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세월호 희생자의 분향소가 여러 곳에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단연 수원시청 앞뜰에 마련한 분향소가 가장 바람직인 분향소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는 지난 달 28일 오전 9시부터 세월호 희생자들의 추모분향소를 설치했다. 그 동안 수원시청 분향소를 찾아와 추모를 한 사람들은 2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수원시청 분향소가 가장 본받아야 할 분향소라고 소문이 난 것은, 24시간 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분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딴 곳의 분향소들은 자정이나 오후 9시 정도에 분향을 마치는 것이 비해, 수원시청 분향소는 24시간 언제라도 찾아가 분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분향소에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안내자가 24시간 안내를 한다.

 

 

3교대로 분향소 지켜, 녹색어머니연합회도 함께해

 

수원시청의 분향소는 시청 등 수원시 공무원들이 교대로 안내를 맡고 있다. 하루 3교대로 책임을 맡는 안내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리고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분향소를 지킨다. 분향소에는 팀장을 비롯하여 3~4명이 안내를 맡아한다. 거기다가 오전 9시부터는 수원시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회원들이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회장 김영옥) 회원들은 매일 2교대로 안내를 맡아하고 있어요. 오전 9시에 나오신 분들은 오후 1시까지 안내를 하시고, 오후 1시에 나오신 분들은 오후 6시까지 맡아보시죠. 그런데 이렇게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식사제공도 할 수 없어요. 6.4 지방선거 때문에 밥 한 끼만 대접해도 선거법에 위반된다고요.”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한 공무원의 말이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맞추어 12교대로, 지난 달 28일 이후 지금까지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회원들이 함께 안내를 맡아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세월호 참사 22일이 지났다. 그리고 전국에 분향소가 차려진지 10일째다. 그러나 아직도 미쳐 자식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리지 못한 가족들이 애간장은 다 녹고 있다.

 

 

밤늦은 시간에는 거의 인적이 끊겨

 

6일 자정까지 분향소에서 안내를 맡아 보았다는 수원시 공보관실 이소희 e홍보팀장은오후 4시부터 시작해 오후 8시까지는 1500명 정도의 시민들이 분향을 하러 오셨어요. 그리고 오후 8시가 지나자 발길이 뜸해져 10시까지 한 15명 정도가 다녀가셨나 봐요. 10시 이후에는 4~5명 정도가 들리셨고요. 한 밤중에도 들려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분들 때문에 24시간 분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라면서

 

어제(6) 밤은 엄청 추웠어요. 저희 시청 분향소는 한데 마련되어 있어서 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밤늦게나 자정이 지나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죠.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가시는 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한다.

 

 

이렇게 수원시 분향소가 24시간 분향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원시민들 만이 아닌 수원에 관광차 들린 관광객들까지 수원시청 분향소를 찾아와 분향을 하고 있단다.

수원시는 지난 한 해 대통령 표창을 비롯하여, 2013 유엔 하비타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60여 개의 상을 수상하면서 전국 최고의 지자체임을 확인한 것이죠. 밤에 안내를 맡아하는 공무원들이 많은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수원이기 때문에 이런 분향소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정말 수원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인계동에서 장사를 한다는 시민 정아무개(, 44)씨는 뒤늦게 분향을 하러 와 죄스런 마음이 든다면서, 그래도 이렇게 시청 앞뜰에 분향소를 마련해 놓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고 한다. 앞으로 분향소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불철주야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수원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전날부터 내리는 비가 28일에도 추적거린다. 이번 비는 농사꾼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워야 할 비인데, 사람들은 이 비도 슬픔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하늘도 슬픈 모양이네요.” 28일 오전 수원시청 앞뜰 전광판 아래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수원시 추모분향소에 분향을 하러 온 한 시민의 독백이다.

 

수원시는 28일 오전 9시부터 세월호 희생자들의 추모분향소를 설치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분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한 것이다. 오후 1230분 현재 300여 명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비가 오고 있는 궂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찾은 것이다.

 

 

아파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삼켜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분향을 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멀리는 가지 못한다고 해도, 거주하고 있는 수원에 분향소가 차려졌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슴에 검은 조의를 표하는 리본을 달고, 이름을 적은 후 흰 국화 한 송이를 받았다. 분향소 안으로 들어가 향을 사른 후 고개를 숙인다.

 

못다 피운 꽃 하늘에서 활짝 피길

당신의 모습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친구들아 따듯한 곳에 가서 편히 쉬어라. 정말 미안하다

잊어버리지 않고 여러분을 기억할게요.’

 

노랑 리본에 적혀있는 추모의 글귀들이다. 아침부터 이곳에 나와 봉사를 하고 있는 수원시 중부녹색어머니연합회 김영옥 연합회장과 회원들은 분향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맡고 있다가, 마음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파요라는 말만 남길 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인다.

 

 

모든 국민이 다 아픈데, 댁들은 괜찮소?”

 

12시를 넘기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듯하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시민 한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가 다 아픕니다. 방송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이젠 두렵기조차 하네요. 도대체 이 나라가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다고 봅니다. 모든 국민이 다들 아파하고 힘을 잃고 있는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더 편치가 않습니다. 아이들을 볼 면목도 서질 않고요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친구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 여학생은

세월호에서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많은 선배님들께 죄스러운 생각에 찾아왔어요. 제발 하늘나라에선 이런 아픔이 없었으면 해요.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고개를 들 자격도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이 이어진다. 시청 본관 앞 정원 한편에 마련한, 노란리본을 다는 곳에도 분향을 마친 사람들이 노란 천에 글을 적어 달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아라.’

미안하다. 구하지 못해 사랑하는 단원친구들

하늘나라엔 이런 아픔이 없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행복하세요.’

 

분향을 하기위해 점심도 걸렸다며 총총히 발길을 옮기는 한 사람은, 아침 출근길에 시청 홍보전광판을 보고 분향소가 차려진 것을 알았다면서

이 앞에만 서도 눈물이 쏟아지네요. 아직도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한 100명이 넘는 고귀한 생명들. 그 속에서 얼마나 추울까요. 집에서 잠을 잘 때도 따듯하게 자는 것이 죄스럽습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되어버렸네요. 고개를 들고 살 수없는이라면서 말끝을 흐린다.

 

순식간에 30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그리고 벌써 10여 일이 훌쩍 지났지만 아이를 찾아 바람이 이는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있는 유가족들. 매번 뒷북만 치고 있는 안전타령. 아이들에게 우리는 영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몰염치한 어른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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