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에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십리는 커녕 오리도 못가서 마음이 아픈 정자가 있다. 남원시 사매면 월평리에 소재한 전북 문화재자료 재56호인 ‘오리정(五里亭)’이 바로 그런 곳이다. 오리정은 전주에서 남원으로 내려가는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오리정은 목조 2층 건물로 1953년에 지어진 정자이다. 이 오리정은 광한루에서 처음 만난 이도령과 춘향이가 사랑을 나누다가, 이곳에서 이별을 하던 장소라고 한다. 춘향전 속에는 서로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이 이도령이 부친을 따라 한양으로 가게 되자, 이곳까지 쫒아 온 춘향이가 애끓는 이별을 서러워하면서 이도령을 떠나보냈다는 것이다.


도로변에 선 오리정은 늘 한산해

오리정은 전주에서 남원으로 가는 17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보면 우측 길가에 서 있다. 좌측으로는 오리정 휴게소가 있고, 도로변에 2층으로 된 정자가 보인다. 정자 옆에는 수련이 피어잇는 연못이 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쉴만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가끔은 지나는 사람들이 찾아 들어오지만, 늘 한산한 모습이다.

춘향가 중에서 오리정 이별대목을 보면 이곳에서 춘향이와 이도령이 얼마나 마음아픈 이별을 했는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생전에 명창 김소희 선생님께서 즐겨 부르시던 대목이다.




(아니리/ 말로 하는 대목) 방자 충충 들어오더니 "아 도련님 어쩌자고 이러시오 내 행차는 벌써 오리정(五里亭)을 지나시고 사또께서 도련님 찾느라고 동헌이 발칵 뒤집혔소. 어서 갑시다." 도련님이 하릴없이 방자 따라 가신 후 춘향이 허망하야 "향단아 술상 하나 차리어라. 도련님 가시는디 오리정에 나가 술이나 한 잔 드려보자."
(진양조/ 제일 늦은 소리) 술상 차려 향단 들려 앞세우고 오리정 농림 숲을 울며불며 나가는디, 치맛자락 끌어다 눈물 흔적을 시치면서 농림 숲을 당도허여 술상 내려 옆에다 놓고, 잔디 땅 너른 곳에 두 다리를 쭈욱~ 뻗치고 정강이를 문지르며 "아이고 어쩔거나. 이팔청춘 젊은 년이 서방 이별이 웬일이며, 독수공방 어이 살꼬. 내가 이리 사지를 말고 도련님 말 굽이에 목을 매여서 죽고지고!"
(자진모리 / 빠른소리) 내행차 나오난디 쌍교를 거루거니 독교를 어루거니, 쌍교 독교 나온다. 마두병방 좌우나졸 쌍교를 옹위하야 부운같이 나오난디, 그 뒤를 바라보니 그 때여 이 도령 비룡같은 노새등 뚜렷이 올라 앉어 제상 만난 사람 모냥으로 훌쩍훌쩍 울고 나오난디, 농림 숲을 당도허니 춘향의 울음소리가 귀에 언뜻 들리거날 "이 얘, 방자야. 이울음이 분명 춘향의 울음이로구나. 잠깐 가보고 오너라." 방자 충충 다녀오더니, "어따, 울음을 우는디. 울음을 우는디, 울음을 우는디..." "아 이놈아. 누가 그렇게 운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울겄소? 춘향이가 나와 우는디 사람의 자식은 못 보겠습디다."
(중모리/ 조금 늦은 소리) 도련님이 이 말을 듣더니 말 아래 급히 나려 우루루루루루.... 뛰어가더니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춘향아. 네가 처연히 집에 앉아 잘 가라고 말허여도 나의 간장이 녹을 텐디 삼도 네 거리 떡 버러진데서 네가 이울음이 웬일이냐!" 춘향이 기가 막혀 "도련님 참으로 가시오 그려. 나를 아조 죽여 이 자리에 묻고 가면, 영영 이별이 되지마는 살려두고 못 가리다. 향단아! 술상 이리 가져오너라."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몇 년째 없어

이런 슬픈 이별의 장소인 오리정이다. 춘향전에서 나오는 오리정 대목을 생각하면서 지은 정자 오리정. 이곳은 춘향이가 한양으로 떠나가는 이몽룡을 따라 쫒아오다가 신발이 벗어진 곳이라고 한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이곳에서 두 다리를 뻗치고 울음을 울었을까? 도로변에 나 있는 오리정은 차를 타고 가면서도 늘 볼 수가 있는 정자이다.

정자는 목조 2층이다. 정자에 오르면 찻길 반대편으로는 펼쳐진 논이 있다. 이층으로 오르려는데 계단이 없다. 그냥 이층만 꾸며 놓은 것일까? 이층을 오르던 계단을 놓았던 자리는 있는데, 정작 계단이 없다. 이층 바닥에 난 계단을 놓았던 곳에는 칠이 되어있지 않아, 이곳에 계단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계단이 사라진 것일까?




춘향이와 이도령이 이별을 서러워하며 피눈물을 흘리던 이곳. 오리정은 그렇게 길가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의 아픈 이별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없어져, 진한 그리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