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각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플래닛부터 블로그까지 이어지면서 활동을 한 세월이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강산이 한번 바뀌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했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원칙을 세운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지만, 한 번 본 사람들과의 교류는 끝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긴 늘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다가 보면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갖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 낮에 택배를 받았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에서 만난 블로거

아주 가끔은 블로거님들이 택배로 무엇인가를 보낼 때가 있다. 고작 일 년에 한 두 번이 다이다. 그런데 오늘 문자를 하나 받았다. 오늘 중으로 택배물건을 배달하겠단다. 그리고 아침에 다음 뷰에 송고한 글에 댓글이 달렸다. 여수에 사시는 '임철'님께서 ‘갓김치’를 보냈다고.

'임철'님은 지난해에 만났다. 그것도 술자리에서. 한 마디로 술이 떡이 되는 그런 자리이다. 내가 하는 모임에 ‘달빛파’라는 것이 있다. 물론 조직은 아니다. 그 중에는 스님도 한 분 계시고, 블로거도 한 분 끼어있다. 그리고 예술을 하는 아우도 있다. 이 사람들은 일 년에 많게는 서 너 번 정도를 만난다. 그리고는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다. 물론 끊임없이 마셔대는 술 때문이다.

술자리가 끝나면 다들 ‘미친 사람들’ 모임이라고 공감을 한다. 하지만 모이기만 하면 영락없이 또 술잔이 돌아간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별명도 참 기가 막히다. ‘논달’(논두렁에 빠진 달의 준말이다. ‘건달’(논두렁에 빠진 달을 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 분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블로거이다) ‘불량달’(뒷골목에 비친 달이라는 뜻이다. 나는 내가 왜 불량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산달’(산 중에 달)이란 말이다. 달빛을 보고 마셔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 달빛파가 모이는 날 여수에 사시는 블로거인 '임철'님이 동석을 했다. 아마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밤새 퍼 마셨으니, ‘무슨 이런 인간들이 다 있나’하고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만나서인가 그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 안에는 고들빼기 김치와 갓 김치가 들어있다.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 포장이 되어 있었다. 


오늘 받은 택배 한 상자

택배가 왔다. 열어보니 내가 죽고 못 사는 고들빼기 김치와 돌산 갓김치가 포장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만 절집 대중공양 시간에 맞춰서 왔다. 하필이면 왜 그때일까? 열어놓았으니 뒤로 뺄 수도 없다. 눈물을 머금고 고들빼기를 상 위에 올리는 수밖에. 저만큼이면 내가 몇 끼를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속으로 계산을 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던가.

그렇게 오늘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다. 물론 그 외에 여러분들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받았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분들. 아마 블로그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갓 김치를 먹으려고 일부러 땀을 빼고 일을 했다. 남들은 내 속을 모른다. 땀을 내야 참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야 귀한 선물로 받은 갓김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라면에 갓김치를 먹으면서, 블로그의 아름다운 교류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아우님 고마우이. 그런데 그만 고들빼기는 다 빼앗겨 버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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