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비구는 종을 만드는 장인인 승려이다. 조선 숙종 때 경기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한 승려인 사인비구는, 현재 전해지는 8개의 종이 모두 보물로 지정이 될 만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종장이다. 사인비구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인물로, 뛰어난 승려이자 장인으로 전통적인 신라 종의 제조기법에 독창성을 합친 종을 만들었다.

사인비구의 종은 모두 다른 특징을 보이며 전해지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그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포항 보경사의 서운암 동종’은 종 몸통에 보살상이나 명문이 아닌 부처님 말씀을 새겨 둔 것이 특징이며, ‘양산 통도사 동종’은 8괘를 문양으로 새기고 유곽 안에 보통 9개씩의 유두를 새기나 단 한 개만을 중앙에 새겨 넣었다.


모든 종이 각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인비구 동종

가장 전통적인 신라 범종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안성 청룡사 동종’과, 조선의 종 모습을 보여주는 ‘강화 동종’. 종을 매다는 용뉴 부분에 두 마리 용을 조각한 ‘서울 화계사동종’과 ‘의왕 청계산동종’,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그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는 ‘문경 김룡사 동종’과 ‘홍천 수타산 동종’.

사인비구의 동종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8구 모두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아마도 경기도와 경상도에 거주하는 기간이 길었다는 것은, 그 곳에서 종을 만드는 시간만큼이 아니었을까? 사인비구의 종은 모든 종들은 각기 독창성이 엿보이는 작품들로 종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중앙의 유두만 돌출이 된 동종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통도사 경내 종각에 걸린 양산 통도사 동종은, 현재 보물 제11-6호로 지정이 되어있으며 1686년에 사인비구가 조성한 종이다. 이렇게 연대가 확실한 것은 동종의 명문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동종은 나름대로 독특한 멋을 풍기고 있다. 통도사 동종은 맨 위에 종을 붙들고 있는 용뉴가 있고, 몸통의 상대와 하대, 그리고 유곽 등을 두루 갖춘 전통적인 범종이다.

50년간 경기도와 경상도를 넘나들며 활동을 한 사인비구, 아마도 종을 만드는 장인으로 더 유명한 사인비구는 경기도와 경상도의 절에 묵으면서 종을 만들고는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하기에 그의 주종은 모두 경기도와 경상도에 집약되어 있다.




사인비구가 만든 통동사의 동종은 상대에는 위아래 두 줄로 범자를 새겨 넣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유곽을 새겨놓고, 그 안에 가로 세로 각각 세 줄씩 별 모양의 화문을 조성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중앙에 하나만 돌출이 되게 하였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중앙의 그림 하나만 유두를 돌출 시킨 것일까?

팔괘를 그려 낸 통도사 동종

몸통에 유곽이 크게 조성되어 그 가운데 있는 보살상은 작게 표현된 통도사 동종. 사인비구는 이 동종을 만들면서 왜 밑면에 팔괘를 돌려 그려 넣은 것일까? 아마도 각 사찰에 남아있는 동종들의 모습이 특별한 것도, 그 사찰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인비구의 동종을 돌아보면서 내심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종의 몸통 중앙에는 당시 종을 만든 내력과 이름 등이 새겨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인비구의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듯, 그렇게 멀리까지 부처의 세계가 퍼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보물 제11호로 지정이 된 사인비구의 동종을 모두 다 돌아보았지만, 아직도 의문이 남는 것은, 왜 각각 특이한 종을 제작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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