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가을은 가는 곳마다 한편의 시화(詩畵)

 

누군가 수원화성의 가을은 성을 따라 걸어보아야 제멋을 안다고 했다. 그만큼 가을 화성의 경치는 남다르다. 해가 바뀌면 그만큼 훌쩍 자라버린 나무들이 화성의 성벽을 넘나들며 성을 한 바퀴 도는 사람들과 조우한다. 성안으로 걷는 사람은 성밖 나무들을 만나고, 성밖을 도는 사람들은 성위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성안의 나무를 만난다.

 

화성은 자연이다. 자연과 가장 잘 어우러진 수원화성은 국가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단순한 축조물이 아니라 자연을 이용한 거대한 작품이라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어 아름다움 그대로를 지켜내고 있는 자연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

 

아름다운 화성은 그 하나만으로도 국가 사적 3호로 지정이 되었다. 그런 화성 안에 4기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팔달문과 화서문, 그리고 서북공심돈과 방화수류정이 바로 보물이다. 하나의 사적인 성곽 안에 또 다시 4기의 보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원화성이 뛰어난 선조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형물이기 때문이다.

 

 

가을을 만나기 위해 화성을 걷다

 

4일 오전, 카메라를 챙겨들고 잡을 나섰다. 가을을 만나기 위해 화성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돌아본 화성이다. 각 계절별로 화성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제는 집안에 놓아둔 물건처럼 알고 있다. 이 계절에 화성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다.

 

가을의 화성은 자연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한 조화는 화성을 끼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절로 감탄을 하게 만든다. 창룡문을 지나면 성곽 위로 고개를 내민 감나무 가지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잎 하나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나뭇가지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감이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자연의 조화로움은 이해만으로는 부족하다.

 

성 밖으로 돌아보면서도 정말이지 이런 자연이 고맙기만 하다. 이 계절에 어느 곳을 찾아간 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을까? 동북공심돈을 지나치면 억새들이 하얗게 피어있다. 그리고 그 한편 동장대 외벽을 끼고 노란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화성을 걸으면서 어디에 어느 계절에 아름다운 것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돌아볼 수 있다는 것 또한 행복이다.

 

 

가을, 화성의 절경은 방화수류정에서 정점에 달한다.

 

방화수류정에도 가을이 왔다. 보물로 지정된 방화수류정은 동북각루이다. 방화수류정은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라는 말이다.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방화수류정은 201133일에 보물 제1909호로 지정되었다. 방화수류정 앞 연지와 함께 화성이 건축물 가운데 당연히 으뜸으로 치는 곳이다.

 

17941019일 완공을 한 방화수류정은 '화성의 백미'라고 칭찬한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 보이는 방화수류정은 주변감시를 하고 군사들이 쉬기도 하는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그 방화수류정 인근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한편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아직 잎을 잔뜩 품고 있다. 그곳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세를 취하고 사진촬영을 한다.

 

 

방화수류정을 지나 장안문을 거쳐 장안공원으로 접어들었다. 바람에 날리는 잎들이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하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위해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온 것이 아닌가? 걸음을 뗄 수가 없다. 한참이나 그곳에서 나 스스로가 낙엽이 되어 바람 부는 대로 날아가고 싶다. 가을 화성에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비밀스런 느낌이다.

 

화서문 건너편 팔달산으로 오르는 길에 억새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가을이 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중 한 곳이다. 오는 사람마다 사진 찍기에 바쁜 이곳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한 화성의 아름다움. 3시간이나 걸었지만 피곤하지도 힘들지도 않다. 가을 화성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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