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15알은 망자를 위한 우란분회를 열어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 일기가 늦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음력 715일이 뒤늦은 95일이 된다. 이 날을 우리는 흔히 백중일(百中日)’ 또는 백종일(百種日), 이라고도 부른다. 음력 715일인 95일이 바로 백중일이다. 백중 때가 되면 채소와 과일 등을 수확을 할 수 있는 시기로 100가지 과실이 나온다고 하여 백종(百種)이라고도 했다. 이날을 망혼일, 중원일(中元日) 혹은 불가에서 우란분절이라고 부른다. 우란분절에 불가에서는 하안거를 해제하고 망자들을 위한 제를 올린다.

 

우란분절의 내력은 이러하다. 예전 목련존자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지옥에 있는 것을 알고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부처님은 백가지 과일과 꽃을 차려놓고 스님들을 청해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어주라고 일렀다.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대덕스님들을 모셔 우란분회를 열어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했다고 한다.

 

이 우란분회를 시작으로 망혼일에는 죽은 망자들을 극락왕생 시키기 위한 백중제를 연다. 신라나 고려 때는 이 우란분절을 민가에서도 행했으나 조선조에 들어 민가에서는 사라지고 사찰에서의 풍습만 남게 되었다. 불가에서는 백중일에 열리는 우란분회를 상당히 성대하게 치른다. 이 날은 모든 망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기 때문이다.

 

 

백중일을 머슴 날로도 불러

 

민가에서는 백중일을 머슴날이라고도 부른다. 이 때가되면 김매기가 다 끝나게 된다. 김매기가 끝났다는 말은 더 이상 논에 들어가 김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절기에 호미를 잘 씻어 다음해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간수한다. 농가에서는 호미를 씻어 낭대(=農旗)의 버레줄(실로 이리저리 얽어 맨 줄)에 매달아 놓는 호미걸이를 한다. 그리고 이날 집에서 부리는 머슴들에게 용돈을 나누어주는데 이렇게 머슴들에게 주는 돈을 백중돈이라고 했다. 머슴들이 백중에 주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백중돈 탄다고 했으며 이 돈을 갖고 장에 나가 술도 사 먹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다.

 

김매기를 마치면 고된 농사일이 일단락된다. 머슴날이 되면 집집마다 모든 머슴들이 장에 나오기 때문에 이날 열리는 장을 백중장혹은 머슴장이라고도 했다. 이날 장터에서 열리는 많은 놀이들을 일러 백중놀이라고 했으며, 백중놀이의 가장 큰 판은 역시 씨름판이었다. 대개 백중장의 씨름에서 최후의 승자인 판막음에게 돌아가는 상품은 황소 한 마리였다.

 

백중은 모든 과실이 풍성한 절기이다. 올해는 장맛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과실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장맛비가 많이 내리면 과실의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덜 난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해가 뜨거웠기 때문에 이 계절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의 맛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하다.

 

 

우란분절엔 청년암이라도 찾아가봐야겠다

 

망혼일이라는 백중일이 되면 꼭 찾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사찰이다. 젊어서부터 부모님께 효를 다하지 못하고 불효를 저지른 나로서는 망혼일인 백중이 되면 가슴이 아려온다. 하기에 늘 절을 찾아가 돌아가신 부모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우란분화에 참가하곤 한다. 지난해까지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진목리 산 7-3에 소재한 대한불교 조계종 대각사(주지 정호스님)를 찾아가곤 했다.

 

대각사는 옛절은 아니다. 하지만 절 주변을 돌아보면 지명들이 재미있다. 산골, 가마골, 생골, 팔무당골 등이다. 높지 않은 산 중턱에 커다란 대웅전이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대각사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더욱 골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 이곳을 찾았는가도 모른다.

 

 

대각사 주지 정호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에 그동안 살아왔던 날들을 참회하곤 했다. 꼭 참회진언을 외워야만 참회가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의 모자람이 더욱 마음 아프다. 우란분절 예식이 시작되기 전,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스님과 나눈 대화에서 정호스님이 다문화가족을 비롯해 주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나눔을 실천했는가를 들었다.

 

그런 나눔을 함께 하지 못할지라도 아주 작은 것이나마 남을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란분절이 되면 늘 갖는 생각이지만 마음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산다. 그 또한 내 게으름을 탓할 수밖에. 올 우란분회는 청련암이라도 찾아가 마음에 있는 짐을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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