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누출 사고마을에 ‘짜장스님’ 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달 26일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로 인해,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가 황폐화가 되었다. 아직도 300여명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로 옮겨 다니면서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작물의 면적은 212헥타르, 인명 피해는 사망 5명에 23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정부에서는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를 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은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봉산리 주민들은 농토가 불산으로 오염이 되었는데, 내년 농사는 어떻게 지을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더욱 23일 환경부는 피해지역에서 불산에 노출된 3,997마리의 동물을 ‘일괄폐기처분’한다고 발표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황폐화 된 마을, 보기만 해도 처참해
구미시 임천리와 봉산리로 들어가는 주변의 농작물은 다 말라 처참하게 변해있었다. 논이며 포도와 같은 과실도 말라비틀어져 있고, 잘 익어가던 고추는 그대로 붉게 말라죽어버렸다. 논이며 밭 등 여기저기에는 붉은 현수막에 ‘불산누출사고 피해지역. 절대식용불가’라고 쓴 글씨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대기오염측정차량의 모습이, 이곳이 아직도 안전하지가 않은 듯하여 걱정스럽다. 임천리에서 만난 주민이라는 어르신 한 분은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며
“도대체 이렇게 땅이 다 오염이 되고 사람이 죽어나갔는데도, 내년에 여기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은 온전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옮겨갈 수가 없습니다. 말이 괜찮다고 하지만, 그 누가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라고 한다.
짜장스님 불산피해 지역에서 봉사
얼마 전에 선원사 주지인 운천스님이 전화를 거셨다. 부산에 들렸다가 올라오시면서 구미 불산피해 지역을 들려오셨단다. 마을회관 등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따듯한 짜장면이라도 대접을 하고 싶다는 것.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한다면서, 당신이라도 그분들에게 따듯한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것이다.
10월 28일(일), 아침 일찍 선원사를 떠난 봉사단 일행은 4시간여를 달려 구미시 산동면 임천리 청소년수련원에 도착을 했다. 가는 길에 차장으로 보이는 마을은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가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 다 타버린 논이며 밭은 푸른색이 보이지 않는다. 논이며 밭, 과실나무들도 모두 벌겋게 타서 죽어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일까? 임천리 청소년수련원에 모이신 분들은 200여명 정도. 그분들에게 ‘스님짜장’을 봉사하기 위해, 봉사단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봉산리는 조리를 할 수 있게 준비가 되지 않아, 수련원에서 짜장을 볶아 밥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봉산리에서 짜장밥을 드신 주민들은 100명 정도의 인원이다.
두 마을을 돌면서 짜장면과 밥의 봉사를 마친 운천스님은 잠시 휴식을 하면서
“무책임한 실수가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한 끼라도 이분들에게 따듯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것을 해드리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짜장면과 밥뿐이라 안타깝습니다. 얼른 이분들이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 가실 수 있기를 매일 간구하겠습니다.”라고 한다.
황폐가 된 들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정작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파온다. 아마도 몇 날은 그 타버린 농작물이며 붉은 현수막이 아른거릴 듯하다. 언제나 이분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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