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레시던시에서 만난 작가의 속마음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4-10에 소재한 행궁동 레시던시. 남문로데오거리 청소년문화공연장 옆에 자리한 건물의 2층에 올라가면, 이미경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보다, 보여지다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작품들. 그 작품들을 보면서 작가의 속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저는 사진을 한지 4년 정도 되었어요. 원래는 은행에 근무했는데 육아 때문에 그만두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사진을 하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왕이면 파워블로그가 되자고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사진을 찍다보니 아름다운 경치를 촬영하는 것보다는 내 사진을 한 번 찍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죠.”

 

은행원이었던 이미경 작가는 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를 찾아보겠다고 작정을 했단다.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망가져가는 모습들을 기록으로 남겨, 지난해 11기억의 자국이라는 제목으로 A-One 갤러리에서 제1회 사진전을 가졌다.

 

 

 

 

스스로의 마음을 담아낸 전시 보다, 보여지다

 

경남 진주 출신인 이미경 작가는 계원예대 평생교육원 1년 수료 후, 현재 중앙대학교 학점은행제 사진학과 재학 중이다. 토픽이미지 company 사진작가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 제2회 전시회에서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으로 사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저는 어려서 한 7~8년을 자취방을 옮겨 다녔어요. 그럴 때마다 제발 자취방을 얻는 집 주인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리어카에 짐을 싣고 1년에 한 번씩 자취방을 옮기느라 이사를 하면서, 그 힘들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사진을 담아냈죠.”

 

 

 

 

이미경 작가는 스스로 모범생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부모님께 잘하는 자식, 아이에게 잘하는 부모가 되고 싶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언제부터인가 라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자아를 찾고 싶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나는 모범생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해서 아이들 키우고 그렇게 살아왔죠. ‘라는 존재를 보는 것이 아니고, 보여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맞을 거예요. 저는 유년시절의 아픔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르거든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마주하는 작업을 보이다

 

이미경 작가는 유년시절의 상처를 바라볼 용기가 없어 감추며, 꼭꼭 숨기고 살아왔다고 한다. 이제 용기를 내어 그 상처와 마주보는 중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얽매여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자아를 찾고 싶었다고 작가노트에서 말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미경 작가의 작품들은 일반적은 모습의 사진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작은 틀 안에 들어있는 작품들을 바라보다보면 왠지 싸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남들에게 보여지기보다 자신의 자아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선명하지 않은 풍광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절규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24일 늦은 시간 찾아간 행궁동 레지던시 2층 전시실. 양편 전시실을 가득 채운 작가의 사진들은, 발길을 땔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작가의 속마음을 보고 싶어서 인지는 아니었을까?. 108일까지 계속되는 이미경 작가의 보다, 보여지다사진전. 행궁동 레지던시를 찾아가 작가의 마음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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