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나가면서, 그만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놓은 채로 나와 버렸다. 기차를 타고나서야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정신머리하고는 참. 이나저나 일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려면 전화를 해야 하는데,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중간에서 아우를 만나 함께 동행을 했으니, 우선은 아우전화를 사용하는 수밖에.

그런데 요즈음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전화는 우선 받지를 않는가보다. 전화번호가 다르니 받지를 않는다. 몇 번을 계속 전화를 해야만 겨우 전화를 받아준다. 그만큼 쓸데없는 전화들이 걸려온다는 뜻이다. 하루에도 설문조사니 머니해서 오는 전화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모르는 전화는 안 받는 쪽이 편하기는 하다.

 

전화로 알아보는 정보, 없으니 답답해

요즈음은 휴대전화로 많은 정보를 알아볼 수가 있다. 고속도로의 정체는 물론, 문화재 답사를 하거나 길을 찾을 때도 전화를 이용한다. 아우의 전화는 길 안내는 되지만, 어디가 얼마나 막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상당히 막히는 것 만 같다. 얼마나 막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고속도로 상에 전광판에는 20km정도가 정체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 길을 벗어나 딴 길을 택했는데도,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휴대폰이 있으면 고속도로의 실시간 운행을 볼 수 있는 정보가 있는데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다행히 많이 돌아다녀본지라 대충은 차량의 흐름으로 짐작을 해 목적지로 가는 수밖에.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가면서 이용을 해, 그래도 늦지 않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아마도 휴대전화가 있었다고 한다면, 더 빨리 도착을 했을 것이다.

답사 길에서 느끼는 답답함, 바보가 되어버린 나

답사를 한다고 길을 나섰다. 요즈음은 휴대전화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가, 공중전화도 눈에 띠질 않는다. 연락을 해야 하는데 참으로 답답하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화를 빌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겨우 공중전화를 찾아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사람들이 전화나 내비게이션 등 기계에 의존하는 것이 많다. 하기에 사람들은 머리를 쓰지 않는다고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고속도로가 심하게 정체가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길을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길을 벗어나면 길 자체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전화 없이 보낸 48시간. 한 마디로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아마도 나 스스로도 이미 기계에 의존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나는 절대 아니라고 늘 말을 해왔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 놀란다.

그리고 그 기계가 내 생활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어느 땐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바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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