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짧은 시간 동안 기나 긴 여행을 했다. 금요일은 공포라고 했던가. 그러나 난 그러한 것은 애당초 염두에 두지를 않는다. 우리 전통에서는 금요일도 아무런 두려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야기는 장사꾼들의 상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박 3일 동안 소득을 정리해본다. 중요민속문화재 4점, 사적 2점, 천연기념물 2점, 보물 1점, 지방문화재 2점, 그리고 지방문화재자료 3점. 이 정도면 2박 3일의 답사치고는 꽤나 짭짤한 소득이란 생각이다.

 

상주를 거쳐 차 한 대 만나지 못하는 산길로 접어들어, 충북 영동으로. 영동을 출발해 무주, 진안을 거쳐 남원. 남원에서 전남 구례를 거쳐 보성 벌교. 벌교에서 보물인 벌교 홍교를 촬영한 후, 다시 목포로. 그리고 무안을 거쳐 정읍, 곰소, 그리고 다시 여주로 돌아오면서 2박 3일간 총 1340km가 넘는 대장정을 마쳤다. 그리고 그 답사의 끝은 꽃무릇으로 명성을 얻은 전남 함평 해보면의 용천사였다.

 

  
용천사 사천왕문 앞에 있는 단풍나무. 붉다 못해 빨강 물감을 뚝뚝 떨구고 있다.


용천사에서 본 것은 꽃무릇이 아닌 단풍이다. 마지막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단풍. 그것은 단풍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울음이었다. 그 아름다운 색. 어찌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그저 색이 아닌, 어느 신선이 그림을 그리려고 물감을 들고 가다가 엎어놓은 색. 만색(晩色)이 한 폭의 그림 안에 자리를 잡았다. 누가 이것을 색이라고 표현을 하겠는가.

 

단청 그리고 단풍. 단청도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운 단청이 고개를 숙였다

  
늦은 가을산의 단풍. 그것은 차라리 눈물이었다
 


용천사는 꽃무릇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정작 용천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입바른 소리다. 가을, 그것도 가을. 단풍철이 지난 다음 용천사를 가보라. 진정한 단풍은 그때 용천사에서 시작한다. 내가 가을에 용천사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용천사에는 진정한 가을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다만 보아도 좋다. 오래도록 보다가 눈물 한 둘기가 흐르면 더욱 좋다. 그것이 용천사의 가을 단풍이다.

  
초록과 붉은 색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뛰는 단풍. 보다가 보다가 눈물 한 줄기가 덜컥 볼을 타고 내린들 어떠하리. 용천사의 초록색 무릇과 붉은 단풍이 연애를 한다. 그래서 용천사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아름다운 용천사의 단풍

  
산길, 바위와 낙엽, 그리고 무릇과 단풍. 그저 말 한마디 안해도 드 안에 온갖 이야기가 다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저 아무말 없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이야기가 다 이루어지지 않을까? 숨 한번 쉬지 않아도, 같은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긴 여정을 마치고 당도한 곳에서 진정한 가을을 만난다.

 

혼자 남은 단풍이 자태를 자랑한다. 그래서 흐드러진 것 보다, 다 아름다운 단풍이다,

 

누가 자연을 논하랴. 어느 누가 그 자연을 감히 세치 혀로 논하랴. 자연을 늘 거기에 있었고, 우리는 늘 그 자리에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왔다. 어느 순간, 인간이 스스로 자연이 아니라고 한들, 자연이 인정을 할까? 괜히 바보가 되지 않는 길은, 이 자연속에 나를 파묻는 것이거늘. 2박 3일의 여정의 끝에 난 자연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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