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융릉 숲, 걸어만 가도 절로 힐링

 

융릉은 사도세자의 능침이다. 1762년 윤 521일 아버지 영조의 명으로 뒤주 속에 갇혀 숨진 사도세자는, 그해 723일 현재의 동대문구 휘경동인 양주 배봉산 아래 언덕에 안장되었다. 아들을 죽인 것을 후회한 영조는 세자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뜻에서 사도라는 시호를 내리고, 묘호를 수은묘라고 하였다.

 

7일 오후, 사도세자가 묻혀있는 융릉을 찾았다. 올해 수원화성문화재가 열리면 정조의 능행차를 서울서부터 시작해 화성 융건릉까지 이어간다고 한다. 그런 능행차를 융릉은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 것인가 궁금해 미리 융릉을 찾아본 것이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습한 날씨로 인해 조그만 걸어도 온 몸이 끈적거린다.

 

 

정조는 1776년 자신이 왕으로 즉위하자 아버지 사도세자에게 장헌이라는 시호를 올리고 수은묘를 원으로 격상시켜 영우원으로 고쳐 부른다. 정조 13년인 1789년에는 무덤을 화성시 안녕동의 현재 위치로 옮기고 현륭원으로 격상하였다. 그 뒤 순조 15년인 18151215일 혜경궁 홍씨가 춘추 81세로 승하하자 순조 16년인 181633일 현륭원에 합장하였다.

 

그 뒤 고종은 황제로 즉위한지 3년이 되는 광무 3년인 18991112, 장헌세자를 왕으로 추존하여 묘호를 장종으로 올렸기에 융릉이라고 능호를 정하였으며, 곧이어 1219일에는 황제로 추존하여 장조의황제라 하였으며, 혜경궁 홍씨도 헌경의황후로 추존 되었다.

 

 

사도세자가 잠든 융릉을 걷다

 

융건릉 입구 매표소에서 2인용 표를 한 장 구해 안으로 들어섰다. 맨 먼저 찾아본 곳은 바로 재실이다. 재실은 융건릉 제향 때 제관 등이 미리 도착하여 몸과 마음을 정하게 하여 제를 준비하는 곳이다. 평소에는 능참봉 등 능을 관리하는 관리가 이곳에 묵으면서 능역을 돌보는 역할을 맡아한다. 이곳 융건릉의 재실에는 재실 외에도 향을 보관하는 안향청, 제례업부를 주관하는 진사청, 제기를 보관하는 제기고와 행랑채 등이 있다.

 

재실의 안마당에는 천연기념물 제 504호인 화성융릉 개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다. 개비자나무는 남해안의 따듯한 곳에서 자라는 비자나무보다 추운 중부지방까지 분포하고 있다. 개비자나무는 여러 포기가 한꺼번에 모여 자라며 머리빗 모양의 잎이 비()자 모양으로 뻗고 주홍빛 열매가 달린다.

 

재실을 벗어나 우측길로 들어서면 소나무들이 유난히 많은 숲길이 나타난다. 그 숲길은 자연적인 흙길로 조성되어 있으며 까치와 청솔모 등이 융릉을 찾은 나그네를 반긴다.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는 의자는 쉬어가라며 손짓하고 있는데, 경사진 흙길을 내려가 좌측으로 난 길을 걸어 곤신지를 찾았다.

 

 

곤신방에 마련한 원형 연못 곤신지

 

곤신지는 원형 연못으로 융릉이 천장된 이듬해인 1790년에 조성된 연못이다. 곤신지는 융릉의 남서방향을 뜻하는 곤신방에 조성한 연못으로, 묘지에서 처음 보인다는 물을 뜻하는 생방으로, 이곳이 길지이기에 조성했다고 한다. 곤신지는 비가 내려서인가 물이 탁하다. 그 물 속에 유영을 하는 물고기들은 이 여름철을 꽤나 즐기는 듯하다. 온몸이 끈적거리는 날 유난히 물고기들의 활동이 활기차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융릉 방향으로 향한다. 까치 몇 마리가 앞장서 뛰어간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자는 것 같다. 한 무리의 아낙네들이 지나간다. 이런 날씨에도 융릉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홍전문을 지난다. 홍전문은 영혼이 출입하는 문으로 홍살문, 혹은 신문(神門)이라고도 한다.

 

 

정자각 뒤편 저만큼 장조의황제(사도세자)와 헌경의황후(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이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아름답다는 능침 가까이 갈 수 없다. 역대 왕들의 능침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능침을 돌아볼 수 있는 소로가 모두 폐쇄되었다.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는 융릉.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의 능이지만 아들 정조의 뜻에 따라 왕의 능침과 같은 모형으로 조성했다는 아름다운 능침.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능침을 찾아 온 나그네에게 자신의 슬픈 사연을 하소연이라도 하는 것일까? 잔뜩 흐린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