계곡에 떨어진 낙엽들이 화려하다. 마지막 계곡을 치장하는가 보다. 그리고 장작을 쌓은 뒤로 굴뚝을 따라 얼굴 붉힌 단풍이 따른다.



가을이 깊었다. 가을 낙엽속으로 들어가는 스님의 뒷모습에서 짙은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남원을 찾는 사람들은 참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남원을 다녀 간 후 질문을 한다. 어디를 다녀갔느냐고. 그러면 거의다 대답이 천편일률적이다. 광한루원과 민인의총,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과 몇 군데 유적지를 댄다. 그러나 정작 이 가을에 남원에 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한 곳 있다.

<도심속 향기원> 이름부터가 색다르다. 수목원은 많다. 그러나 얼마나 향기에 녹아버렸으면, 향기원이라는 니름을 붙였을까? 그것도 도심속에 있는 향기원이라고 한다. 도심속 향기원은 남원 시내에 있던 구 남원역사 일대를 말한다. 기차가 다니던 이곳이 고속철도로 인해 남원역이 옮겨가자, 그 부지 전체를 꽃밭으로 조성을 한 것이다.




철길따라 펼쳐진 꽃밭 장관이로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도로변에 입구가 있다. 높다랗게 '도심속 향기원'이란 간판이 걸린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꽃들의 경합이 이루어진다. 천일홍이며 라밴다 등 각종 꽃들이 뿜어내는 향에 어지럽다. 그리고 각색으로 꽃을 피운 많은 화초들이 저마다 객을 불러세운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밭은 흙길로 조성이 되어있어, 걷다가 보면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끝에는 구역사 철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철길 양편으로 펼쳐진 코스모스가 벌써 씨를 맺기 시작했다. 가을 하늘과 코스모스, 그리고 쉬고있는 철길. 어느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    





기차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기찻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꽃차가 달려온다. 빨갛고 노란 꽃차들이 양편에서 달려온다. 그 가운에 서서 향기에 취한다. 그리고 가을에 취한다. 그러다가 보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철길에 털석 주저 앉았다. 더 많은 꽃들이 달려온다. 가을의 남원의 볼거리이다. 가을 날, 누가 이곳을 지나치고 남원을 보았다고 할 것인가?





꽃에 취하고 가을에 취할 수 있는 도심속 향기원, 그래서 남원은 외롭지 않은 곳이다. 늘 취해서 살고 있으니... 


 

올레길, 둘레길... 요즈음 각 지자체마다 주변의 산책로에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걷기를 종용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이나 관광객들의 즐길거리를 하나 더해준다는 기분 좋은 자연적 자원활용이다. 가끔은 이런 길에 있었나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길을 만나기도 한다. 워낙 사진을 찍는 재주하고는 메주인 나로서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해 줄 수 없음이 늘 안타깝다.

지난 8일 찾아간 북지장사 가는 길. 대구 팔공산 올레 제1길이다. 소나무 숲길이 1.5km가 이어지는 길을 타박거리며 걷고 있노라니, 세상에 찌든 세상살이의 역겨움이 다 씻어지는 듯하다. 물과 돌, 그리고 소나무들이 정겨운 소나무 숲길. 그 길을 따라가 본다.


아름다운 소나무 길. 언제 걸어도 좋을 듯



길을 걸어 조금 가다보니 올레길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그리고 가을 수확을 하느라 바쁜 일손이 거기 있었다.


소나무가 양편으로 갈라서 사람을 기다린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이 눈부시다. 그리고 여기저기 널린 돌들. 산돌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앉아 오가는 길손에게 말을 건다.


북지장사. 아마도 대웅전보다 지장전이 더 유명한 절이었는지. 북족에 있는 지장사란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절에 무슨 행사가 있었을까?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커다란 산돌들이 나무 숲 그늘에 쉬고 있다.



산을 감돌아 흐르는 계곡가에 소나무가 돌을 피해 자라고 있다. 자연은 그렇게 딴 사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 피해 자란다. 인간들은 왜 저런 진리를 모르는 것일까? 그런 조악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겟다는 생각을 한다. 길가 계곡물이 흐르는 옆에 쌓아놓은 돌탑. 예전에 이곳에 서낭당이라도 있었음 즉하다.



안양교란 작은 다리가 놓여있다. 아마 이곳서 부터는 속세의 연을 내려놓으라는 것인지. 물이 흐르는 곳을 바라다본다. 참 깨끗하다. 저 물에 더렵혀진 몸과 마음을 흘려보내란 것인지. 그 위로 아이를 데리고 부부가 한가롭게 걷고 있다. 거리를 보아도 아이를 데리고 걷기 딱 좋은 길이다.


길 우측 소나무 숲속에 누군가 쌍탑을 쌓았다. 그 옆으로 실하게 자란 배추밭이 보인다. 올해는 배추금이 어떠려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제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인심을 보아야 한다니...



길가 허름한 집 담벼락에 누군가 친절하게 거리를 서 놓았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조금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좌측으로 소나무 들이 조금 더 커진 듯한 길이다. 그 길 끝에 북지장사가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터벅거리고 걸어도 20여분. 왕복 3km의 소남 숲길이다. 물과 돌이 함께 하는. 아이들과 걷기에도 적당한 거리인 이 소나무 숲길은, 그렇게 오랜 세월 객들을 기다리며 굽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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