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 7월, 동동 8월’이라고 했던가? 시골에서는 7월이 되면 세벌매기가 다 끝나고 잠시 농사일이 한가로움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는 논에 나가 물꼬를 보고, 봄부터 사용한 호미 등 농기구를 잘 닦아 말려둔다. 하지만 8월은 다르다. 모든 농산물이 수확을 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부지깽이도 뛴다.’라는 표현을 했을까.

 

그런 농사일에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역시 판굿(농악)이다. 질펀하게 한바탕 들판에서 벌어지는 판굿은 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든다. 그런 흥겨운 무대가 7월 4일(목) 오후 7시 30분부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소재한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열렸다. 수원시와 고창군이 예술문화교류로 마련한 걸 판진 무대이다.

 

“속이 다 뻥 뚫린 것 같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성기되어 있다. 1시간 30분 동안 참 신나게 박수치고, 소리를 쳐Tek고 한다. 말이 ‘추임새’라지만, 차라리 함성에 가깝다. 그렇게 한 시간 30분동인 소리치고, 박수치며 신바람이 나게 흥겨워했다.

 

“손바닥이 다 얼얼합니다. 속이 다 뻥 뚫렸어요, 모처럼 좋은 공연을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마다하고, 왜 만날 서양 것에 목을 매는지 알 수가 없네요.”

 

 

역시 우리 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한 시민의 말이다. 함께 온 일행들도 모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그만큼 속 시원하게 박수치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정말 좋았어요. 단순히 풍물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악가무희가 함께 어우러진 무대를 본다는 것이 신이 났거든요.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만 고함치고 살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생각 외로 아이들도 좋아하더라는 정아무개(여, 38세)의 말이다. 아이들도 덩달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6호 고창농악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고창농악은, 고창, 무장, 영광 등지의 해변을 끼고 형성된 농악이다. 호남 우도 농악의 일반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잡색놀음이 다양하게 발달한 점과 고깔소고놀음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깔소고놀이는 머리에 고깔을 쓰고 삼채가락에 맞추어 춤을 흥겹게 추는 것으로서, 가락의 진행과 상황전개에 따라 즉흥적인 동작을 유연하게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고창농악을 무대공연화 시킨 것이 바로 ‘풍무(風舞)’이다. 풍무는 모두 4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처음에는 ‘각각치배 문안이요’로 풍물의 문굿을 극화한 대목이다. 즉 연초에 마을의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신밟기 등을 할 때, 문을 열어달라는 문굿을 무대공연화 시킨 것으로 치기배들의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두 번째 과장은 ‘어화들레 아리싸구나’로 농사일을 할 때 세벌매기를 마친 후 농사군들이 한바탕 놀이판을 벌이는 것이다. 세 번째 과장인 ‘내 꽹매기 어디갔소?’는 고창농악에서 등장하는 잡색들의 놀음을 마당극화한 대목이다. 네 번째 과장인 ‘판을 거닐다’는 꽹매기를 찾은 풍물패가 걸 판진 판굿을 벌이는 과정이다.

 

지난 1월 수원시립교향악단이 고창을 찾아가 고창군민들을 위해 공연을 가진 것에 대한 답례로 이루어진 고창농악 한마당. 수원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 있다고 하면, 고창에는 역시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군이 있어, 서로가 세계문화유산이 있는데다, 수원화성과 고창읍성이라는 성곽을 도심 안에 품고 있는 것까지 닮은꼴이다. 고창농악보존회가 마련한 이번 공연은 수원시의 초대로 이루어졌다.

 

중국 산동성 르지오(일조)시 무술문화교류단이 411() 오전 10시 수원문화재단을 방문한 후, 1030분부터 화성행궁 신풍루 앞 무대에서 무예24기 시범단과 함께 80분 간 양 국의 전통무예시범을 보였다.

 

르지오시의 태극권무술협회, 오사극권연구회 등 9개 무술관련단체로 구성된 무술문화교류단은, 한국과의 무예교류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이번에 국내 여행사 모두투어를 통해 수원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무예24기 시범단과 상호교류를 요청하여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무술문화교류단의 대표인 르지오시 태극권 무술협회 비서장인 후장강은 "양국의 무예 교류행사를 위해 중국의 무술단체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문화교류행사를 통해 수원의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르지오시 무술문화교류단은 이번 교류를 시작으로, 앞으로 10여 회에 걸쳐 수원을 방문하여 중국 전통무예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양한 무술동작 선보여

 

공연의 순서는 태극권 개인 5(중국)에 이어, 무예24기 시범단의 무예 24기 시범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중국 오사극권 연구회의 오사극권 37사의 시범이 있었으며, 일조양사극권연구회의 42사 태극권 시범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일조란산태극권연구회의 24시 태극권이 시범을 보였다.

 

 

이날 시연에 함께 참가했던 무예24기 시범단의 최형국 박사는 르지오시에서 이번에 참가한 시범단은 전문 무술인이 아닌, 자신의 양생(몸을 건강하게 단련시키는 행위)을 위해 수련을 하는 사람들로 보입니다. 태극권은 청나라 황실에서 황족과 호위무사들이 수련했던 무술로, 누구나 손쉽게 행할 수 있는 양생술이자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한다.

 

태극권을 행함에는 넓은 공간도 많은 시간도 필요치가 않다. 또한 특별한 기구나 특정한 장소를 마련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즐겨 수련한다. 검을 들고 나오기도 하지만, 그 검은 우리 무예24기에서 사용하는 검과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한 마디로 그 모든 것이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양생시키기 위한 수련이라는 것이다.

 

 

태극권은 부드럽고 고요하다. 역동적인 동작이 아니라 느릿한 몸짓의 운동이, 기혈의 순환 및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뿐만 아니라 온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신체의 각 기관을 활성화시켜 더욱 건강한 몸으로 양생시키는 것이다. 내면의 정신수련을 통하여 사고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수많은 중국인들은 어디서나 즐겨하는 수련방법이다.

 

무예 24기도 교류공연 등 기획해야

 

무예 24기는 수원을 상징하는 무술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전용 무술이다. 두 나라의 무예를 보면서 대비 되는 것은 강과 약이었다. 그리고 동()과 정()이다. 검을 들고 할 때는 그 차이가 극명하다. 우리 무예24기의 검술이 힘이 있고 절도가 있다면, 태극권에서 보이는 검술은 부드럽다.

 

 

이번에 화성 행궁 앞에서 선을 보인 중국문화교류단의 태극권이 우리나라에 와서 시연을 했다. 여행사를 통해 수원에 온 이들은 앞으로 10여 차례나 더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우리들의 무예를 알려주어야 한다. 수원의 상징이자 정조대왕이 강한 국권의 상징인 무예24기가, 전 세계를 누비면서 세계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때라는 생각이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무예 24. 그런 많은 기획공연 등을 통해, 화성과 무에24기가 있는 수원을 알려야 한다. 외국 어느 나라에나 있는 문화교류가 아니라, 수원만이 갖고 있는 무예24기를 활용할 때라는 생각이다. 그런 좋은 문화콘텐츠를 활용할 때, 비로소 문화강국으로서의 또 다른 위치에 서게 될 것이란 생각이다.

 

11월 2일, 병원에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수원에 사는 아우가 가을맞이 진적굿을 한다는 것이다. 무료한 시간도 달랠 겸 수원으로 올라갔다. 굿판은 언제나 흥청거린다. 진적굿이란 신을 모시는 ‘기자(祈者)’가 자신이 모시는 신령들을 위해 한판 흥겨운 굿판을 벌이는 것이다. 그래서 굿 중에는 가장 성대하게 상을 차린다.

굿판은 ‘열린 축제’라고 한다. 누구나 들어와 구경을 할 수가 있다. 굿판의 문은 항상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음식을 먹기도 하고, 한편에선 굿을 보면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그 한편에 낯선 이방인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문화교류단으로 온 브라질 사람들

외국인들이 어떻게 알고 굿판에 온 것일까? 궁금하지만 굿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을 수가 없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이야기를 하고 웃기도 한다. 한참 굿판이 무르익었을 때 보니, 한편애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다 싶어 다가갔다. 마침 통역도 있는지라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오늘 이 굿판에 온 것은 3730 로타리크럽 총재 보좌역인 김성배(남, 58세)와 수원 서부로타리크럽 회장인 이재현(남, 52세)의 안내로 참가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온 이들은 브라질 사람들로 GSE 회원들이라는 것이다. 문화교류 차 온 이들이 제대로 우리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두 사람의 남자와 세 사람의 여자, 모두 다섯 명이 참가를 했는데 그 단장인 로난에게 질문을 하였다.



단장과의 인터뷰

- 오늘 우리 굿을 본 소감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행사가 없다. 이렇게 춤이 있고 음악이 있어 좋은데, 거기다가 음식제공까지 하다니 정말 놀랍다. 이런 행사는 처음 본다. 정말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는데 흥미롭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본다는 것이 정말 멋있다. 그야말로 ‘굿’이다.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왔다. 우선은 한국을 돌아보고, 그 다음에는 단원 각자가 전문적인 분야에서 교류를 한다,

- 각자의 전공분야는 무엇인가?
나는(단장 로난) 건축기술이 전공이다. 건축을 하면서 공간의 활용에 대한 것을 연구한다. 내 옆에는 건축분야 중 물에 대한 것을 전공으로 한다. 물은 어떻게 공급을 하는가 등이다. 그리고 그 옆에 타이스는 광고 마케팅이 전공이다. 쥴리아나는 휘트니스 훈련을 시키는 전문가이다. 그리고 맨 끝에 아나는 식품가공업 전문이다.



음식을 이것저것 맛있게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뺐어가며 더 많은 것을 물을 수가 없어 기념사진 한 장만 찍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함께 포즈를 취해주고 나서, 단장은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연신 ‘굿’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역시 우리 굿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 보아도 굿임에 틀림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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