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수원천을 따라 걷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던 기온이 차츰 풀리기 시작한다. 2016년 병신년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1년이 후딱 지나버렸는데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아도 딱히 기억에 남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저 바쁘게만 살았지 이루어 놓은 것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은 마음만 바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 나서 수원천으로 나갔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얼음이 언 수원천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있는 수원천을 걷는다. 날이 풀렸다고 해도 싸한 한기가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매향교에서 천변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늘 찾아오던 행궁동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대안공간 눈을 들린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76~1에 소재한 대안공간 눈은 전시장이다. 일 년 동안 각종 전시가 몇 곳의 전시실에서 열린다. 가끔은 무료할 때 들려 나름대로 그림감상을 하기도 하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차 한 잔으로 달래기도 했던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 전시가 된 방마다 기웃거려 본다, 올 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들이 걸려있다.

 

 

골목에 예술의 씨앗을 심다

 

대안공간 눈의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다. 작은 소품 위주로 걸린 많은 그림들은 골목에 예술의 씨앗을 심다전이라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최근 개발업자가 행궁동 골목으로 들어오면서 훼손된 벽화와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프로그램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라고 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그동안 행궁동 프로젝트와 함께 한 작가들의 소품 판매전으로 수익금 전액은 2017년 벽화골목 보완과 프로그램 운영기금을 사용된다는 것이다. 2005년 대안공간 눈이 행궁동에 들어서면서 행궁동 벽화골목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골목으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이런 행궁동 벽화골목 프로젝트를 주관한 작가들의 소품을 판매해 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이번 전시는 소품 위주이기 때문에 구매자가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행궁동 사람들 2017’이란 부제를 붙인 이 전시는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어 시간을 내 찾아보기를 권유하고 싶은 전시이다.

 

 

작가들의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오늘 우연히 작품전을 보러왔는데 이런 기획전을 하고 있네요. 요즈음은 어디가서 그림 한 점을 구매하려고 해도 고가이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가는데 이렇게 다양한 작가의 그림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소품이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그림이 몇 점 있는데 사무실에 가격을 알아보아야겠네요

 

전시실에서 만난 이경옥(, 48)씨는 친구와 함께 바람을 쏘이러 나왔다고 하면서 좋은 전시를 만났다고 즐거워한다. 친구가 멀리 울산에서 찾아와 행궁과 이곳 벽화골목을 둘러보던 중 대안공간 눈을 찾았다는 이씨는 가격이 적당하면 친구에게 그림 한 점을 선물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행궁동 벽화골목은 그동안 많은 벽화가 그려졌으나 일부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벽화가 훼손이 되어있는 부분들이 있어 벽화골목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좋지 않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훼손된 벽화골목으로 인해 관광도시 수원의 이미지가 저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붉은 페인트로 칠을 해놓은 벽화를 다시 칠을 해 말끔하게 정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2016년의 마지막 넘어가는 해를 하루 앞둔 30일 돌아본 행궁동 벽화골목과 대안공간 눈. 그곳에는 새로운 태동을 위해 준비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의 소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나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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